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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성 프란치스코 대축일 - 김찬선(레오나르도)신부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11-10-04 조회수625 추천수6 반대(0) 신고

 

 

 성 프란치스코 대축일


           

           

          이번 축일을 맞이하여

          한 동안 잊고 지낸 프란치스코의 말씀이 떠올랐습니다.
          “형제들이여 지금까지 진전이 거의 없다시피 하니,
          주 하느님을 섬기기 시작합시다.”

          왜 이 말씀이 떠올랐을까?
          제가 프란치스코를 처음 만난 지 어언 40년이 돼갑니다.
          내년 2월이면 제가

          작은 형제회에 입회한 지 만 40년이 됩니다.

          제가 처음 프란치스코를 알게 되었을 때
          저는 정말 프란치스코에 열광했습니다.
          세상에 이런 분도 있었구나!
          그때는 변변한 전기도 없었기에

          다 선배들이 전해주는 얘기로만
          프란치스코를 하나하나 알아갔는데
          새로운 얘기를 들을 때마다

          그것은 저에게 새로운 경지를 열어주었습니다.

          제 프란치스칸 인생 40년 중에

          20년은 이렇게 프란치스코를 알아가고
          프란치스코를 흉내 내려고 애쓰던 시기였습니다.
          이 기간 중에는 얼마나 프란치스코를 닮고 싶었던지
          그 프란치스코와 너무도 닮지 않은 저 자신에 실망하여
          수도원을 잠시 떠난 적도 있습니다.

          이후 20년은 배워 아는 것은 점점 줄어들고
          가르치는 것이 점점 늘어나는 시기였습니다.
          가르치기 위해 지식적으로 배우는 것은 있었지만
          존재와 삶으로 배우는 것은 줄어들었다는 뜻입니다.

          다른 사람에게 좋은 일을 하였고
          행정적으로 프란치스칸 공동체에

          유익이 되는 일을 하였는지는 모르지만
          정작 제가 진정한 프란치스칸으로 성장하는 일에는

          소홀히 하였습니다.

          그러다가 하느님의 은총으로

          작년부터 저는 이런 저의 문제를 인식하게 되었고
          내년 관구회의 다음 새로운 소임을 살게 되면
          지금까지와는 다른,

          새로운 삶을 다시 시작해야겠다는 마음을 먹고 있었습니다.
          노년의 프란치스칸 삶을 잘 살기 위한

          준비를 시작해야겠다는 것입니다.

          이런 생각들 때문에 다시 시작하자는

          프란치스코의 말씀이 생각난 것입니다.
          그런데 프란치스코가 이 말을 한 것은

          놀랍게도 생을 끝내갈 무렵이었지요.

          그러나 사실은 놀랄 일이 아니지요.
          다시 시작하는 것은

          젊은이보다는 오히려 늙은이가 해야 할 일이지요.
          젊은이는 봄철의 새싹들처럼 틔운 싹을 열매 맺게 하고
          시작한 것을 완성시켜 나가야 한다면
          늙은이는 가을의 들판처럼 열매가 풍성하면 풍성한 대로,
          초라하면 초라한 대로 갈무리를 잘 하고

          새로운 시작을 준비해야 합니다.
          삭정이가 되어 열매는커녕

          쭉정이밖에 달린 것이 없어도
          그러니까 다시 시작해야 합니다.
          아무 진전을 이루지 못하였다고

          실망하고 주저앉아 있을 것이 아니라
          아무 진전을 이루지 못하였으니

          이제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여기에 필연적인 것이 겨울의 죽음입니다.
          새로운 봄을 위한 겨울의 죽음입니다.
          그래서 프란치스코도 죽음을 생각하며

          새로운 시작을 얘기한 것입니다.
          지금까지 익숙한 삶을 과감히 접고
          길들여진 나, 고착된 나는 죽어야 합니다.

          그러나 이 죽음을

          프란치스코처럼 자매인 선물로 받아들이고
          은총으로 시작해야 합니다.
          주님께서 시작하도록 해주셨다고 하는 프란치스코처럼
          시작하도록 해주시는

          주님에 의해 시작하도록 해야 합니다.
          죽음과 새로운 시작을 관통하는

          은총에 대한 자발적인 동의입니다.

          그럴 때 어느 신비가의 말이

          참으로 지당하게 마음에 와 닿을 것입니다.
          죽기 전에 죽으면 죽을 때 죽지 않고,
          죽은 다음 영원히 살게 될 것이다.

           

                   - 김찬선(레오나르도)신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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