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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9월 15일 고통의 성모 마리아 기념일 -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11-09-15 조회수799 추천수15 반대(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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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15일 고통의 성모 마리아 기념일-요한 19장 25-27절

 

“그때에 예수님의 십자가 곁에는 그분의 어머니와 이모, 클로파스의 아내 마리아와 마리아 막달레나가 서 있었다.”

 

<서 있다는 것>

 

 

    살다보면 때로 너무나 큰 고통, 감내하기 힘든 깊은 슬픔에 서있기조차 힘겨울 때가 있습니다. 이 세상에 두발을 딛고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그 누구라도 예외 없이 겪을 수 있는 상황이겠지요.

 

    금쪽같은 사람이었는데,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그였는데, 너무나 갑작스럽게, 먼저 간다, 잘 있어라, 작별의 인사말 한 마디 없이 떠나갔을 때의 그 당혹함, 그 비통함은 사람을 제대로 서있지 못하게 만듭니다. 꿈에도 생각하지 못한 비보(悲報)에 자신도 모르게 무릎에 힘이 풀려 그 자리에 주저앉고 맙니다.

 

    오늘 예수님의 십자가 밑에 서 계셨던 성모님의 고통은 그 보다 더했으면 더했지 덜하지 않았습니다. 산전수전 다 겪으며 출산한 아들이었습니다. 온갖 정성을 다해 애지중지 키워왔던 아들이었습니다.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아들, 어머니의 삶을 늘 큰 기쁨과 보람으로 가득 채워주던 든든한 아들이었습니다.

 

    그런 아들이 이 세상을 떠나가고 있습니다. 사랑이 떠나가고 있습니다. 그것도 가장 처참하고 혹독한 사형대인 십자가 위에서 천천히 죽어가고 있습니다. 생각 같아서는 아들 대신 자신이 십자가에 못 박혔으면 하는 마음이 굴뚝같았습니다. 단말마의 고통에 신음하고 있는 피투성이의 아들 밑에 서 있던 성모님의 다리는 자신도 모르게 후들후들 떨렸겠지요.

 

    너무나 처참한 아들의 몰골에 성모님의 가슴은 그야말로 무너져 내렸을 것입니다. 예수님이 겪으셨던 고통 그 이상의 고통을 성모님은 온 몸과 마음으로 느끼고 계셨을 것입니다. 그러나 성모님은 있는 힘을 다해 아들 예수의 십자가 밑에 꿋꿋이 서 계셨습니다.

 

    극심한 고통, 하늘이 내려앉는듯한 슬픔 가운데서도 성모님은 혼절하지 않으십니다. 분노의 절규도 절망의 비명도 외치지 않으셨습니다. 병사들이 당신의 아들을 더 이상 괴롭히지 못하도록 말리지도 않으셨습니다.

 

    성모님은 극심한 고통 중에도 당신 아들이 건네는 시선에서 지금이 ‘그 때’라는 것을 아셨습니다. 아들 예수가 견뎌내고 있는 극심한 고통과 자신이 감내하고 있는 깊은 슬픔을 통해 하느님 아버지의 인류 구원 계획이 실현되고 있음을 파악하셨습니다.

 

    그래서 오직 당신이 하실 수 있는 최선의 노력, 젖 먹던 힘까지 다해 더 이상 내려갈 수 없는 비극적인 상황 앞에 꿋꿋이 서 계셨습니다. 침묵 중에 온 몸과 마음을 다해 하느님 아버지의 뜻이 이루어지기를 기도하셨습니다.

 

    오늘, 고통의 성모 마리아 기념일에 우리 각자에게도 한 가지 과제가 주어집니다. 우리도 성모님처럼 십자가 위에 매달리신 예수님을 응시하는 일입니다. 그분의 시선에 우리 시선을 맞추는 일입니다.

 

    그분의 고통 앞에서 마냥 슬퍼하고 망연자실할 것이 아니라 그분의 고통에 담긴 의미를 파악하기 위해 노력하는 일입니다. 그분의 큰 고통에 우리의 작은 고통을 합치시키는 일입니다. 나보다 더 큰 고통을 겪고 있는 내 이웃들의 고통을 응시하는 일입니다. 내게 일상적으로 다가오는 숱한 고통 앞에 성모님처럼 꿋꿋이 서 있는 일입니다. 이해하지 못할 큰 고통 앞에서도 성모님처럼 끝까지 직면하는 일입니다.

 

†살레시오회 수도원 수련원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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