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는 살아가며 정말 많은 일을 겪습니다. 그 가운데는 기쁘고 즐거운 일들도 있지만, 슬프고 억울한 일, 도저히 인간의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일들도 있습니다. 그 가운데 우리 기억 속에 남는 것은 힘들고 어려웠던 기억들이 더 많습니다. 아마도 지나고 나면 그것이 나에게 꼭 필요한 일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기 때문일 것입니다.
오늘 우리는 그런 일을 겪게 될 한 사람, 성 요셉을 만납니다. 얼마나 황당하고 난감했을까? 하지만 그의 반응은 우리와 달랐습니다. 작은 일에도 마음이 상하고, 작은 것으로도 사람들과의 관계를 단절시켜 버리는 대다수의 사람들과는 사뭇 다른 모습입니다. 어처구니없는 천사의 말을 들었을 때 그는 지체 없이 순종하여 마리아를 아내로 맞아들였습니다.
당시에는 처녀가 아이를 낳으면 길거리에서 돌에 맞아 죽었고, 자칫 잘못하면 그런 아내를 둔 남편, 사생아를 둔 아버지로 오명을 쓸 형편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는 이 모든 것을 감수하고 온전히 하느님의 뜻에 순명했습니다. 그 결과 구세주의 양부로서 성모님에 버금가는 은총 지위에 놓이게 되었고, 지금까지도 수많은 이들의 공경을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모든 복음이 예수님께 초점이 맞춰 있고, 마리아는 이미 충분히 유명합니다. 더욱이 복음에서 요셉의 이야기가 나오는 부분은 오직 이곳과 아기 예수님과 마리아를 이집트로 피신시키는 장면, 두 곳뿐입니다. 그것이 제가 오늘 요셉에게 집중하는 이유입니다. 충실하고 현명한 종이신 성 요셉. 그분은 묵묵하고 우직한 모습으로 구세주와 그 어머니에게 최고의 협력자가 되셨습니다.
우리도 그분을 본받아 일상에서 겪는 여러 가지 불합리하고 억울한 일, 힘들고 어려운 일 속에 숨어 있는 하느님의 뜻을 찾고 그 뜻에 순명하며 살아간다면, 하느님께서는 분명 우리가 생각지도 못한 때에 생각지도 못한 방법으로 더욱 풍성한 은총을 베풀어 주실 것입니다.
장세창 신부(대구대교구 대봉천주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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