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9월 2일 연중 제22주간 금요일 -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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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노병규 | 작성일2011-09-02 | 조회수887 | 추천수19 | 반대(0) 신고 | |
9월 2일 연중 제22주간 금요일 -루카 5장 33-39절
“새 포도주는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
<크는 것도 아프네요.>
우리 삶에 깊숙이 자리 잡은 ‘빨리빨리 문화’에 대한 성찰과 자숙의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옵니다.
최인호 작가님은 ‘산중일기’에서 이렇게 표현하십니다.
“우연히 들었던 차이코프스키의 ‘비창’ 제1악장이 요즘 내 삶의 화두를 이루고 있다.
‘느리게, 빠르게, 그러나 지나치지 않게.’
내 삶을 작곡한 하느님이 지휘자인 내게 요구하는 것을 그것뿐이다. 나는 그 작곡가의 숨은 뜻을 따라가며 연주하듯 살아가야 할 것이다.”
빠르고 쉬운 길의 유혹이 신앙생활에도 스며듭니다. 교회마다 신속 무통(無痛)의 변화와 성장의 길을 찾는 사람들로 가득합니다. 디트리히 본 회퍼(Dietrich Bonhoeffer)는 그것을 ‘값싼 은혜’라고 불렀습니다.
하느님을 찾아나가는 길에서도 자기 비움과 쇄신을 위한 땀이나 눈물, 고통이나 십자가는 뒷전인 채 ‘지름길 신앙생활’만을 추구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물론 우리의 신앙여정이 기쁨과 행복으로 충만한 은총의 여정이 분명합니다. 그러나 그 길은 동시에 멀고도 힘든 길이라는 사실을 많은 분들이 외면합니다. 그 길은 때로 우리에게 너무도 힘든 대가를 요구하기도 하지요.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당신 자신을 ‘새 포도주’로 소개하시며 “새 포도주는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고 가르치십니다.
새로운 포도주이신 예수님을 우리 영혼에 담기 위한 작업은 그냥, 저절로, 가만히 앉아서 이루어지는 것이 절대 아닙니다.
새로운 부대가 되기 위한 노력은 어쩔 수 없이 힘겹습니다. 각고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다시 태어나기 위한 산고와도 같은 고통이 필수적입니다.
‘새 부대’가 되기 위한 지속적인 ‘새 출발의 노력’ 이것은 우리 신앙인 각자에게 주어진 평생의 과제인 것입니다.
‘새 부대’가 되기 위한 지름길은 결코 없습니다. 깨달음은 거저 얻어지는 것이 절대로 아닙니다. 자기 극복을 위한 치열한 투쟁의 과정 없이는 결코 하느님 나라를 내 영혼 안에 건설할 수 없습니다.
우리 아들은 열네 살 때 다리 통증으로 잠을 이루지 못했다. 의사는 ‘성장통’이라고 했다. 나는 그런 것이 실제로 있는지도 몰랐다. 칠흑같이 어두운 밤에 나는 아들의 침대 밑에 앉아, 아파서 끙끙 앓는 그의 정강이를 문질러 주었다. 하룻밤은 아들이 나를 보며 말했다.
“크는 것도 아프네요.”
아들이 내게 인생의 깊은 진리 하나를 들려주고 있었다.
영적으로 성장한다는 것은 칠흑같이 어두운 밤에 성장통을 겪는다는 뜻이다.(수몽크 키드, ‘기다림’, 복있는 사람들 참조)
†살레시오회 수도원 수련원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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