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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10월 3일 월요일 연중 제27주간 월요일 -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11-10-03 조회수585 추천수16 반대(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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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3일 월요일 연중 제27주간 월요일- 루카 10,25-37


 

“너는 이 세 사람 가운데에서 누가 강도를 만난 사람에게 이웃이 되어 주었다고 생각하느냐?”

 

<항구함, 충실성, 지속적인 신뢰>

 

 

    A. J. 크로닌이 지은 감명 깊은 소설 ‘천국의 열쇠’에 등장하는 프랜치스 치셤의 신부의 성소 여정은 굴곡 많고 험난하며 의외성으로 가득 찬 사제성소의 한 단면을 잘 그려내고 있습니다.

 

    프랜치스 치셤은 사제로 서품되기 전까지 여러 번에 걸쳐 심각한 위기 상황에 직면하게 됩니다. 어린 시절 뜻하지 않게 다가온 부모님과의 사별과 그로 인한 뼈저린 고독 앞에서 방황하고 몸부림칩니다. 진심으로 사랑했던 여자 친구 노라의 죽음, 신학교에서 저질렀던 치명적인 실수, 발령받는 본당 마다 직면하게 되는 주임사제와의 마찰...

 

    그럴 때 마다 그의 곁에는 한 따뜻한 은사님이 계셨습니다. 신학교 시절 학장이었던 러스티 맥 신부님. 다른 사람들은 다들 드러내놓고 ‘이 인간은 안 된다’고 펄펄 뛰는데도 불구하고 그는 한 평생에 걸친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줍니다. 학장신부는 프랜치스 치셤 안에 잠재되어 있는 하느님을 향한 순도 높은 신앙, 순수한 열정, 불의에 맞서 단 한걸음도 물러서지 않는 강인함을 눈여겨봅니다.

 

    프랜치스 치셤 입장에서 볼 때, 비록 밖으로는 드러내지 않지만 지속적으로 자신에게 전달되는 학장신부님의 근심어린 배려와 기도, 걱정 섞인 연민의 눈길이 자신의 사제성소를 활짝 꽃피어나게 만들었다는 것을 나중에 확인합니다.

 

    항구함, 충실성, 지속적인 신뢰를 토대로 한 둘 사이의 인간관계, 참으로 아름다운 인간관계가 아닐 수 없습니다. 우리의 모든 인간관계가 추구해야할 관계의 전형이자 모범입니다.

 

    우리는 서로를 바라볼 때 어떤 마음으로 바라봅니까? 혹시라도 상대방을 내가 딛고 올라서야할 경쟁자로 바라보지는 않습니까? 상대방은 내가 물리쳐야 할 적대자가 아닙니까? 상대방은 내 성취의 도구는 아닙니까?

 

    그렇다면 그런 시각은 빨리 수정되어야 할 것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를 이 땅에 보내주시고, 지속적으로 사람들을 보내셔서 관계 안에 살게 하시는데, 우리는 그들을 하느님께서 보내주신 선물로 바라봐야 할 것입니다. 서로 격려해주고, 서로 지지해주고, 서로 보완해주는 동반자로 받아들여야 할 것입니다.

 

    저 역시 돌아보니 수도원 입회 이후 여러 차례에 걸쳐 대형 사고를 저질렀습니다. 수도원이나 신학교는 속성상 군대와 비슷합니다. 있어야 할 자리에 늘 있어야 하고, 돌아올 시간에 정확하게 돌아와야 합니다.

 

    요즘 양성담당자로 살다보니 제가 저질렀던 ‘장기간 무단이탈’이 얼마나 큰 실수였는지, 담당자들에게 있어 얼마나 속상하는 일이었는지 잘 알게 되었습니다. 그 때 그 철없던 시절, 프랜치스 치셤에게 있어 러스키 맥 신부님과도 같던 신부님이 제게도 계셨습니다. 돌아보니 제 힘으로 걸어온 길이 전혀 아니었습니다. 누군가의 지속적인 배려와 항구한 인내 속에 한 사람의 성소가 싹트고 열매 맺는다는 것을 늘 감사하고 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참된 사랑의 실천이란 바로 이런 것이다’며 우리에게 보여주시는데, 그 본보기는 바로 ‘착한 사마리아 사람’입니다.

 

    그가 지니고 있었던 사랑의 특징은 ‘항구성’입니다. 꾸준히, 지속적으로, 끝까지 그 누군가를 향한 사랑을 실천합니다. 무엇보다도 뒷마무리가 확실합니다. 애프터서비스까지 책임집니다.

 

    적당히 해보다가 힘들다는 생각이 들어 중도에서 포기하지 않습니다. 이건 내 영역이 아니다, 이건 내 힘에 부친다며 어느 순간 물러서지 않습니다. 짜증내지도 않습니다. 생색내지도 않습니다. 누가 알아봐주기를 바라지도 않습니다.

 

    그저 한 인간이 지금 내 눈앞에서 괴로워하고 있기에, 고통 받고 있기에, 죽어가고 있기에, 연민의 마음으로 다가갑니다.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다합니다. 그리고 조금 더 합니다. 이것이 오늘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바라시는 참된 사랑의 실천입니다.

 

†살레시오회 수도원 수련원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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