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티 9월 은총의 밤 - photo by Y .benedict
†찬미예수님
5년 동안 수많은 강론을 했고, 이제 오늘 이 강론이 고별강론이 되겠습니다.
떠나면서 제가 우리 감곡신자들에게 정말 하고 싶은 말들을
오늘 복음에 맞추어서 말씀을 드리고자 합니다.
구약성서든지 신약성서든지
은총을 받기위한 첫 번째 단추는 ‘겸손’ 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오늘 1독서에 ‘겸손하여라, 그러면 주님의 은총을 받으리라!’
오늘 복음에는 ‘누구든지 자기를 높이는 사람은 낮아지고,
자기를 낮추는 사람은 높아진다.‘ 라고 이야기합니다.
라틴말로 겸손을 ‘후밀리다스’ 라고 합니다.
이 말은 ‘흐무스’ 라고 하는 단에서 파생하는데
흐무스는 ‘땅, 흙’을 이야기 합니다.
땅은 모든 것을 다 받아줍니다.
어떤 것도 배척하지 않습니다.
비싼 땅이 되고 귀한 땅이 되려면 많이 밟히는 땅이 돼야 되고
더러운 것 많이 끌어당길수록 바싼 땅이요, 귀한 땅입니다.
사람들의 발에 밟히지 응달이 진 산 속 깊은 곳에 있는 땅은
지가도 얼마 되지 않을 것이요, 아무도 눈여겨보지 않을 겁니다.
여러분 봉사하시면서, 또 본당에서 일하시면서
밟으려고 하지 말고 밟힐 각오하고 사십시오.
더러운 것 많이 받아들일 각오하고 사시기 바랍니다.
5년 동안 끝도 없이한 이야기, 예수님의 삶을 저는 세 가지로 말씀드렸습니다.
크리스천의 영성은 첫 번째 바보가 되는 영성입니다.
우리 주님이 큰 바보였기에 우리들은 작은 바보로 살아가야 됩니다.
그러나 요즘은 어느 성당이든지 바보 보기가 참 힘이 듭니다.
예수님보다 잘나고 똑똑한 사람만 드글드글거리기에
2천년 전에만 바오로파 아폴로파가 있는 것이 아니라
얼마나 많은 파들이 교회 안에 있는가!
입으로는 ‘주님처럼 바보로 살렵니다.’
하면서 액션단체에서도 그 알량한 권력싸움을 하고, 높은 자리에 오르려고 하고
교회의 모든 직책이 무슨 감투나 되는 것처럼 휘두르려고 할 때
그런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공동체는 하느님이 떠나십니다.
크리스천의 영성의 두 번째는 연탄의 삶을 살아야 합니다.
시커먼 놈에 불을 붙이려면 불기가 있는 놈이 밑으로 들어가야지
위로 올라오면 불붙은 놈마저 꺼져 버립니다.
우리 주님은 더 이상 내려가실 수 없을 정도로 내려가셨기에
우리도 예수님처럼 내려가야 끝없이 내려가야 됨을 5년 동안 가르쳤습니다.
크리스천의 영성 세 번째, 걸레의 삶을 살라고 가르치셨습니다.
2천 년 전의 걸레나 지금 걸레나 걸레의 존재이유는 더러운 것 닦아주는 겁니다.
그 걸레를 함부로 대하건, 아무곳에나 내던지건, 걸레쪽에서는 할 말이 없는 겁니다.
그저 쓰시고 나중에 또 필요하시면 이 몸뚱아리 가져다 쓰십시오!
알아주지 않아도 서운해하지 않습니다.
교회의 봉사자들, 간부들은 깊이 명심해야 될 겁니다.
작은 바보가 되는 것, 연탄불이 되어 밑으로 내려가려고 애쓰는 삶!
걸레가 되어 내 몸뚱아리로 봉사할 것, 희생할 것을 찾아다니는 삶 !
이것이 바로 오늘 우리가 은총을 받는 첫 번째 단추인
겸손을 살아가는 것이 아닌가!
노자는 물을 최고의 선으로 보았습니다.
물은 다투는 법이 없습니다.
물은 올라가려 하지 않고 기회만 생기면 내려갑니다.
물은 자기고집을 부리지 않습니다.
둥근 그릇에 들어가면 둥근 모습이 되고, 네모난 그릇에 들어가면
네모나게 변하며 절대 자기를 닮고 있는 그릇과 다투지 않습니다.
물은 만물의 기운이요. 생의 기운을 북돋워주는
하느님의 가장 큰 선물입니다.
이 세상에는 많은 물의 종류가 있습니다.
그 많은 물 가운데 ‘담수’ 에 대해 생각해 봅니다.
작은 물줄기들이 모여서 큰 물줄기를 만드는 것을 담수라고 말합니다.
우리 공동체는 담수와 같다고 합니다.
각기 강한 개성을 가진 사람들이 예수그리스도를 중심으로
모여 있는 모습이 담수의 모습입니다.
이 담수에는 두 가지 상반된 기운이 흐릅니다.
첫 번째 부력, 즉. 띄우는 힘입니다.
두 번째는 끌어내리는 힘, 침력이 있습니다.
부력은 늘 상대를 띄워줍니다.
상대를 칭찬해주고, 위로해주고, 격려해주고......
늘 나보다 훌륭한 분이라고 상대방을 높여주는 것이 부력입니다.
그러나 침력은 기회만 생기면 상대방을 헐뜯고, 비평하고,
끌어내려야만 직성이 풀립니다.
