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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미사] 전례 속 성경 한 말씀: 말씀이 사람이 되시어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8-06-05 조회수5,587 추천수0

[전례 속 성경 한 말씀] 말씀이 사람이 되시어

 

 

우리 속담에 “말 한 마디로 천 냥 빚을 갚는다”가 있다. 이 속담에는 대인관계에서 말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려 주는 선조들의 지혜가 담겨 있다. 사람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계속 말을 한다. 어떤 학자의 연구에 따르면 사람은 평생 5백 만 마디의 말을 한다고 한다. 원석을 갈고 다듬으면 보석이 되듯, 말도 갈고 닦고 다듬으면 보석처럼 빛나는 예술이 된다. 어떤 말은 용기와 힘을 주지만 어떤 말은 상처를 입히거나 지나가는 바람에 불과한 경우가 있다.

 

오늘날 ‘신의 손’이라 불릴 만큼 세계적으로 의술을 인정받은 소아신경외과 벤 카슨 박사가 있다. 그는 두 번의 수술로 유명해졌다. 첫 번째는 네 살짜리 악성 뇌암 환자와 만성 뇌염으로 하루 120번 발작을 일으키는 아이를 수술하여 완치시킨 일이다. 두 번째는 1987년에 세계 최초로 머리와 몸이 붙은 채 태어난 샴쌍둥이를 분리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그가 자신감을 갖고 자신의 일에 열정을 다하는 의사가 된 데에는 어머니 소냐 카슨의 역할이 컸다. 소냐는 5학년까지 구구단을 못 외우는 벤에게 “넌 할 수 있어. 무엇이든지 노력만 하면 할 수 있어!” 하고 끊임없이 격려해 주었다.

 

하느님께서는 전례 거행에서, 특히 말씀 전례에서 당신 백성에게 말씀하시고 구속과 구원의 신비를 열어 보이시며 영적 양식을 주신다(<미사경본 총지침> 55항 참조). 주고받는 말을 통해서도 인간은 변화의 큰 열매를 맺는데, 하느님께서는 말씀으로 세상을 창조하시고 말씀이 사람이 되게 하시어 구원을 주신다. 그분의 말씀에는 참으로 위대한 능력이 있다.

 

예수님이 ‘살아 있는 말씀’이시라는 것은 엠마오로 가던 제자들의 말을 통해 확인된다. “그들은 서로 말하였다. ‘길에서 우리에게 말씀하실 때나 성경을 풀이해 주실 때 속에서 우리 마음이 타오르지 않았던가!’”(루카 24,32)

 

오리게네스는 《레위기 강해》에서 이 복음 구절을 인용하며 우리에게 묻는다. “그대의 타오름은 어디서 올까요? 주님의 말씀을 듣고 불타 본 적 없고 성령의 말씀을 듣고 불꽃이 타오른 적이 없는 그대 안에서 과연 ‘불타는 숯’을 볼 수 있겠습니까? 다윗이 한 말을 들어 보십시오. ‘내 마음이 속에서 달아오르며 탄식으로 울화가 치밀어 내 혀로 말하였네’(시편 39,4).” 힘 있는 주님의 말씀을 듣고 우리 마음이 타오르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말씀의 불씨가 우리 마음속에 타오르도록 우리 자신을 내놓지 않기 때문이 아닐까? 그만큼 간절하지 않기 때문이 아닐까?

 

사도들을 통해 이어온 교회는 지금도 예수님께서 교회 안에 현존하며 말씀을 선포하고 계심을 드러낸다. 우리가 그 말씀으로 양육되어 하느님의 사람으로, 하느님의 지체로 살아가도록 하기 위해 무척 노력하고 있다. 전례를 통해 그리스도의 구원 신비를 현재화하려는 교회의 노력은 <미사독서 목록지침>에 잘 나타나 있다. “전례 거행에서 하느님 말씀은 한 가지 방법으로만 선포되는 것도 아니고, 듣는 이들의 마음에 언제나 똑같은 효력을 내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그리스도께서는 당신 말씀에 언제나 현존하시어, 구원의 신비를 실현하시고, 인간을 거룩하게 하시며, 아버지께 완전한 예배를 드리신다”(4항).

 

또 교회는 창립자이신 그리스도의 모범에 따라, 함께 모여 “성경 전체에 걸쳐 당신에 관한 기록들”(루카 24,27)을 읽으며 주님의 기념제와 성사들로 구원 활동을 수행해 왔다. 그리하여 “말씀의 선포가 성사 집전 그 자체에 필요하다. 성사는 모두 신앙의 성사이며 신앙은 말씀에서 생기고 자라나기 때문이다”(〈사제생활 교령〉 4항)고 밝힌다. 말씀과 성찬의 식탁에서 영적 양식을 얻는 교회는 말씀으로 지혜가 더 자라나고, 성찬으로 더욱 거룩해진다. 하느님 말씀이 울려 퍼질 때 구원의 역사가 다시 기억되며, 거기서 전례의 성사 표징을 통하여 그 역사가 재현된다(<미사독서 목록지침> 10항 참조).

 

교회는 말씀으로 양육되고 구원의 역사를 기억하기 위해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전례 개혁에 따라 더 섬세하게 ‘독서’를 배정하였다. 주일과 축일의 독서 목록은 세 가지 특징을 지닌다.

 

첫째, 모든 미사에는 세 개의 독서가 있다. 트리엔트 공의회의 미사 독서는 두 개였는데, 이에 하나를 추가하여 폭넓게 성경 말씀을 들을 수 있도록 했다. 제1독서는 구약성경에서 읽고, 제2독서는 전례 시기에 따라 사도서(서간 · 요한 묵시록)에서 읽는다. 제3독서는 복음을 읽음으로써 신구약 성경과 구원 역사의 단일성을 밝히고, 그 중심이 파스카 신비로 기념하는 그리스도이심을 드러낸다.

 

둘째, 더욱 풍부하고 다양한 성경 독서를 위해 복음을 과거의 1년 주기에서 3년 주기로 배정했다. 가해에는 마태오 복음, 나해에는 마르코 복음, 다해에는 루카 복음을 읽도록 했다.

 

셋째, 두 가지 원칙, 곧 ‘주제와의 조화’와 ‘준연속 독서’ 체계를 바탕으로 독서를 배정하였다. 한 해의 여러 시기와 각 전례 시기의 고유한 특징에 따라 두 원칙을 적절하게 적용했다(<미사독서 목록지침> 66항 참조). 반면에 평일 독서는 두 개의 독서 곧 제1독서는 구약성경이나 사도서에서 읽고, 제2독서는 복음에서 읽는다. 이는 2년 주기로 배정된다.

 

그리스도께서 우리 마음에 사랑의 불을 놓으실 수 있도록 우리는 “믿음은 들음에서 오고 들음은 그리스도의 말씀으로 이루어집니다”(로마 10,17)라는 바오로 사도의 말씀을 기억해야 한다. 전례에서 선포되는 하느님 말씀을 잘 듣기 위해 먼저 읽고 묵상하며 경청하고, 그것을 삶으로 드러내는 것이 습관이 되어야 한다. 더운 여름에 읽는 말씀은 마음을 타오르게 하는 불이 아니라 뼛속까지 시원하게 하는 바람이지 싶다.

 

* 윤종식 신부는 의정부교구 소속으로 1995년 사제품을 받았다. 로마 성 안셀모 대학에서 전례학을 전공하고, 현재 가톨릭대학교 교수로 전례학을 가르치고 있다.

 

[성서와 함께, 2014년 6월호(통권 459호), 윤종식 티모테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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