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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오랜만에 장편소설을 출간했습니다
작성자지요하 쪽지 캡슐 작성일2011-09-22 조회수350 추천수1 반대(0) 신고
             오랜만에 장편소설을 출간했습니다 
                               일곱 번째 장편소설 <향수>
 
 
 
 
 
 

 
▲ 장편소설 <향수> / 2002년 <죄와 사랑> 출간 이후 근 10년 만에 펴낸 일곱 번째 장편소설집이다.  
ⓒ 지요하 - 향수


1982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와 <소설문학>지 신인상으로 등단한 이후 어느 새 30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습니다. 30년 가까이 작가 명색을 유지했지만(젊은 시절 한때는 평론가들의 ‘월평’에도 자주 오르고 조금 주목을 받기도 했지만), 대체로 별스럽지 않은 작가 꼴을 면치 못했습니다.

그런 대로 열심히 글을 썼고, 지금까지 도합 12권의 책을 내었습니다. 이중에서 장편소설은 일곱 편(총 아홉 권)이 됩니다. 처음 세 권은 인세 수입이 좀 있었지만, 그 다음부터는 책을 출간했다는 것으로 모든 의미가 종결되었습니다,

2002년 <죄와 사랑>이라는 장편소설을 출간했습니다. 2008년 환갑을 먹던 해에는 세 권의 신앙문집(시집·산문집·소설집)을 자비로 출간했습니다. 그리고 올해 <향수>라는 장편소설을 출간하게 되었습니다. 2002년 <죄와 사랑> 출간 이후 근 10년 만에 또 하나의 장편소설을 책으로 엮게 된 것입니다.

책을 출간한 기쁨보다는 불안과 두려움이 앞서는 것 같습니다. 대형 서점의 진열대에 오르는 기간이 대략 열흘이라고 하더군요. 책이 잘 빠지지 않으면 열흘 후에는 진열대에서 퇴출을 당하게 되고, 책이 좀 빠지면 좀 더 오래 진열대에 붙어 있게 된다고 하더군요.

웬만한 출판사들은 대형 서점의 진열대에서도 좋은 자리를 차지하려고 음으로 양으로 ‘작업’을 하고, 이렇다 하는 출판사들도 자사의 책을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리기 위해 ‘사재기’라는 것을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하더군요.

나는 서울도 아닌 지방 출판사에서 책을 만들었기 때문에 그저 겨우 유통구조를 활용하기만 할 뿐입니다. 판촉능력 같은 건 아예 없는 거지요. 그걸 뻔히 알면서 지방 출판사를 선택했습니다.

<향수>라는 이름의 장편소설을 출간함에 있어 ‘애향심’ 같은 것도 작용했고, 지방 출판사에서도 책을 깔끔하고 멋지게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싶었고, 아무도 시도하지 않은 모험정신의 발휘랄까, 지방 출판사에 의뢰하여 책을 만들어도 성공할 수 있다는 ‘신기원’같은 것을 창출하고 싶은 의지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얘기는 결과를 가지고 해야 할 말이겠지요.

아무튼 오랜만에 장편소설 하나 출간했습니다. 요즘에 쓴 신작은 아닙니다. 20년 전, 그러니까 40대 중반 시절에 쓴 작품입니다. 무려 20년 동안이나 잊고 있었던 소설을 이제야 책으로 엮어 펴낸 것입니다.

그것의 자세한 속내를 ‘작가 서문’에 밝혔습니다. <향수가 있으십니까?>라는 제목의 ‘작가 서문’을 소개해 보겠습니다.

 


작가 서문


                                       '
향수'가 있으십니까?




1990년 5월 충남 태안의 <태안신문>이 창간되었습니다. 창간호에 ‘연재소설’ 예고가 나가고, 21일의 제2호부터 소설 연재가 시작되었습니다. 그리고 1992년 9월 30일 104회로 소설은 끝이 났습니다.
태안신문에 연재를 할 당시의 소설 제목은 <고향타령>이었습니다. 당시에 가지고 있었던 9인승 승합차를 ‘이동집필실’ 삼아 차 안에 작은 책상 하나 들여놓고, 도시락을 싸 가지고 몽산포 해변 등을 다니며 차 안에서 원고지에 육필로 작업을 하던 날들의 기억이 아련합니다. 그때로부터 어느 새 20년이 흘렀습니다.

고장에 몸을 놓고 사는 작가로서 고장의 언론매체를 도와야 한다는 일종의 사명감으로 한 일이지만, 주간지인 지역신문에 연재소설을 쓴다는 것은 여러 가지로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그래도 기를 쓰고 끝을 보기는 했지만, 그것으로 끝이었습니다. 그 후 나는 그 소설을 거의 완벽하게 잊고 살았습니다.
1999년부터 컴퓨터로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한 아가씨의 도움으로 그 소설을 알뜰히 컴퓨터 안에 담아놓을 수 있었습니다. 그랬을 뿐 그 후로는 또 그 소설을 까맣게 잊었습니다.
그러다가 2008년 환갑을 먹던 해에 태안 앞바다 유조선 원유유출 사고와 관련하여 중병을 치르고 난 다음부터 내 ‘과거지사’들을 돌아보는 일에 신경을 쓰게 되었습니다. 20년 전에 <태안신문>에 <고향타령>이라는 장편소설을 썼던 사실을 기억해내고, 또 10여 년 전에 컴퓨터 안에 담아놓을 수 있었던 것을 기쁘게 기억하며 올해 들어 참으로 오랜만에 그 소설을 읽어볼 수 있었습니다.

