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셉 신부님의 매일 복음 묵상 ◆
2011년 가해 연중 24주간 화요일 - 그리스도의 약점
어떤 사람이든 약점이 있습니다. 물론 그리스도에게서도 약점 아닌 약점을 발견됩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나임 과부의 외아들을 살려주십니다. 누가 청하지도 않았는데 그저 연민을 느끼시어 기적을 행하십니다. 왜 특별히 그 과부에게 연민을 느끼셨을까요?
다른 곳에 나오는 가나안 여인의 경우와는 정반대입니다. 가나안 여인 또한 자신의 딸이 마귀가 들렸다고 구해달라고 하지만 예수님은 자식에게 줄 빵을 개에게 줄 수 없다고 창피까지 주시며 거부하십니다. 그러나 오늘 경우는 어떤 누구도 그리스도께 대한 믿음을 보이지 않았음에도 자발적으로 죽은 아들을 살려서 돌려주시는 것입니다.
그 이유가 곧 그리스도의 약점입니다. 공평하셔야 할 분이 차별에 가까운 서로 다른 행동을 하시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오늘처럼 유달리 아들을 잃은 어머니에게 차별적인 자비를 베풀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요?
제가 유학을 갔다 오기 전과 지금은 외국인에 대한 시선이 조금을 달라졌음을 느낍니다. 유학을 가기 전에는 언어 차이도 있고 그래서 외국인들이 약간 무섭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영어를 배워야하니 영어권에서 온 백인들은 굉장히 대단해 보였습니다. 그들에 비해 이주 노동자들에겐 큰 관심을 갖지 못했습니다.
외국에 살면서 백인들의 우월주의와 배타주의를 적지 않게 경험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그들에게 또 한 명의 키 작은 유색인종에 불과했습니다. 제가 사제인 것을 밝히지 않고 그 나라말을 쓰는 것을 보면 그들은 저를 중국인 노동자 정도로 바라보기 일쑤였습니다.
이런 차별을 여러 차례 경험하고 한국에 들어오니 백인들을 대단하게 보는 마음도 사라졌고 오히려 이주 노동자들에 대한 연민이 커졌습니다. 그들이 우리 악덕 기업주들에게 당하는 것들을 보면 매우 화가 납니다.
아마 이런 것이 동병상련의 마음이 아닌가합니다. 백인과 이주노동자가 동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 저는 아마도 이주노동자를 먼저 구하지 않을까싶습니다.
내가 어떤 사람을 많이 사랑하게 되면 그 사람이 마음아파 하는 것을 보고 있을 수가 없습니다. 내 아기가 아프면 대신 아프고 싶은 것이 부모 심정이고, 나의 애인이 눈물을 흘리면 어떤 방법을 써서라도 그 눈물을 닦아주고 싶은 것이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입니다. 이 사랑의 정도의 차이가 바로 차별을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것이 불공평하다고 해서는 안 됩니다. 어차피 사랑엔 정도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모든 사람을 애인처럼 대할 수 없고 또 모든 사람을 자녀처럼 대할 수 없습니다. 이 차별은 사실 정당한 것이고, 오히려 그런 차별을 하지 않고 모든 사람을 똑같이 사랑한다고 말하는 것이 비인간적인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성모님을 사랑하는 마음도 그러했습니다. 예수님이 성모님을 사랑한 것처럼 우리를 사랑해 달라고 하면 그것이 정당하지 못한 요구입니다. 성모님은 예수님을 사랑을 받을 완전한 자격을 갖춘 분이시고 우리들은 예수님의 피로 죄를 씻어 주어도 계속 그 분 마음을 아프게 하는 사람들입니다.
가나의 혼인잔치에서 예수님은 처음에 잔치에 온 손님들에게 포도주를 만들어주기를 거부하십니다. 그러나 어머니의 성화에 못 이겨 기적을 행하십니다. 어머니가 아닌 어떤 누가 청했어도 그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입니다. 이것은 정당한 차별입니다. 어머니는 그런 사랑을 받을 자격이 있으신 유일한 분이시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은 예루살렘으로 올라가시며 아마도 앞으로 있을 당신 죽음을 생각하셨을 것입니다. 그리고 과부로 홀로 남겨져 무덤에 묻히는 아들을 바라보아야 할 어머니의 가슴 찢어지는 고통을 생각하셨을 것입니다. 그렇게 오늘도 독자를 잃은 한 과부 어머니의 가슴을 위로하고 싶으셨던 것입니다. 이렇게 어머니에 대한 사랑으로 차별 아닌 차별적인 기적을 일으키셨던 것입니다.
이것이 예수님의 약점입니다. 우리는 이 약점을 잘 이용해야합니다. 즉 그분의 약점인 성모님을 통해 기도하면 그 분이 안 들어주실 것까지도 들어주시기 때문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묵주기도의 힘이 가장 세다는 것입니다. 예수님의 약점은 성모님이기에 그분을 통해 기도하면 오늘의 경우에서처럼 더 쉽고 빠르게 우리가 원하는 것을 얻어낼 수 있습니다.
< 내 안에 사는 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