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을 먹고 멍하니 바람부는 창문 밖을 응시하고 있었습니다.
나뭇 가지들이 바람에 흔들리는게 마치 그 놈들의
집단무 인듯하였습니다.
그런데 꼭 새끼 손톱의 반 만한 벌레 한마리가 창턱을 부지런히
가로질러 기어가고 있었습니다. 슬그머니 장난기가 발동했지요.
그 놈이 가는 방향마다 손바닥을 세워서 길을 막으니
갑자기 떡 나타난 태산 앞에서 어쩔줄 몰라하는 그 놈의 반응이
너무 재미있었습니다. 그 놈이 제가 이렇게 장난치고 있는지 알 수
있을까요? 전 생각했지요.
"인간과 하느님의 관계가 이런거구나.
너무 커서 있는지 조차 알수 없는..... "
어쩔줄 몰라하며 당황하는 조그만 그 놈 앞에서 전 하느님이나
된 것처럼 그 놈의 운명을 쥐락펴락하고 있었어요... 한참을....
그런데 갑자기 그 놈의 소리가 들렸습니다.
"놀아 줘서 고마워. 난 이만 갈께. 늦으면 엄마가 걱정하시거든........"
"흐흐흐... 자식 내가 이렇게 떡 버티고 있는데 가긴 어딜가?
기어봐야 내 손바닥 안이지....."
전 그 놈이 제 손바닥 안에서 바둥대는걸 보면서
계속 인간과 하느님과의 관계를 생각했습니다. 내가 놓아주지 않으면
꼼짝할 수 없는 그 놈의 운명.... 하느님의 은총 없으면 한시도 살수 없는
우리들 인생....
인간과 하느님의 관계! 쉽게 이해되는듯 하였습니다.
그런데요.... 꼼짝 못하던 그 놈이 갑자기 딱딱한 등껍질속에서
날개를 꺼내더니 윙.... 하고 날라가 버렸습니다.
아! 인간의 교만한 판단이여.......
다시 알 수 없는 나의 하느님이여......
한국외방선교회 최강 스테파노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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