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셉 신부님의 매일 복음 묵상 ◆
2011년 가해 연중 22주간 수요일 - 행복을 주는 사람
요즘은 만원가지고 살 것이 없을 만큼 물가가 높아졌습니다. 만원도 소중할 때의 이야기를 옮겨봅니다.
출근 전에 식사하다가 아내의 얼굴을 보니 힘이 없어 보였습니다. 남편은 집을 나서기 전 아내에게 고이 숨겨두었던 비상금인 만원을 주며 맛있는 것을 사먹으라 합니다. 아내는 남편이 고맙게 느껴집니다. 남편이 출근한 후에 노인정에 가시는 시아버지의 뒷모습을 보다가 며느리는 아버님의 호주머니에 그 만원을 넣어드립니다. 아버님은 노인정에서 하루 종일 며느리 자랑만 하십니다. 그러다 돌아오는 길에 학교에서 돌아오는 손자를 만납니다. 할아버지는 그 만원을 손자에게 주며 학용품 사서 훌륭한 사람이 되라고 합니다. 손자는 그것을 다시 어머니에게 맡기며 필요할 때 달라고 합니다. 아내는 피곤해 자고 있는 남편의 바지 주머니에 힘내라는 짧은 편지와 함께 만원지폐를 넣어놓습니다. (류중현: 지하철 사랑의편지 운영자)
오늘은 제가 첫 주임으로 부임한 날입니다. 사실 첫 본당이니만큼 적지 않은 시간동안 어떻게 하면 주님 마음에 드는 착한 목자로서 양들을 잘 이끌까하는 묵상을 해 왔습니다.
무엇보다도 피가 마를 정도로 신자들을 위해 희생하며 살아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왜냐하면 결국 착한 목자는 양들을 위해 목숨을 바칠 수 있는 사랑을 지니고 있어야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당신께서 파견되신 이유를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나는 하느님 나라의 기쁜 소식을 다른 고을에도 전해야 한다. 사실 나는 그 일을 하도록 파견된 것이다.”
‘아차!’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희생만 생각하다보니 그 희생의 목적인 ‘행복’을 놓치고 있었습니다. 내가 희생하는 이유는 신자들을 행복하게 하기 위해서입니다. 예수님도 십자가에 못 박혀 우리에게 당신 생명을 주시기 위해서 오셨지만,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희생을 말씀하지 않으시고 그 목적인 ‘하느님나라의 기쁜 소식을 온 세상에 전하기 위해’ 파견되었다고 하십니다.
결국 예수님께서 희생하신 궁극적 이유는 행복을 나누어주시기 위해서인 것처럼 저도 행복을 주기 위해 파견된다는 것을 잊지 않으려합니다.
마치 누구도 사용하지 않았던 만 원짜리 지폐 하나로 온 가족이 행복해질 수 있었듯이 저의 희생으로 온 신자들이 행복해질 수 있음을 믿습니다. 또 만원이 다시 원 주인에게 되돌아 왔던 것처럼 내가 희생한 모든 것들도 결국 많은 사람을 행복하게 하고 나에게 돌아올 것을 믿습니다. 그리스도께서도 당신이 바치신 생명을 그대로 다시 되돌려 받으셨기 때문입니다. 그리스도는 생명을 포기하셨기에 영원한 생명을 얻으셨고, 행복을 포기하셨기에 다시 행복해지셨습니다. 사제 또한 목자로서 양들을 위해 생명을 바침으로써 다시 생명을 얻게 되고, 행복을 포기함으로써 행복해지게 됩니다.
잠언에 이런 말씀이 나옵니다.
“남에게 베풀기를 좋아하는 사람이 부유해 지고 남에게 마실 물을 주면 자신도 갈증을 면한다.” (잠언 11, 25)
부유해 지기 위한 목적으로 남에게 베풀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그러나 성경말씀은 진리입니다. 그리스도께서는 베푸셨기에 부유해지신 분입니다. 생명을 베푸셨기에 당신도 부활하여 영원한 생명을 누리시는 것입니다.
또 성경에서 물은 성령님을 상징합니다. 성령님의 열매가 사랑, 기쁨, 평화 등입니다. 즉 행복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남에게 물을 주는 사람이 자신도 목마르지 않으리란 말씀은 남을 행복하게 하는 사람이 자신도 행복하리란 뜻입니다. 그래서 예수님의 옆구리에서 피와 물이 나온 것입니다. 피와 물은 그리스도께서 우리에게 베푸시는 생명이요 성령님이요 행복을 의미합니다. 마치 자주 사용하는 우물물이 마르지 않는 것처럼 행복해지는 유일한 길은 그리스도께서 모범으로 보여주신 것처럼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나누어주어 남을 행복하게 하는 것뿐입니다.
< 그대를 향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