과연 나는 이 교회공동체 안에서 부력의 역할을 하고 있는지, 아니면
침력의 역할로 사탄의 밥에 끌려가면서도 사탄에게 끌려가고 있는 지도
모르고 살고 있는지, 분명한 것은 겸손한 자는 공동체 안에서 남을
끌어올리는 부력의 역할을 해나갑니다.
파종하기 전에 볍씨를 먼저 소금물에 담급니다.
볍씨를 소금물에 담그면 싹을 틔울 수 있는 좋은 종자는 갈아 앉고,
쭉정이는 물 위로 떠오릅니다.
사람도 가벼운 사람, 교만한 인간은 늘 위로 뜨려고 노력하지만
겸손한 사람, 무거운 사람은 아래로, 아래로...... 내려앉으려고 합니다.
겸손은 모든 德의 어머니요
하느님 앞에 첫 번째 가는 계명입니다.
우리 감곡신자들은 ‘매괴성모순례지신자’ 라고 하는 타이틀이 붙습니다.
감곡성당에 사는 교우들은 성모님을 닮아서
누구보다도 입을 다스리고 침묵하고, 겸손한 줄 압니다.
매괴성지에 산다는 이야기만 들어도 식사대접을 받을 정도로 존경을 합니다.
하느님은 낮은 곳에 계신다는 것을 명심합시다.
그리스도의 강생의 신비는 바로 겸손의 신비임을 잊지 맙시다.
5년 전, 제가 첫미사 때, 드린 말씀을 기억하시는지 모르겠습니다.
참으로 어렵고 힘든 가운데 이곳에 왔습니다.
해결될 기미가 조금도 없는, 벼랑 끝에 선 마음으로 감곡에 왔습니다.
첫 주일미사를 하면서 교우들에게
“우리 감곡성당은 나무로 치면 100년이 넘는 고목입니다. 고목에
꽃이 피면 얼마나 아름답겠습니까? 그러나 고목에 꽃이 피지 않으면
도끼를 맞는 수밖에 없고 불쏘시개밖에 안됩니다. 저는 이곳의 고목에
꽃을 피우러 온 사람입니다. 그러니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있더라도
이 신부를 믿고 따라주십시오.“
5년 동안 순례자들을 상대하고, 그러다보니 자연히 본당신자들에게
힘이 못 미치는 부분이 분명히 많았을 겁니다.
서운한 점이 분명히 있었을 겁니다.
또 그것을 노골적으로 표현을 해서 저도 상처를 많이 받았습니다.
투서를 하고, 그럴 때마다 저는 하느님께.....(말씀을 잇지 못하심)
저는 아주 가는 거라고는 생각지 않습니다.
몇 년 동안 해외에 출장을 갔다가 그 일이 끝나면 다시 돌아 올 거라고
하는 희망을 갖고 이곳을 떠납니다.
매괴성지 못지않게 배티성지에도 하느님의 역사가
분명히 있을 거라고 생각이 됩니다.
마지막으로 당부 드립니다. 오늘 복음에 나오는 것처럼
예수님을 닮아서 겸손하십시오,
예수님을 닮아서 바보가 되십시오.
예수님을 닮아서 걸레처럼 사시기 바랍니다.
예수님을 닮아서 위로 올라서려 하지 말고 밑으로 내려가십시오.
부임신부님이 오셔서 사목하시더라도
‘우리 매괴 신자들은 참으로 아름답게 사는구나!’
저는 여러분들을 잘못 살기 때문에 꾸중하는 뜻은 눈곱만치도 없습니다.
우리들은 늘 모자라는 존재이기에 더 열심히 살아야 하지 않겠느냐!
하는 그런 뜻으로 마지막 강론 중에 여러분들에게 당부를 드리는 겁니다.
어찌 보면 고목에 꽃이 피기 시작하고, 열매를 보기 직전에 제가 떠나기에
그것이 아쉽지만 하느님의 역사는 특별히 다른 계획을 가지고 계신다고
보기 때문에 가벼운 마음으로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다시 돌아와서
하느님의 영적사업, 성모님의 영적사업을 해나가리라는 희망을 가지고
떠나려고 합니다.
바보가 됩시다.
불붙은 탄이 되어서 밑으로 내려갑시다.
걸레가 되어서 더러운 것 닦아줍시다.
우리 감곡신자 모두가 전 세계에서 엄마를 보기 위해 찾아오는
순례자들에게 성모님의 모습을 보여주고, 온유한 모습을 보여주고,
친절한 모습을 보여주고, 입을 다스리는 그런 모습을 보여줄 수 있도록~
감곡이라고 하는 이 작은 동네는 서로 겸손하지 않으면
상처를 줄 수밖에 없는 그런 여건 하에 살아갑니다.
뻔~한 사람들, 동네동네마다 다 아는 사람들...
그럴수록 우리는 조심해야 될 거라고 생각하고
은총이 강한 곳에는 사탄의 역사도 강하다는 것, 명심해 주시기 바랍니다.
배티성지 가서 저는 또 최양업신부님의
시복시성을 위해 힘을 쏟아야 될 겁니다.
여러분들이 미사전, 묵주기도 드릴 때, 최양업신부님의 시복시성을 위하여
기도해 주신다면 저는 먼 깊은 산골짜기에서 힘을 낼 거고
감곡신자들의 기도를 의지하여 잘 살거라고 저는 생각이 됩니다.
5년 동안 저를 도와주신 많은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를 드리고
또 무조건 믿고 따랐던 교우분들께도 머리 숙여 감사드립니다.
본당 직원들, 보좌신부님, 수녀님들께도 가슴 깊은 곳에서 감사를 드립니다.
아멘입니다.
http://cafe.daum.net/thomas0714 주님의 느티나무 카페에서
배티 은총의 밤 photo by- Y. bendic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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