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할머니 한 분이 자신이 만든 치즈를 쌀과 바꾸려고 장터에 나갔습니다. 이내 쌀집을 찾았고 거래도 순조롭게 이뤄졌습니다. 그런데 약 한 시간 뒤, 할머니는 매우 화가 나서 다시 쌀집을 찾아갔습니다. “이봐요. 쌀 3킬로그램이라고 하더니 100그램이나 모자라잖아요.” 놀란 쌀집 주인이 말했습니다. “그럴 리가 있나요? 나는 할머니의 치즈가 3킬로그램이라고 해서 가져온 치즈와 같은 양의 쌀을 저울로 달아서 똑같이 드렸을 뿐인데요.” 결국 상대를 더 믿어주고 성실하게 거래한 사람은 쌀집 주인이었습니다. 그런데 오히려 할머니가 화를 내며 따지고 있습니다. 자신의 오류나 부족함을 먼저 살피기보다는 무조건 상대가 잘못했을 거라고 단정 짓는 할머니 모습에서 우리의 일상을 발견하게 됩니다.
사람마다 각자 나름대로 부족하고 모자란 부분이 있음을 인정하긴 하지만, 사실 인간은 다른 사람보다 우월하고 싶은 본성도 함께 지녔습니다. 그래서 어떤 때에는 그 상황을 참지 못하고 쉽게 다른 사람의 허물을 들추어 낼 때가 많습니다. 오늘 말씀은 자신은 더 큰 허물을 지녔으면서도 늘 다른 사람의 작은 허물을 고치려 하는 우리의 안타까운 모습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누구나 살면서 ‘사람’ 때문에 힘들었던 경험이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러한 경험이 바로 우리의 진실한 모습을 찾게 하고 우리를 진정한 겸손에로 이끌어 주는 안내판임을 기억해야 합니다. 우리는 서로 부딪치면서 자신을 알게 되고 완성되기 때문입니다.
그 누구도 똑같지 않은, 이 많은 사람이 바로 나를 진짜 ‘사람’으로 만들어 주는 ‘살아 있는 교재’, ‘움직이는 거울’임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지금 나와 함께 살아가는 그 사람들은 결코 빼내버려야 할 작은 티가 아닙니다. 그들은 나를 위해 하느님께서 보내주신 위대한 스승이요 소중한 선물입니다. ‘내 이웃을 내 몸같이 사랑하라.’는 계명이 결국 나 자신을 위한 계명이 될 수 있는 것도 어쩌면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이 아닐까요….
장세창 신부(대구대교구 대봉천주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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