여러 가지로 오늘의 상황이 20년 30년 전으로 돌아간 실정임을 절감하며 살고 있습니다. 소설을 읽다보니 소설 안에 들어 있는 20년 30년 전의 상황들이 오늘에도 그대로 재현되고 있음을 절감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세월은 사반세기가 지났건만 변한 것은 없습니다. 변화야 있었지만 그 변화는 곧 능멸되었고 퇴보를 가져왔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30년 전이고, 30년 전은 오늘입니다. 심각한 역주행 현상 속에서 파생한 ‘국격(國格)’이라는 말은 역설적으로 ‘30년 퇴보’를 확실하게 표징하는 자기 모멸적이고 자화상적인 언어가 되었습니다.
20년 전에 지은 소설이지만 손을 대지 않기로 하였습니다. 시점이동 같은 것을 전혀 시도하지 않았습니다. 당시의 물가와 풍습과 실상들을 그대로 유지시켰습니다.

고장의 지역신문에 연재 형식으로 지은 소설이니 지역 출판사에 의뢰하여 책을 만드는 것도 의미 있고 모양새 좋은 일일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서울의 유명 출판사들을 기웃거리고 노크하는 수고를 하지 않기로 하였습니다. 그러기도 싫고 그럴 근력도 없지 싶습니다. 하지만 지역출판사에 출판을 의뢰하면서 유통구조를 최대한 활용해 달라는 부탁을 했습니다. 이런 일 또한 작은 모험이고 시도이며 개척정신의 발로일지 모르겠습니다.  

1993년 모친의 고희(古稀)를 맞아 선친의 유고동화집 <팥죽할머니와 늑대>를 서울의 <산하출판사>에 의뢰하여 펴낸 바 있습니다. 선친의 예쁜 유고동화집으로 홀로 되신 모친의 칠순을 기념해 드렸고, 고희연에 오신 분들께 뜻있는 선물을 드릴 수 있었습니다.
올해 제 노친이 88세 미수(米壽) 생신을 맞습니다. 2009년 6월 서울성모병원에서 폐암 말기 진단을 받았는데, 임파선에도 암이 있다고 했습니다. 또 엉덩이뼈로 전이된 암세포가 확장되면서 그 암세포 부위가 골절되어 일어서지도 못하게 되었습니다. 그해 11월 한 달을 꼬박 서울성모병원 호스피스병동에 머무실 때는 거의 별세 직전에 이르기도 했습니다.
그런 노친이 요양병원 생활 7개월 만에 완쾌된 몸으로 2010년 7월 5일 퇴원을 하셨습니다. 당신의 두 다리로 자유로이 걷고, 특별히 아픈데도 없고, 식사도 잘 하시니 참으로 크신 하느님의 은총일 듯싶습니다.
그렇게 기적적으로 소생하신 노친이 올해 미수를 맞게 되셨으니, 좀 더 각별하게 미수를 축하해드리고 싶은 마음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노친의 미수 생신을 기념하는 뜻으로 20년 전에 지었으되 지역신문 연재 이후 20년 동안 잊고 또 방치했던 내 장편소설 <향수>를 오늘 책으로 펴내게 된 것입니다.

‘향수’는 우리 인간에게 진실로 고귀한 정서입니다. 일차적으로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뜻하는 것일 테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닐 것입니다. 또 ‘고향’이라는 것이 어떤 지리적 공간만을 의미하는 것도 아닐 것입니다. 우리가 알고 모르는 가운데 잊거나 잃어버린 원초적인 그 무엇들은 사실 많고도 많을 것입니다.  
또 어쩌면 우리는 ‘향수’라는 것 자체를 잊고 살아가는지도 모릅니다. 사람은 영혼을 지니고 살기에 향수를 잊거나 잃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뭔가를 그리워한다는 것, 마땅히 그리워해야 할 것들을 그리워하며 사는 그 ‘마음’이 인간사회에 ‘희망의 꽃’을 피워내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 책이 조금이나마 독자 여러분과 ‘향수’를 나누는 것이 되기를 바랍니다.

                 2011년 9월, 가을로 접어드는 태안읍 밤골마을 뜨락에서 지요하 절
 
▲ 장편소설 <향수> / 20년 전에 지은 소설을 이제야 책으로 펴내었다. 옛날에 써놓기만 하고, 또는 지방지들에 연재만 하고 책으로 묶지 못한 작품들이 여러 편이나 되는데, 내 생전에 모두 책으로 엮을 수 있을지...  
ⓒ 지요하 - 향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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