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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성인의 통공 - 김경희 루치아 수녀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11-09-24 조회수447 추천수5 반대(0) 신고

성인의 통공


 

    103위 성인호칭기도를 하면서 특별히 성인들을 사랑하게 된 계기가 있습니다. 이렇게 이름만 부르지 말고 성인들께 직접 도움을 청하는 기도를 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매일 성인 한 분씩 정해서 그분의 삶과 행적을 읽고 아침에 눈을 뜨는 순간부터 그 성인과 하루의 삶을 함께 사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날 꼭 기도해주고 싶은 사람 한 명과 돌아가신 영혼 한 분을 정하여 오늘 함께 생활하는 성인께 통공기도를 부탁하였습니다.

 

    이렇게 기도하면서 만난 103위성인 중에 잊을 수 없는 성인이 계시는데 손자선 토마스 성인이십니다. 이분은 23세의 농부이셨습니다. 어느 날 길을 가다가 나라에서 붙여놓은 공고문을 읽게 됩니다. 포졸들은 천주교인들을 붙잡아 갈 때 물건도 압수하였는데 “천주교인들의 물건을 찾아가라.”라는 글을 읽고 관가에 들어가 천주교인들의 물건을 찾으러 왔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천주를 배반해야만 물건을 내줄 수 있다고 하자 “죽어도 배반할 수 없습니다.”라고 대답합니다. “죽는 것이 두렵지 않으냐?” “죽는 것이 왜 두렵지 않겠습니까?

 

    그러나 천주님 배반하는 것은 천 배나 더 두렵습니다.” 포졸들은 손자선 토마스를 나무에 매달아 매질을 하고 오물까지 끼얹습니다. 오물을 뒤집어쓰면서 손자선 토마스가 “잘됐다, 잘됐다.”라고 하자 오물을 끼얹던 포졸이 기가 막혀 묻습니다. “이 더러운 오물을 너의 몸에 끼얹는데 무엇이 잘됐다는 말이냐?” 손자선 성인은 “오, 주께서 나를 위해 초와 쓸개를 마시고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셨는데 이 죄인이 이런 오물을 뒤집어쓰는 것은 잘된 일입니다.”라고 말씀하십니다.

 

    성인의 이 말씀이 저에게는 무척 감동을 주었습니다. 그 옛날 우리보다 하느님을 아는 지식이 부족하셨을 텐데 어떻게 이런 순수한 하느님께 대한 사랑을 지니셨는지, 손자선 토마스 성인을 본받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누군가 저를 향해 안 좋은 말을 하는 것이 들릴 때면 “잘됐다, 잘됐다.  나의 주님께서 이 죄인을 위해 매를 맞으시고 십자가에 못 박히시고 돌아가셨는데 이 죄인이 이런 말을 듣는 것은 잘된 일이다.”라고 손자선 토마스 성인을 따라했습니다. 그러니까 그 순간이 오히려 기뻐지기까지 했습니다. 손자선 토마스 성인은 결국 배교하라는 포도대장의 말에 굽히지 않고 해미에서 교수형으로 순교하셨습니다.

 

    지금은 천상에서 우리를 위해 기도해주고 계실 손자선 토마스 성인님! 진심으로 사랑하고 존경합니다. 죽는 것보다 하느님을 배반하는 것이 천 배나 더 두렵다고 말씀하신 그 두려움을 저희 마음속에 심어 주소서. 세상살이가 먼저이고, 물질 앞에 한없이 나약해지는 저희들에게 “하느님을 믿으십시오. 세상의 것들은 다 지나갑니다.

 

     헛것을 쫓아가다 헛것이 되지 말고, 살아도 주님을 위해 살고 죽어도 주님을 위해 죽으십시오.”라고 천상에서 격려해주고 계신 듯합니다. 순교성인들의 통공의 기도에 얼마나 많은 힘을 얻는지요. 지상에서 천상까지 먼 거리가 아니고 믿음의 다리로 순간에 만남을 할 수 있음이 또한 기쁨입니다.

 

 ▣ 김경희 루치아 수녀┃한국순교복자수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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