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병 교육대 세례식에 간식 모자라 신자 훈련병 ‘나눔’으로 문제 해결
훈련병 시절에는 먹어도 먹어도 배가 고픕니다.
저도 훈련병 시절에 그렇게 배가 고팠던 기억이 있습니다.
어느 날 점심을 먹다가 혼자 생각하기를, ‘왜 이렇게 먹어도 먹어도 배가 고픈 것일까. 훈련이 아무리 고되고 힘들다지만 정말 사회에 있을 때보다 네 배, 다섯 배는 먹는 것 같은데 왜 이렇게 항상 배가 고플까?’ 그러다가 누군가한테서 들었던 말이 떠올랐습니다. 사람이 사랑을 먹지 못하면 그 심리적인 배고픔이 실제로 육체적인 배고픔으로 느껴질 때가 있다는 것입니다.
순간 ‘내가 어머니 아버지 사랑을 먹지 못해서 이렇게 배가 고픈 거로구나’라는 생각이 들었고 밥을 먹다가 한순간 눈물이 핑 도는 것을 느꼈습니다.
훈련소에서 우리 훈련병들에게 제공하는 그 식사량이나 질이 사실 떨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어르신들의 군대이야기에서나 나오는 ‘소가 장화신고 건너간’ 그런 고깃국이 아니라 고기도 많이 들어 있고, 자기가 먹고 싶은 만큼의 식사를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도 먹어도 먹어도 배가 고픈 훈련병 시절은 그 옛날이나 지금이나 다름이 없는 것 같습니다.
먹어도 먹어도 배고픈 훈련병 시절, 종교행사 후 받아먹는 초코파이 하나가 얼마나 크게 다가오는지 모릅니다.
신병교육대에 세례식이 있는 날이면 배고픈 훈련병들을 위해 좀 더 나은 간식을 준비하려고 노력합니다. 햄버거나 피자, 핫도그 등등 그날 그날 다른 것들을 다양하게 준비해서 갑니다.
세례식이 있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간식을 준비하기 위해 오늘 세례식 때 나올 인원이 얼마나 되는지 알아보았습니다. 세례 받을 사람 10명을 포함해서, 예상인원이 최대 50명이라는 답이 왔습니다. 그래서 인원수에 딱 맞게 햄버거 50개와 콜라 50개를 준비했습니다.
부대에 도착해서 마지막 교리와 세례식을 준비하고 있는데, 인솔조교가 와서 하는 말이 참석인원이 56명이라고 하는 것입니다.
‘아니 이런 세상에, 훈련병 56명에 간식은 50개인데 어쩐다? 가게도 멀고, 운전해서 부대 밖으로 나갈 사람은 나밖에 없는데, 나는 마지막 한 시간 교리와 세례식을 해야만 하는데…. 이를 어쩐다? 나머지 6명의 훈련병들 배를 어떻게 채워주지?’
그러다가 다시금 인원파악을 해봤습니다. 세례를 받을 예비자가 10명, 천주교 신자가 10명, 간식을 바라고 찾아온 훈련병이 36명이었습니다.
교리와 세례식이 끝난 후, 천주교 신자 훈련병 10명을 조용히 불러냈습니다. 그리고는 조심스럽게 사정이야기를 하였습니다.
“사람은 56명이고 준비된 간식은 50개밖에 없는데, 오늘 세례를 받은 신영세자를 굶길 수도 없고, 또 간식하나 바라고 온 친구들을 굶길 수도 없으니, 우리 신자들이 좀 양보를 해서 반씩 나눠먹어도 되겠느냐”고 물었습니다. 다행히도 천주교 신자 훈련병들은 기꺼이 그러겠노라고 대답했습니다.
이렇게 10명의 천주교 신자들이 십시일반으로 자신의 것을 나눈 덕분에 나머지 훈련병들에게 한 사람의 몫을 다 나눠줄 수가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신부인 제 입장에서는 참으로 난감했던 기억입니다. 남의 자식 굶기기 미안해서 내 자식을 굶겼다는 이야기가 아니겠습니까?
여러분, 이런 부탁들 드려서 죄송합니다만, 혹시라도 주위에 누군가가 군대 이야기를 하면서, 내가 훈련병 시절에 이런 사정으로 난감해하는 군종신부님을 도와드린 일이 있었다고 말하는 젊은이가 있거든, 술 한 잔 사주십시오.
그리고 그때 네가 양보한 햄버거 반쪽이 이렇게 돌아왔노라고 한 말씀만 해 주십시오. 먹어도 먹어도 배고픈 훈련병 시절에 실천한 햄버거 반쪽의 나눔은 그만큼보다 더 큰 가치가 있었노라고 한 말씀 해 주십시오.
- 이종민 신부(군종교구 제5보병사단 열쇠본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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