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순교는 사랑이다 - 9.20, 이수철 프란치스코 성 요셉 수도원 원장신부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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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김명준 | 작성일2011-09-20 | 조회수426 | 추천수7 | 반대(0) 신고 |
2011.9.20 화요일 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와 성 정하상 바오로 동료 순교자 대축일 지혜3,1-9 로마8,31ㄴ-39 루카9,23-26
순교는 사랑이다
오늘은 ‘순교와 사랑’에 대한 묵상을 나눕니다. 사랑의 순교, 순교의 사랑입니다. 말씀 묵상 중 퍼뜩 떠오른 ‘순교는 사랑이다’라는 말마디였습니다. 하느님은 사랑이십니다. 하느님의 사랑은 순교적 삶의 원천입니다.
얼마 전 수녀원 방문 시 수녀님의 무심코 하신 말씀을 잊지 못합니다. “부부생활은 순교입니다.” 피정 온 분들에게 이 말을 하면 다들 웃습니다. 이어 “여러분은 살아있는 순교자들입니다.” 하면 폭소를 터뜨립니다. 뭔가 공감이 가기 때문일 것입니다.
사실 평생 항구히 한 사람을 믿고 사랑하며 산다는 것은 말 그대로 순교적 삶입니다. 하느님의 사랑이 지칠 줄 모르는 순교적 삶의 원동력입니다. 다음 사도 바오로의 고백은 언제 들어도 심금을 울립니다. “무엇이 우리를 그리스도의 사랑에서 갈라놓을 수 있겠습니까? 환난입니까? 역경입니까? 박해입니까? 굶주림입니까? 헐벗음입니까? 위험입니까? 칼입니까?…그러나 우리는 우리를 사랑해 주신 분의 도움에 힘입어, 이 모든 것을 이겨내고도 남습니다. 나는 확신합니다. 죽음도, 삶도, 천사도, 권세도, 현재의 것도, 미래의 것도, 권능도, 저 높은 곳도, 저 깊은 곳도, 그 밖의 어떠한 피조물도 우리 주 그리스도 예수님에게서 드러난 하느님의 사랑에서 우리를 떼어 놓을 수 없습니다.”
이런 그리스도의 사랑에, 하느님의 사랑에 뿌리내릴 때 지칠 줄 모르는 순교적 삶입니다. 하느님의 사랑은 그대로 우리의 사랑이 되어 하느님께 대한, 그리스도께 대한 열렬한 사랑이 됩니다. “누구든지 내 뒤를 따라오려면, 자신을 버리고 날마다 제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라야 한다.” 바로 이게 순교적 삶입니다. 생명의 길, 구원의 길, 사람이 되는 길은 이 십자가의 길뿐입니다.
첫째 자기를 버리고 주님을 따라야 합니다.
억지로, 마지못해가 아닌 자발적 기쁨으로 자기를 버리는 것입니다. 주님께 대한 열렬한 사랑 있어 자발적 자기 버림입니다. 주님 사랑은 자기 버림으로 표현되기 마련입니다.
우리 삶의 여정은 계속 자기를 버려가는 여정입니다. 모든 병고와 시련, 아픔과 상처 등 모두를 자기 버림의 계기로 삼을 때 내적성숙에 자유롭고 충만한 삶입니다. 자기 버림의 빈자리에 가득 채워지는 내적 평화와 불사의 희망입니다.
주님 때문에 자기 목숨을 잃는 사람은 목숨을 구합니다. 주님 사랑 때문에 자기를 부단히 버려갈 때 영원한 생명입니다.
둘째 제 십자가를 지고 주님을 따라야 합니다.
자기 버림만으론 부족합니다. 자기 버림의 그 자리에 제 십자가 자리하고 있어야 합니다. 우열을, 호오를 비교할 수 없는 제 고유의 십자가입니다.
사람마다 다 다르고 그 인생길이 다 다르듯 그 십자가도 다 다릅니다. 내 한계와 부족 등 내 존재 자체가 십자가입니다. 이 내 운명의 십자가를, 이 내 책임의 십자가를 끝까지 지고 갈 때 구원입니다. 누구를 탓하거나 원망할 것도 없이 묵묵히 내 있는 그대로의 십자가의 짐을 지고 주님을 따르는 것입니다.
이 십자가를 질 수 있는 힘은 바로 주님께 대한 열렬한 사랑입니다. 십자가의 짐을 가볍게 해 달라고, 치워 달라고 기도할 게 아니라 십자가를 기쁘게 질 수 있는 힘을, 사랑을 달라고 기도해야 합니다. 제 십자가를 묵묵히 지고 주님을 따르는 이들이 의인이요 거룩한 사람입니다.
은총과 자비가 이들에게 주어지고 주님께서는 이들을 끝까지 돌보십니다.
셋째 ‘날마다’ 주님을 따라야 합니다.
한번으로 끝나는 자기를 버리는 일이, 제 십자가를 지는 일이 아니라 ‘날마다’입니다.
영성생활에는 왕도도 지름길도 요령도 없습니다. 다만 죽을 때 까지 날마다 자기를 버리고 제 십자가를 지고 새롭게 시작하는 일뿐입니다. 죽어야 제대인 주님의 영원한 현역의 전사(戰士)들인 우리들이요, 죽어야 졸업인 주님의 영원한 학생인 우리들입니다.
넘어지면 일어나고, 넘어지면 일어나고…늘 새롭게 오늘 지금 여기의 영원을 사는 것입니다. 살아계신 주님을 만나는 자리는 바로 새롭게 시작하는 오늘 지금 여기의 제자리입니다.
‘순교자(殉敎者)’와 오버랩 되어 떠오르는 ‘자살자(自殺者)’였습니다.
하루 42,6명이 자살하는 오늘 우리나라의 현실입니다. 희망의 끈, 사랑의 끈이 끊어졌을 때 절망 중에 자살하는 이들입니다. 반면 하느님 희망의 끈, 사랑의 끈 끝까지 잡고 살 때 순교적 삶에 항구할 수 있습니다.
주님께 대한 열렬한 사랑, 한결같은 신뢰와 희망 있어 순교적 삶에 항구할 수 있습니다. 주님을 놓칠 때 방황입니다. 날마다 자기를 버리고 제 십자가를 지고 주님을 따를 때 생명에 이르는 구원의 길입니다.
바로 이 주님께서 이 거룩한 미사를 통해 당신을 잘 따를 수 있도록 ‘용사(勇士)들의 음식’인 성체의 사랑으로 우리를 가득 채워 주십니다.
“눈물로 씨 뿌리던 사람들 환호하며 거두리라.”(시편126,5).
아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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