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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겸손한 하느님의 사제이기를/ 최강 스테파노신부
작성자오미숙 쪽지 캡슐 작성일2011-09-09 조회수579 추천수11 반대(0) 신고

 

교만과 겸손

 

로마에서 공부하고 있는 몇몇 신부님들과 저녁식사를 함께 했다.

저녁 식사 내내 얼마나 풍성한 '말씀의 잔치'가 베풀어 졌는지 그 내용을 다 기억해 낼 수가 없을 정도다.

그런데 그 '말씀의 잔치'라는 것의 내용이 대부분 "미국 출신 모 신부는 어떻고, 아프리카 출신 모 신부는 어떻고, 이태리 출신 모 신부는 어떻다"는 험담이었다.

그 이야기들을 듣고 있는 동안 나는 전혀 객관성이 없는 자신들의 느낌만을 마치 사실인양 늘어놓는 그 자리가 너무 부담이 되어서 내내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었다.

또 한편으로는 그 분들의 이야기에 등장하는 외국 신부님들이 나하고는 제법 가까운 사이가 되어 가끔 외출도 함께 하고 각자의 방에서 서로 이야기도 나누는 관계이기 때문에 더욱 부담이 되었던 것 같다.

식사를 마치고 어느새 비가 내리는 로마 거리를 터벅터벅 걸어서 집으로 돌아오는 동안에 나는 생각했다.

"오랫만에 말 통하는 한국 신부들끼리 이런 저런 이야기를 편하게 나누는 자리에서 내 생각하고는 전혀 달랐지만 내가 그 흐름을 끊지 않은건 참 잘 한 일이야...... 이제는 내 생각하고는 전혀 다른 말들을 듣는데도 조용히 들어 줄 수 있는 수준이 된건가?"

제법 비에 젖어서야 집에 도착했다. 그런데 방에 들어와서 젖은 외투를 벗어 툴툴 털었더니 제법 비싼 방수가 잘 된다는 옷을 입었던 탓인지 옷에 맺혀있던 물방울들이 흔적을 찾아 볼 수 없을 정도로 방바닥에 떨어져 내렸다.

한 생각이 번개처럼 스쳐간다. "아!... 흠뻑 비에 젖은듯 보이는 이 옷이 전혀 그렇지 않듯이 나는 이 옷과 같구나. 나는 그 이야기들을 맘 속 깊이 받아들이며 듣지 않고 표면에 남겨두었다가 빨리 툴툴 털어버릴려고 했구나...그래서 침묵하고 있었구나......"

자신들이 개인적인 느낌일터이지만, 그래서 부족할것이란 것을 다 알면서도 열심히 나누어준 그 분들과, 내 생각과는 다르지만 침묵 속에 잘 '들어주는 척'한 나 중에 겸손한 자는 누구이고 교만한 자는 누구일까?

내 스스로가 얼마나 교만한 존재인지를 깨닫는 만큼 겸손해 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런 것을 어떻게 풀어갈 수 있을까?

아직도 갈 길이 먼 사람인 탓으로 그러함이 분명하겠지만 이럴땐 당혹스럽다고 밖에는 달리 표현할 길이 없다.

나의 교만을 깨닫는 만큼 더 교만으로 무장되어가고 있는 나의 모습을 확인할때 느끼는 그 당혹감.

역시 주님의 은총에 기댈 수 밖에 없다.

주님의 마음으로 생각하고, 행동하고, 말하지 못하는 이상 나는 차라리 겸손이라는 덕으로 포장하려는 시도조차 하지 말아야겠다.

서품식때 바닥에 엎드려 하느님께 바라고 바랐던 것이 딱 한가지 였는데......

"겸손한 사제로 평생을 살다가 당신 곁으로 돌아 갈 수 있기를......"

이쯤되니까 차라리 울고 싶어진다.

"겸손한 하느님의 사제".......

 

한국외방선교회 최강 스테파노신부

http://cafe.daum.net/frchoik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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