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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9.2 연중 제22주간 금요일 - 송영진 모세 신부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11-09-02 조회수485 추천수5 반대(0) 신고
<연중 제22주간 금요일>(2011. 9. 2. 금)(루카 5,33-39)

 

<예수님의 새 포도주>

 

9월 2일의 복음 말씀은 '새 포도주와 새 부대'에 관한 말씀입니다.

"또한 아무도 새 포도주를 헌 가죽 부대에 담지 않는다.

그렇게 하면 새 포도주가 부대를 터뜨려, 포도주는 쏟아지고 부대도 버리게 된다.

새 포도주는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루카 5,37-38)."

 

이 말씀을 해설할 때,

흔히 자신을 새롭게 하는 내적 쇄신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하거나

날마다 영적으로 새로워져야 한다고 말합니다.

말은 옳은 말인데, 구체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하라는 말인가? 라는 의문이 생깁니다.

 

새 포도주는 예수님의 복음 정신, 또는 예수님의 가르침으로 해석되고,

새 부대는 그리스도교로 해석됩니다.

묵은 포도주는 유대인들의 사고방식, 정신, 사상 등으로 해석되고,

헌 부대는 유대교의 제도, 관습, 율법 등으로 해석됩니다.

 

사실 예수님의 복음과 가르침은

유대교라는 낡은 부대를 터뜨릴 정도로 혁명적인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유대인들은 예수님의 복음과 가르침을 받아들일 수가 없었습니다.

자기들의 삶 자체를 근본적으로 뒤흔드는 것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예수님의 복음과 가르침이 그 전까지 없었던 완전히 새로운 것은 아니었고,

유대교의 가르침과 전혀 다른 가르침이었던 것도 아닙니다.

예를 들면, 안식일을 지키는 문제로 예수님과 바리사이들이 자주 다투었는데,

사실 예수님도 안식일을 지키셨습니다.

안식일이 되면 회당의 예배에 참석하셨고, 성경을 읽고 설교를 하셨습니다.

 

그런데 예수님은 바리사이들이 안식일에는 하지 않는 일을 하셨습니다.

병자들을 고쳐 주신 것입니다.

 

바리사이들은 안식일을 지키려면 병자들을 고쳐 주면 안 된다고 했고,

예수님은 안식일을 지키려면 병자들을 고쳐 주어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바리사이들은 안식일에는 아무것도 하지 말아야 한다고 했고,

예수님은 안식일에는 사람을 살리는 등의 사랑을 실천해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바리사이들은 지키는 것만 생각했고,

예수님은 왜, 어떻게 지켜야 하는지를 생각해야 한다고 가르치셨습니다.

바로 그것이 예수님의 새로운 가르침이었습니다.

 

없던 것을 새로 만들어서 가르치신 것이 아니라 근본정신을 회복시키려고 하신 것,

그래서 예수님의 새 포도주는 이제까지 없었던, 새로 만들어진 포도주가 아니라,

하느님께서 만드신 그대로, 처음 상태로 회복된 포도주입니다.

 

그 후로 이천여 년의 세월이 흘렀습니다.

그런데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그리스도교는 지구상에서 가장 보수적인 종교다.’ 라고 생각합니다.

그리스도교라는 종교만 보면 그럴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의 가르침 자체를 보수적인 것으로 생각하는 것은 문제입니다.

(교회 내부에도 그런 생각을 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그것은 그렇게 생각하는 그 사람들 자신의 문제입니다.

그들 안에서 하느님 쪽을 향한 구심력은 약해지고,

하느님에게서 멀어지는 원심력이 더 강하게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자유를 주장하면서 방종으로 흐르고,

인간 중심주의를 주장하면서 쾌락과 무절제로 흐르기 때문입니다.

제도, 율법, 계명, 관습의 틀을 깨고, 인간 중심의 자유를 누리자고 주장하면

그게 곧 진보적인 것이라고 착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건 결코 진보가 아닙니다.

아담과 하와가 선악과를 따먹은 것은 진보이고,

따먹지 말라는 하느님의 명령을 지키는 것은 보수인가?

그건 아닙니다.

 

예수님은 유대인들에게 율법을 지키지 말라고 하신 것이 아니라

'제대로' 지키라고 하셨습니다.

자기들 마음대로 해석하고, 자기들의 기득권을 유지하는 쪽으로 왜곡하지 말고

올바르게 지키라고 하신 것입니다.

 

하느님을 올바르게 섬기는 일은 보수니 진보니 하고 구분할 대상이 아닙니다.

하느님에게서 벗어나서 마음대로 사는 것은 '진보'가 아니라 ‘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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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님의 복음과 가르침은 당시의 유대인들에게도 새로운 것이었지만,

오늘날에도 여전히 새로운 포도주입니다.

예수님은 이천여 년 전의 옛날 인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오늘 우리와 함께 살아 계시는 주님이시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예수님의 새로운 포도주를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는 말은

오늘 우리에게 주어지는 예수님의 가르침을

더욱 철저하게 실천해야 한다는 말과 같습니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산상설교에서 말씀하신 계명들,

사랑에 관한 계명들을 비롯해서

예수님의 여러 가르침들을 더욱 철저하게 실천하는 일이

내적으로나 외적으로나 날마다 새롭게 되는 지름길입니다.

 

사람이 안식일을 위해서 있는 것이 아니고 안식일이 사람을 위해서 있는 것이다,

이웃을 너 자신처럼 사랑하라,

원수를 사랑하라,

같은 예수님의 가르침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새롭고,

앞으로도 영원히 새로운 가르침으로 남아 있을 것입니다.

 

- 송영진 모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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