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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하느님과 돈 - 9.16, 이수철 프란치스코 성 요셉 수도원 원장신부님
작성자김명준 쪽지 캡슐 작성일2011-09-16 조회수422 추천수9 반대(0) 신고

2011.9.16 금요일 성 고르넬리오 교황(+253)과 성 치프리아노 주교(+258) 순교자 기념일

1티모6,2ㄹ-12 루카8,1-3

 

 

 

 

하느님과 돈

 

 

 

하느님이냐 돈이냐? 정신이냐 물질이냐? 존재냐 소유냐?

 

양자택일의 문제가 우선순위의 문제이나

간혹 양자 중 택일해야 할 때도 있습니다.

“저희가 복된 순교자 고르넬리오와 치프리아노를 본받아

  용감한 정신으로 굳세어져 복음의 진리를 증언하게 하소서.”

 

오늘 영성체 후 기도에서 보다시피

두 순교성인은 배교가 아닌 하느님을 택해 순교했습니다.

 

얼마 전의 체험도 잊지 못합니다.

공동체 형제들이 다 소풍을 떠나고

연노하신 할아버지 수사님과 둘이 남았을 때 점심 식사 문제였습니다.

어느 수도형제는 밖에서 음식을 시켜 먹으면 어떻겠느냐 조언했지만

영 내키지 않았습니다.

노 수사님을 생각하면 주문해 좋은 음식을 대접하고 싶고

수도규율을 생각하면

늘 하던 대로 있는 음식 그대로 조촐하게 먹고 싶고…,

갈등하던 중 수도정신을 택해 있는 음식 그대로 먹으며

둘이 있어도 그대로 식탁 질서를 지켰습니다.

 

순간 물질에 대한 정신의 승리를 생각하니 흐뭇했습니다.

“원장이 원칙대로 해야지”

 

 

오늘은 ‘하느님과 돈’에 대한 묵상을 나눕니다.

보이지 않는 하느님이 이상이라면 보이는 돈은 현실입니다.

하느님 없이도 못 살지만 돈 없이도 못 삽니다.

 

움직이면 돈이요, 벌기는 힘들어도 쓰기는 쉬운 게 돈입니다.

돈이 하느님이 된 자본주의사회에서는 더욱 그러합니다.

종교도 정치도 경제의 돈으로부터 자유롭기는 참으로 힘듭니다.

 

가난이 앞문으로 들어오면 사랑은 옆문으로 달아난다 합니다.

가정불화 역시 돈이 부족할 때 생기는 게 태반입니다.

돈이 있으면 귀신도 부릴 수 있다 하니

돈만 있으면 모든 것이 가능하다는 이야기입니다.

 

하느님만을 찾는 수도원 역시

돈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음은 마찬가지입니다.

수도원에서 땅의 현실에 뿌리내리고 사는 이는

원장과 당가(재무)뿐이라는 말도 있습니다.

두 사람만이 수도원의 전체 살림과 더불어

돈의 흐름을 파악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삶은 돈이다” 매달 당가와 수도원 살림의 점검 중

수입 지출을 확인하면서 저절로 새어나온 말입니다.

겉으로는 평화롭게 돌아가는 수도원 같지만

속에서는 흐르는 물처럼 들어오고 나가고…

매일 끊임없이 흐르는 돈이라는 것입니다.

돈의 흐름이 원활하기에 공동체의 평화입니다.

돈의 흐름이 원활치 않아 끊어질 때

수도공동체 역시 어려움에 봉착하니 이게 엄연한 삶의 현실입니다.

 

원장과 당가, 하느님과 돈은 긴밀히 연결되어있음을 봅니다.

중요한 건 우선순위입니다.

기도가 있고 일이듯이 하느님이 있고 돈입니다.

 

“수도원의 당가로 선정될 사람은…

  하느님을 두려워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그는 전체 공동체를 위하여 아버지처럼 해야 한다.”

 

수도원의 돈을 관리하는 당가는

우선적으로 하느님의 뜻을, 공동체의 복지를

염두에 둬야 한다는 말입니다.

하느님을 따를 때는 사람도 돈도 따르지만

돈을 따를 때는 하느님도 사람도 돈도 잃습니다.

 

예전 연합회 총회에 참석했을 때의 깨달음도 잊지 못합니다.

현대 수도생활의 쟁점으로 부각된 문제는

수도정신의 이완, 성소자 감소, 재정적 어려움 셋이었고,

이 셋은 분리된 것이 아니라 하나로 연결되었음을 봅니다.

하느님을 찾는 수도승 본연의 수행에 충실했을 때

성소자의 사람도 봉헌금의 돈도 저절로 뒤따르지만,

반대로 하느님을 찾는 수도정신이 이완됐을 때는

사람도 돈도 떠난다는 사실입니다.

 

“사실 돈을 사랑하는 것이 모든 악의 뿌리입니다.

  돈을 따라 다니다가 믿음에서 멀어져

  방황하고 많은 아픔을 겪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오늘날에도 이런 이들은 얼마나 많은지요.

돈을 따라다닐 때 자기를 잃어 황폐해지는 몸과 마음입니다.

사도 바오로는 티모테오뿐 아니라

순교성월을 맞이한 하느님의 사람들인 우리 모두를 향해 말씀하십니다.

 

 

“하느님의 사람이여, 그대는 이러한 것들을 피하십시오.

  그 대신에

  의로움과 신심과 믿음과 사랑과 인내와 온유를 추구하십시오.

  믿음을 위하여 훌륭히 싸워 영원한 생명을 차지하십시오.”

 

결국 세상 돈이 아닌

하느님을, 영원한 생명의 하느님을 추구하라는 말씀입니다.

우리는 이 세상에 아무것도 가지고 오지 않았으며

이 세상에서 아무것도 가지고 갈 수 없습니다.

본질적인 하느님만을 찾을 때

부수적인 모든 것은 저절로 따라오기 마련입니다.

 

“너희는 먼저 하느님의 나라와 그분의 의로움을 찾아라.

  그러면 이 모든 것도 곁들여 받게 될 것이다.”

 

예수님의 말씀이 그대로 오늘 복음을 통해 실현되고 있음을 봅니다.

예수님과 열두 제자들이

하느님의 나라를 선포하고 복음을 전하는 본질적인 것에 올인했고,

이들을 따르는 자매들은

자기들의 재산으로 예수님의 일행에게 시중을 들며

이들의 필요를 해결해 줍니다.

 

 

매일의 이 거룩한 미사시간

주님은 당신만을 찾는 우리 모두의 부족함을 채워주십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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