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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9월 27일 화요일 성 빈첸시오 드 폴 사제 기념일 -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11-09-27 조회수713 추천수19 반대(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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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27일 화요일 성 빈첸시오 드 폴 사제 기념일-루카 9장 51-56절

 

“그러나 사마리아인들은 예수님을 맞아들이지 않았다.”

 

<움켜쥔 손, 열린 손>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점심식사 후에는 형제들과 함께 족구경기를 합니다. 형제들이 많으면 신나게 그라운드를 누비며 원 없이 축구시합을 할 텐데, 5-6명으로는 족구시합이 훨씬 낫습니다. 매일 하다 보니 형제들의 실력이 일취월장합니다. 발로만 하는데도 배구 못지않습니다. 리시브도 곧 잘 합니다. 토스도 적당히 잘 올려줍니다. 그리고 강력한 스파이크를 시도하고, 때로 그 스파이크를 브로킹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가끔씩 형제들의 손을 보면 너무나 웃깁니다. 자신에게 공이 가면 혹시나 실수할까봐 두려움에서 그런지 사용하지 않는 손이 잔뜩 경직되어 있습니다. 손을 잔뜩 움켜쥐고 있거나 ‘오그라든 손’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손을 잔뜩 움켜쥐고 있다는 것은 긴장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큰 부담을 안고 있다는 것이지요. 그런 상태에서 리시브나 스파이크를 하면 실수하기가 십상입니다. 손을 펴야, 동작이 자연스럽고 유연하게 연결되어 우리 편에 도움이 됩니다.

 

    오늘 복음에 등장하는 사마리아인들을 한번 보십시오. 잔뜩 움켜쥔 손을 펴지 않습니다. 완전히 마음들이 굳게 닫혀 있습니다. 이 땅에 오신 구세주 예수님의 모습이 그들에게 너무나 파격적이었던지, 아니면 자신들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했던지, 조금도 마음을 열지 않고 철저하게도 예수님을 거부하고 있습니다.

 

    반면에 예수님을 한번 보십시오. 그의 두 손을 언제나 세상 모든 사람들을 향해 활짝 펼쳐져 있습니다. 그가 선인이건 악인이건, 그가 부자이건 빈자이건 상관없습니다. 활짝 손을 펼치시고 우리를 당신과의 친교의 삶 안으로 초대하고 계십니다.

 

    결국 따지고 보니 ‘회개’란 특별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잔뜩 움켜쥔 손을 펴는 것입니다. 잔뜩 웅크리고 있던 우리의 가슴을 활짝 펴는 것입니다. 꽉 막혀 있는 우리의 마음을 시원하게 한번 여는 것입니다.

 

    잔뜩 움켜쥔 우리의 두 손, 그 안에 과연 무엇이 있을까요? 뭐 대단한 것이 있으려니 했었는데, 살짝 펴서 들여다보니 참으로 보잘 것 없는 것들이었습니다. 인생에 별 도움이 안 되는 것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쓸데없는 자만심, 도움 안 되는 우월감, 두려움, 안주본능...

 

    오늘 하루를 지내면서 좀 더 자세히 들여다봐야겠습니다. 꽉 움켜쥔 내 두 손 안에 과연 무엇이 들어있는지, 하느님 자비의 품으로 들어가기 위해 손을 펴고, 마음을 펴고, 인생을 펴는 것은 기본인데, 과연 어떤 방식으로 그 작업을 해나갈 수 있겠는지 말입니다.

 

    인간이 지닌 특권 가운데 정말 대단한 특권이 한 가지 있습니다. 죽기 일보 전까지 변화될 수 있는 가능성, 회개할 수 있는 가능성, 하느님께로 돌아설 수 있는 가능성을 소유하고 있는 특권입니다.

 

    그런데 그 특권은 사용하지 않은 채 그냥 지니고만 있으면 무용지물입니다. 제대로 활용해야하는데, 그 첫걸음이 바로 마음을 여는 작업입니다. 태초부터 우리를 사랑해 오신, 그리고 우리의 회심을 기다리고 계신 하느님을 향한 마음의 개방, 그리고 그 하느님의 모상인 내 이웃을 향한 마음의 개방입니다.

 

†살레시오회 수도원 수련원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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