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10월 4일 화요일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 기념일 -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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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노병규 | 작성일2011-10-04 | 조회수847 | 추천수15 | 반대(0) 신고 |
10월 4일 화요일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 기념일-루카 10장 38-42절
“마르타야, 마르타야! 너는 많은 일을 염려하고 걱정하는구나. 그러나 필요한 것은 단 한가지뿐이다. 마리아는 좋은 몫을 선택하였다.”
<아름다운 무지개 하나>
한 수도원에서 릴레이 성체조배를 실시하게 되었습니다. 기도생활에 아주 적극적이고 열정적인 한 수사가 자신의 차례가 되어 힘차게 솟아오르는 기도에 대한 열정을 겨우 억누르며 경당으로 들어갔습니다.
경당으로 들어서자마자 그는 기분이 갑자기 확 상했습니다. 자기보다 앞 당번인 수사가 평소에도 영 마음에 들지 않았는데, 아니나 다를까, 성체조배에 전념하기는커녕 의자에 앉은 채로 코까지 골면서 자고 있었습니다.
화가 머리끝까지 난 그 수사는 자고 있는 동료 수사가 들으라고 일부러 큰 소리로 이렇게 기도했습니다.
“주님, 감히 주님 면전에서 곯아떨어져 있는 이 형제, 운동시간에는 절대로 졸지 않지만 묵상시간마다 조는 이 형제, 당신과 함께 단 한 시간도 깨어있지 못하는 이 형제를 용서하소서.”
그러자 감실로부터 이런 주님의 음성이 들려왔습니다.
“조용! 네가 나까지 깨우는구나. 나도 피곤해서 저 형제와 함께 곤히 자고 있었는데.”
저도 기도시간에 졸고 있는 형제들보면 가만있지 못하는 사람입니다. 갑자기 적개심이 불타오르면서 도대체 어떻게 저럴 수 있지 하면서 분개를 하는 편입니다.
그러나 요즘 많이 생각하고 있습니다. 사람마다 성향이 다르다는 것. 신체적 조건도 다르다는 것, 영성의 단계도 각자 다르다는 것.
어떤 사람은 체질상 몸으로 때우는 일이 적격입니다. 적극적인 투신과 손에 잡히는 구체적인 봉사활동이 더 어울립니다. 아무리 힘든 일이라 할지라도 상관없습니다. 부지런히 움직이고, 여기 저기 다니면서 몸을 움직여야 하루가 행복합니다. 전형적인 마르타 스타일입니다.
그러나 어떤 사람은 깊이 있는 관상생활이 어울립니다. 하느님과의 통교가 너무 감미로워 묵상시간이 끝나면 일상적인 활동으로 들어가야 하는데 그게 싫을 정도로 영성생활에 심취합니다. 성체 앞에 앉아있으면 그저 만사 오케이입니다. 기도하고 있으면 그게 가장 큰 기쁨이요 보람입니다. 전형적인 마리아 스타일입니다.
교회를 위해, 하느님 나라의 건설을 위해, 복음적 삶을 살아가기 위해 둘은 항상 같이 다녀야 합니다. 서로 적대관계에 놓이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필요로 하고, 서로 상승작용을 해야 합니다. 한 신앙인 안에서도 관상과 이웃 사랑의 실천은 마치 두 개의 톱니바퀴같이 어울려야 하여 잘 조화를 이루어야 합니다.
해와 비가 하늘에서 서로 주도권 싸움을 벌이고 있었습니다. 둘 다 같은 시간에 하늘을 독차지하고 싶었습니다. 서로 끝까지 양보하지 않았기에 비가 엄청나게 쏟아지는 동시에 햇볕 또한 쨍쨍 내리쬐었습니다.
그 덕분에 하늘 이편에서 저편까지 아름다운 무지개 하나가 떠올랐습니다. 때로는 불화나 대립이 아름다운 무지개를 만들기도 한답니다.(앤드루 마리아, 지혜의 발자취, 성 바오로 참조)
†살레시오회 수도원 수련원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아시시의 성프란치스코 태양의 찬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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