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의 승리자
가톨릭 성가의 “나의 생명 드리니~”를 부를 때면 부끄러운 생각이 들 때가 많습니다.
생명을 드린다고 노래하지만 정작 주님을 위해 아무것도 드리지 않으면서
헛말만 하는 것은 아닌지, 우리 믿음의 선조들은 정말 주님을 위해 생명을 드리셨는데
나는 어떤 믿음의 생활을 하고 있는지 반성하게 됩니다.
103위 성인 중의 한 분이신 권득인 베드로 성인은 서울에서 태어나셨는데
어려서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16세에 어머니마저 돌아가셨습니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결혼하여 십자가와 성패를 팔아 전교하며 가난한 생활을 하셨습니다.
성인의 일상생활은 첫닭이 울 때 일어나 등잔불을 켜고 날이 밝기까지 기도하고,
또 이웃을 돌볼 때는 힘을 다하여 어떠한 어려움에도 상관하지 않고 자기 사명처럼
일을 해주어 주위의 모든 사람들이 성실한 봉사에 칭송하셨다고 합니다.
기해박해 때 성인의 나이가 34세이셨고, 어린 자녀 5명과 모두 압송되어
4개월 동안 온갖 모욕과 함께 강제로 배교시키기 위해 못된 형리에게 맡겨져
무서운 매질과 고문으로 마침내 순교하셨습니다. 권득인 베드로의 순교 소식을 들은
나모방 신부님께서 “전에 베드로가 나에게 꿇어 인사하였는데,
이제는 내가 베드로 앞에 무릎을 꿇고 인사할 차례이다”라고 하셨다고 합니다.
우리 성인들을 묵상하면서 깨닫게 된 것은,
성인들이 어느 날 갑자기 특별한 용기와 결심으로 순교의 은총을 받은 것이 아니라
평범한 삶 속에서 하느님께 대한 사랑과 기도의 삶이 있으셨기에 순교가 가능했다는
것입니다. 그분들은 어떤 환경에서도 기도하셨습니다.
포졸들을 피해 산속으로 숨어 다니면서도 기도하시고, 고문대 위에서도 기도하시고,
매를 맞으면서도 기도하셨습니다. 이런 기도의 삶이 있었기에 희광이의 시퍼런
칼날 앞에서도 웃으면서 칼을 받을 수 있는, 성령의 힘이 나왔습니다.
기도의 삶을 사셨던 권득인 베드로 성인님, 진심으로 사랑하고 존경합니다.
당신께서 한 알의 밀알로 기꺼이 죽으셨기에 오늘 저희가 여기 있습니다.
피가 터지고 뼈가 부러지는 그 고통과 신음소리 하나하나에서
우리가 믿음의 생명을 받았습니다. 감사하고 또 감사합니다.
천상에서 우리를 위해 기도해 주시는 권득인 베드로 성인님,
저희 모두가 당신처럼 믿음의 승리자가 될 수 있도록 전구해 주소서.
오늘 저희가 살아가는 현실 안에서 당신처럼 무시무시한 고통은 아니지만
작고 큰 시련 앞에서 그 고통에 눌려있지 않고 오히려 그 고통을 통해
“주님, 저는 아무것도 할 수 없지만 주님은 무엇이든지 하실 수 있음을 믿습니다.
이 고통을 통해 저희를 생명의 길로 이끌어 주실 줄 믿습니다.” 라고
힘찬 믿음의 고백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소서.
세상은 우리에게 하느님은 없다고 말하면서, 한 번 가면 다시 오지 않는 세상이니
한평생 나를 위해 살고, 내 가족을 위해 살고, 나만 위해 살라고 말하지만,
우리도 순교자님들처럼 주님을 위해 생명을 내놓을 수 있는 믿음을 전구해 주소서.
한국 순교 복자 수녀회
김경희 루치아 수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