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복음은 바리사이로서 최고의회 의원인 니코데모란 사람이 밤중에 예수님을 찾아와 나누는 대화 가운데 한 토막입니다. 그래서 그런 배경 설정을 하면서 두 분이 진지한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관상해 보는 것도 유익하겠습니다만, 여기서는 오늘 복음 부분만 따로 떼내어 놓고 볼 때 묵상을 하는 쪽을 택했으면 합니다.
역시 예수님 말씀 한 구절 한 구절을 깊이 있게 제대로 알아들으려고 애써야 하겠습니다. 먼저 하늘에서 내려온 사람의 아들이 들어 올려진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살펴야 하겠습니다. 그것도 믿는 이들이 영원한 생명을 얻도록 하기 위해서라고 하십니다. 모세가 광야에서 뱀을 들어 올린 이야기와 결부지어 이야기하고 계시는 모습을 보면서 과거 사건과 현재 사건이 어떻게 연관되어 역사가 흘러가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생각이 머물렀으면 합니다.
다음으론 하느님의 계획을 알아듣는 것입니다. 세상을 너무나 사랑하시어 외아들을 내어 주셨고, 그를 믿는 이들은 멸망하지 않고 영원한 생명을 누리게 하려는 것입니다. 믿음이 무엇인지 영원한 생명은 무엇인지 등에 대해 어느 정도 이해하느냐에 따라 우리 존재의 깊이가 달라질 것입니다.
이어지는 문맥 속에서 하느님께서 외아들을 세상에 보내신 것은 세상을 심판하시려는 게 아니라 아들을 통해 구원하고자 하심이라는 말씀도 깊게 알아들으려고 애써야 하겠습니다. 심판이 무엇인지, 구원은 무엇인지 등에 머물러야 하겠습니다.
이런 묵상을 할 때 늘 그러하듯 기도하는 여러분 자신과 깊게 결부하여 알아들어야 할 것입니다. 영원한 생명이니 구원이니 믿음이니 하는 내용들을 추상적이고 이론적인 차원에서만 알아들어서는 안 된다는 말입니다. 내 믿음의 내용이 무엇인지, 내가 영원한 생명을 누린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지, 나는 예수님을 통한 심판과 같은 상념에 사로잡혀 있지나 않은지 등을 깊게 따져보며 기도 내용을 심화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유시찬 신부(예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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