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는 하루에도 수많은 이야기를 듣습니다. 이야기뿐 아니라 수많은 소리를 듣습니다. 음악·정보·뉴스·드라마·영화·오락·게임·광고·상식 등. 요즘 버스나 전철 심지어 걸을 때도 귀에 이어폰을 꽂고 있는 사람들을 많이 봅니다. 하루 종일 귀를 가만두지 않습니다. 무엇인가 끊임없이 듣지 않으면 안 되는 듯이.
어느 사이엔가 우리 삶 안에서 ‘침묵’이 사라졌습니다. 침묵은 분명히 공허와는 다른데도 침묵 속에 떠오르는 하느님의 소리를 들으려 하지 않습니다. 침묵은 우리에게 마음을 열도록 도와주고 사랑과 인내도 가르쳐 주며 관대함과 용서도 가르쳐 줍니다. 또한 침묵은 우리 마음속에 감추어져 있는 하느님의 사랑과 뜻을 깨닫도록 도와줍니다. 가만히 보면 해가 떠오를 때나 달이 뜰 때나 늘 침묵이 흐릅니다.
‘귀담아들어라.’라고 말씀하시는 주님의 뜻은 잘 듣고 마음에 새기라는 말씀으로 들립니다. 하느님의 뜻은 감추어져 있기에 마음에 담아 잘 보고 새기고 음미해야만 그 참뜻을 알게 됩니다. 하느님의 뜻은 머리보다 마음으로 알 수 있는 것이기에 시간이 걸리고 인내가 필요하고 용기도 필요합니다. 침묵은 세상의 소리와 소유를 포기하고 사람들의 이해를 찾지 않으며 신앙으로 그분의 말씀을 들을 수 있게 합니다.
제자들에게 ‘귀담아들어라.’라고 말씀하시는 주님의 음성이 들립니다. 예수께서는 당신께서 걸어가신 십자가의 길을 따르도록 우리를 초대하시면서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나의 소리를 듣기 위해 먼저 침묵하여라.’
심종미 수녀(전교가르멜수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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