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9월 9일 연중 제23주간 금요일 -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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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노병규 | 작성일2011-09-09 | 조회수739 | 추천수13 | 반대(0) 신고 |
9월 9일 연중 제23주간 금요일 - 루카 6,39-42
“이 위선자야, 먼저 네 눈에서 들보를 빼내어라.”
<바늘로 콕콕 찌르는 말씀>
급히 ‘출동’할 일이 있어서 공동체 식당에 있는 자동차 열쇠함으로 달려갔습니다. 마당에 차가 있는 것을 분명히 확인하고 올라갔기에 당연히 키가 있으려니 했었는데...없었습니다.
이 사람, 저 사람 만나는 사람마다 붙잡고 “혹시 자동차 키 못 봤냐?”고 묻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는 동안 시간이 흘러가고, 조급한 마음이 들면서 ‘그 누군가’를 향해 투덜거렸습니다.
“자동차를 썼으면, 키를 제 자리에 갖다 두어야지! 한두 번도 아니고 도대체 정신을 어디다 두고 사는 거야?”
그러고 있는 제게 뭐든 꼼꼼히 챙기고 사려 깊은 한 형제가 그랬습니다.
“신부님, 어제 저녁에 신부님이 그 차를 쓰신 것 제가 봤는데, 혹시 모르니 호주머니 확인 한번 해보시죠.”
‘아차!’ 하면서 호주머니 여기저기를 뒤져나가다 보니, 자동차 키는 제 호주머니 속에 얌전히 들어있었습니다.
참으로 부끄러운 순간이었습니다.
도로로 나가서는 더 합니다. 형제들에게는 ‘제발 신호 좀 잘 지켜라’ ‘중앙선은 생명선이다. 무슨 일이 있어도 중앙선 침범하지 마라’ ‘그렇게 예의 없이 끼어들기 하지마라’ ‘왜 그렇게 브레이크를 팍팍 밟느냐?’ 지적하지만, 그러는 저는 바쁘다는 핑계로 거의 ‘도로의 무법자’ 수준입니다.
‘수도자가 돈 버는 사람도 아닌데, 제발 딱지 좀 끊어오지 말고, 딱지 날아오지도 말게 하라’고 거품 물고 강조하지만, 정작 날아오는 딱지는 제 탓으로 인한 것이 많습니다.
이런 제게 오늘 복음 말씀은 거의 바늘로 콕콕 찌르는 것 같은 말씀이군요.
“이 위선자야, 먼저 네 속에서 들보를 빼내어라, 그래야 눈이 잘 보여 형제의 눈 속에 있는 티를 꺼낼 수 있다.”
여기서 말씀하시는 ‘티’는 작은 결점이고 ‘들보’는 큰 결점을 지칭합니다.
많은 경우 우리 자신의 결점에 대해서는 한없이 관대합니다. 뿐만 아니라 우리 자신의 결점에 대해서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더불어 우리 자신의 결점에 대해서는 솔직하게 인정하지도 않습니다. 어떻게 해서든 우리 자신의 결점에 대해서 합리화시키고, 정당화시키려고 기를 씁니다. 이런 사람을 두고 우리는 위선자라고 말합니다.
자신의 말과 행동이 달라도 너무 다른 위선자가 어떻게 다른 사람들을 인도할 수 있겠습니까?
자신도 치명적인 병을 지니고 있기에, 자기 한 목숨 살리기도 힘든데, 어떻게 다른 사람을 치료할 수 있겠습니까?
무엇이 진리인지도 모르는 사람이 어떻게 진리에 대해 가르칠 수 있겠습니까?
참된 지도자가 되기 위해서 가장 먼저 갖추어야 할 조건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내 결점에 대해서 먼저 인식하는 것입니다. 내 결점이 무엇인지 정확히 파악했다면, 가르치기에 앞서 먼저 내 결점을 바로잡아야 할 것입니다.
어두운 밤길, 차가 쌩쌩 달리는 도로에서 시각장애인이 시각장애인을 인도하다가는 둘 다 큰 낭패를 당할 것입니다.
자질이 없는 지도자, 능력이 없는 지도자, 무엇보다도 교만한 지도자, 이기적인 지도자가 남을 가르치려든다면, 그것처럼 위험한 일이 다시 또 없습니다. 가르치는 사람이나, 가르침 받는 사람이나 둘 다 망하는 길입니다.
우리 모든 그리스도인들은 그리스도의 이름 안에 누구나 세상 앞에서 지도자입니다.
끊임없는 자기반성과 쇄신, 쉼 없는 자기개발과 자기 연마는 지도자인 우리에게 필수적인 노력입니다.
†살레시오회 수도원 수련원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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