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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바람둥이 / 최강 스테파노신부
작성자오미숙 쪽지 캡슐 작성일2011-10-06 조회수752 추천수13 반대(0) 신고
 
 
 
 

따뜻한 봄 햇살의 유혹 앞에만 서면 나는 왜 작아만 지는가? 며칠 간 내린 비 뒤의 화창한 봄 날씨는 내 마음을 바람나버리고 싶은 봄처녀의 그것처럼 설레게 하다가 결국 늦은 오후의 테베레 강가로 나를 이끌었다.

수위가 많이 높아진 강을 따라 나의 애마를 타고 한참을 질주하고 나니 땀은 줄줄 흐르고 숨은 가쁘고, 벌렁대던 봄처녀의 마음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다시 노총각의 날카로운 이성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횡단보도에서 신호가 바뀌기를 기다리고 있는데 건너편에서 진짜 이탈리아 봄처녀 둘이서 나를 바라보면서 뭔가 이야기를 주고받더니 급기야는 카메라를 들어 나를 찍기 시작했다.

“어? 저 애들이 왜 허락도 없이 나를 찍지? 내가 아시아에서는 아니어도 유럽에서는 통하는 스따일이라고 누군가 말하더니 그 말이 맞긴 맞나보네. 흐흐흐 눈은 높아가지고...... 그런데 이걸 어째? 애써 진정시켜놨더니 저애들이 또 내 마음에 불을 지르네. 살짝 손이라도 흔들어줄까? 아니야. 그럼 덜떨어져 보일거야. 차갑게 최대한 차가운 표정으로......”

그리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누군가 나를 바라보고 있다고 느꼈을 때 내 얼굴 표정부터 손짓, 발짓 하나하나까지 얼마나 많은 신경이 쓰이던지...... 하지만 신호가 바뀌고 그 봄처녀들과 내가 횡단보도의 중간쯤에서 교차하게 됐을 때 나는 그들 중 하나가 이렇게 말하는 것을 들었다.

“자전거 정말 이쁘다. 그치?”

나를 본 게 아니었어? 어쩐지 사진기가 필요 이상으로 땅바닥을 향한다 싶더라니...... 그런데 이상한 애들도 다 있네. 누가 뭐 자기들보고 자전거 평가해 달라고 부탁했나?

시선. 사랑은 눈으로 하는 것이다. 사랑은 말 보다는 눈빛으로 주고받는 것이다. 사랑 가득한 눈빛으로 상대를 바라보는 것만으로 이미 상대는 내 사랑의 고백을 알아차린다. 그리고 그 사랑을 고백하는 시선에 대한 응답 역시 사랑을 담은 눈빛 하나면 충분하다. 거절하고 싶을 경우라도 말은 별로 필요치 않다. 다른 곳을 바라본다거나 사랑을 담지 않은 풀어진 시선 하나면 그걸로 족하다.

이제 막 초점을 맞추기 시작한 아이의 눈을 바라보는 엄마의 시선. 아이와 엄마는 말이 없이도 그 시선의 교환만으로 충분히 사랑을 나눌 수 있다. 아무런 말도 없이 얼어붙어버린 듯 서로를 뚫어져라 바라보는 연인들의 시선. 사랑하는 연인들은 아무 말도 없이 그렇게 뜨거운 시선의 교환만으로도 결혼을 결심할 정도로 위대해진다.

하느님께서 당신을 바라보는 시선이 어떤지 그것을 느껴본 적이 있는가? 하느님께 드리는 당신의 시선이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 생각해본 적이 있는가? 어쩌면 우리는 사랑 가득히 담긴 시선 한번 나누지 않은 채 하느님을 사랑한다는 말만 되풀이하는 바람둥이일지도 모른다. 눈빛으로 사랑할 수 없는 바람둥이들은 화려한 말솜씨로 상대를 후리는 법이다.

이제 사랑한다는 말 보다는 사랑 가득히 담긴 눈빛으로 하느님의 사랑에 응답해보자. 성체 앞에 앉아 우리들의 육신의 눈을 감아야 비로소 가능한 하느님과의 눈맞춤. 이 화창한 봄날에 연인들의 입맞춤보다 더 감미로운 하느님과의 눈맞춤에 흠뻑 취해보도록 하자.

아, 사랑하는 나의 님이시여, 눈을 감아야 비로소 볼 수 있는 사랑하는 나의 님이시여......

“제가 정녕 당신의 눈에 드셨다면 저의 갈 길을 부디 가르쳐 주십시오. 제가 당신을 잘 앎으로써 항상 당신 눈에 들게 해 주십시오.”(출애33,13)

 

한국외방선교회 최강 스테파노신부

http://cafe.daum.net/frchoik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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