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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청빈의 덕 / 최강 스테파노신부
작성자오미숙 쪽지 캡슐 작성일2011-09-26 조회수585 추천수11 반대(0) 신고
 
 
옆구리 살을 조심하세요
 

또 이사를 해야 한다. 교황청립 외방선교회로 이사를 하기 위해 짐을 싸고 있다.

항상 느끼는 거지만 왜 그런지 확실한 이유는 알 수 없어도 짐을 싸는 일은 즐거운 일이다.

짐이라고 해봐야 다 꾸리는데 1시간도 채 걸리지 않은 시간이면 충분할 알량한 짐이지만 언제 이렇게 불어났는지 전혀 일 길이 없다.

8개월 전, 이 곳 로마에 도착했을때 내가 가지고 왔던 물건의 전부는 여행용 가방 하나에 담겨져 있었다.

그런데 이제는 그 가방 하나 말고도 박스 3개가 눈에 띈다. 무엇인가 줄일 만한 것이 없을까하고 살펴봤더니 이 곳에 와서 새로 산 성무일도며 책들, 그리고 한국에서 인편으로 보낸 책들이 벌써 많이 늘어 있었다.

풀었다 싸기를 몇 번 되풀이해도 다 필요한 것들이라서 도대체 짐을 줄일 수가 없다.

"아... 내 한 몸 살아 가는데 요구되는 것들이 이렇게나 많단 말인가?"

강원도 깊은 산 속에서 혼자 살아가는 법정 스님은 입고 있는 것 외에 여벌의 승복 한 벌과 얼마의 쌀이 가진것의 전부라던데......

사실 생명을 유지하는데 지금 당장 필요한 것은 옷 한벌, 물 한 모금, 쌀 몇 톨이면 충분하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지금 당장 필요한 것 외에 내일 필요할 것으로 생각되는 것들을 주변에 쌓기 시작한다. 그러면서 인생은 끊임없이 고달퍼지는것인데도......

나이가 들면서 자기도 모르게 늘어난 옆구리 살을 처음 확인할때는 깜짝 놀라고 또 불편을 느껴 다시 없애려고 조금 노력하다가 나중에는 슬며시 그게 자신의 본 모습인것 처럼 인정하고 포기해 버리듯이 우리들의 탐욕 역시 그렇게 늘어만 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허리의 굵기는 몸의 건강과 반비례한다. 몸에 살이 덕지덕지 붙어 있으면 몸을 부리기가 힘들듯이 역시 가진게 많으면 영혼을 부리기가 힘들어 진다.

살아가면서 끊임없이 노력해야 할 것이 덜 가지는 것이다. 덜 가진 가벼운 상태라야 언제든지 홀가분하게 길을 떠날 수 있다.

많으면 그 자리에 주저 앉게 된다. 내 책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 것도 역시 책에 대한 욕심 외에 다른 것이 아니다.

체내의 불필요한 지방을 줄일 수록 몸이 건강해 지고, 우리들 인생에 불필요한 소유를 줄일 수록 영혼이 건강해 진다.

짐을 싸면서 다시 한 번 청빈의 덕을 생각해 본다.

"그러므로 나는 분명히 말합니다. 당신들은 무엇을 먹고 마시며 살아갈까, 또 몸에는 무엇을 걸칠까 하고 걱정하지 마십시요. 목숨이 음식보다 소중하지 않습니까? 
또 몸이 옷보다 소중하지 않습니까? ......

여러분은 먼저 하느님의 나라와 하느님께서 의롭게 여기시는 것을 구하십시요. 그러면 이 모든 것도 곁들여 받게 될 것입니다.

그러므로 내일 일은 걱정하지 마십시요. 내일 걱정은 내일에 맡기십시요. 하루의 괴로움은 그 날에 겪는 것만으로도 족합니다.  (마태 6, 25.33.34)

 

한국외방선교회 최강 스테파노신부

http://cafe.daum.net/frchoik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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