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9월18일 성 김대건 안드레아와 성 정하상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 대축일 경축 이동 -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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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노병규 | 작성일2011-09-18 | 조회수603 | 추천수14 | 반대(0) 신고 |
9월18일 성 김대건 안드레아와 성 정하상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 대축일 경축 이동-루카 9장 23-26절
“나 때문에 자기 목숨을 잃는 사람은 목숨을 구할 것이다.”
<눈물로 쓴 편지>
저희 살레시오회 회원 가운데 중국에 선교 오셨다가 순교하신 두 분의 회원이 계십니다. 베르실리아 주교님과 카라바리오 신부님이십니다.
두 분 가운데 카라바리오는 아주 젊은 나이에 순교하셨습니다. 갓 스물이 넘은 신학생 시절, 아직 앳되고 감성이 풍부하던 한 젊은이가 고향땅을 등지고 이역만리 떨어진 중국으로 떠나왔습니다.
큰 바다를 건너오던 배위에서, 도착해서, 낯선 언어를 배우느라 고생하면서, 나름대로의 작은 성취에 행복해하면서, 카라바리오는 사랑하는 어머니께 편지를 썼습니다.
그가 순교한 이후 수도회에서는 주고받은 편지를 책으로 엮었습니다. 영적독서로 그 책을 읽게 되었는데, 정말 눈물 없이 읽을 수 없는 책이었습니다.
젊은 선교사는 어머니께 보낸 매 편지 말미에 언제나 작별인사를 했는데, 그냥 작별인사가 아니라 마지막 작별인사였습니다. 멀지 않아 다가올 죽음을 예견이라도 했었는지, 편지마다에는 “사랑하는 어머니, 천국에서 만나요.”라는 인사가 적혀있었습니다.
오늘 우리는 한국 순교자 대축일을 경축하고 있습니다. 우리 땅에 오셔서 순교하신 선교사들의 삶과 죽음도 조금도 다를 바가 없었습니다.
그분들에게 ‘조선 선교사 파견’이란 말은 ‘예견된 죽음’이란 말과 동의어였습니다. 죽을 것을 뻔히 알면서 예루살렘으로 입성하신 예수님의 길과 100% 일치하는 길이었습니다.
파리 외방선교회 본부를 떠나오면서 그들은 미리 부모님들께 마지막 하직 인사를 올렸습니다. 동료사제들과 주교님께 힘찬 포옹을 건네면서 용기를 냈습니다. 마지막으로 비장한 각오로 유서를 남기고 그렇게 한국 땅으로 건너오셨습니다.
이 땅의 순교 성인들, 그들은 오랜 박해의 나날들, 눈물로 열심히 씨를 뿌렸습니다. 결국 멀지 않아 만면에 미소를 지으면서 환호하며 곡식을 거둘 것을 확신했습니다.
뿌릴 씨 들고 울며 가던 그들, 승리를 향한 여행길이 너무나 험난하고 고통스러웠지만, 오래 가지 않아 눈물길은 향기로 가득 찬 꽃길로 변하리라는 기대를 품고 있었습니다.
그들의 특별한 인생, 세상 사람들의 눈에는 버림받은 인생으로 비춰졌겠지만 사실 그들의 나날은 ‘지상천국’이었습니다. 살아서부터 하느님을 뵈었으며, 그들의 두 눈은 불사불멸에 대한 희망으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오늘도 그 옛날 끔찍한 박해 이상으로 큰 고통을 겪고 있는 분들이 계십니다. 참으로 혹독한 현실을 기꺼이 감내해내고 계신 분들이 있습니다.
이런 분들, 어쩌면 이 시대 순교자들입니다.
부디 힘내십시오. 그 고통의 끝이 멀지 않았습니다. 하느님께서 주실 영광의 상급이 멀지 않았습니다. 언젠가 다가올 하느님의 크신 상급 영원할 것입니다.
그 고통에 의미를 부여하십시오. 그 고통을 예수님의 고통에 일치시키십시오.
이것이 바로 오늘 이 시대, 순교의 삶을 살아가는 것입니다.
†살레시오회 수도원 수련원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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