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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복음에 대한 짧은 생각] 20111007
작성자김용현 쪽지 캡슐 작성일2011-10-07 조회수317 추천수1 반대(0) 신고
2011년 10월 7일 묵주기도의 동정 마리아 기념일


+ 루카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11,15-26

그때에 예수님께서 벙어리 마귀를 쫓아내셨는데, 군중 가운데 몇 사람은, “저자는 마귀 우두머리 베엘제불의 힘을 빌려 마귀들을 쫓아낸다.” 하고 말하였다. 다른 사람들은 예수님을 시험하느라고, 하늘에서 내려오는 표징을 그분께 요구하기도 하였다.

예수님께서는 그들의 생각을 아시고 이렇게 말씀하셨다.

“어느 나라든지 서로 갈라서면 망하고 집들도 무너진다.

사탄도 서로 갈라서면 그의 나라가 어떻게 버티어 내겠느냐? 그런데도 너희는 내가 베엘제불의 힘을 빌려 마귀들을 쫓아낸다고 말한다.

내가 만일 베엘제불의 힘을 빌려 마귀들을 쫓아낸다면, 너희의 아들들은 누구의 힘을 빌려 마귀들을 쫓아낸다는 말이냐? 그러니 바로 그들이 너희의 재판관이 될 것이다. 그러나 내가 하느님의 손가락으로 마귀들을 쫓아내는 것이면, 하느님의 나라가 이미 너희에게 와 있는 것이다.

힘센 자가 완전히 무장하고 자기 저택을 지키면 그의 재산은 안전하다. 그러나 더 힘센 자가 덤벼들어 그를 이기면, 그자는 그가 의지하던 무장을 빼앗고 저희끼리 전리품을 나눈다.

내 편에 서지 않는 자는 나를 반대하는 자고, 나와 함께 모아들이지 않는 자는 흩어 버리는 자다.

더러운 영이 사람에게서 나가면, 쉴 데를 찾아 물 없는 곳을 돌아다니지만 찾지 못한다. 그때에 그는 ‘내가 나온 집으로 돌아가야지.’ 하고 말한다.

그러고는 가서 그 집이 말끔히 치워지고 정돈되어 있는 것을 보게 된다. 그러면 다시 나와, 자기보다 더 악한 영 일곱을 데리고 그 집에 들어가 자리를 잡는다. 그리하여 그 사람의 끝이 처음보다 더 나빠진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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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마귀 우두머리 베엘제불의 힘을 빌려 마귀들을 쫓아낸다.”


사람들이 하느님을 대하는 태도는 때로 무모할 정도로 과감하기도 하고 호기심도 왕성합니다. 우선은 하느님을 모른다는 점 때문이겠지만 의심이라 할 수 있는 불안한 마음에서 수많은 생각들이 일어나기도 합니다. 하느님을 믿는다 말하고 하느님을 사랑한다고 말하지만 도무지 알 수 없는 하느님이시라는 사실은 우리를 흔들리게 합니다.

그래서인지 우리는 눈에 보이는 자극에 약합니다. 눈 앞에 벌어지는 사건들로 하느님을 알고 느낄 수 있기를 바라기도 하고 그런 노력들을 많이 합니다. 그래서 주변에 일어나는 기적이나 발현의 소식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달려가는 우리의 모습은 이젠 익숙한 우리 신앙생활의 일부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런 기적을 보고서도 믿지 못하는 일이 있다면 이유가 무엇일까요?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의 기적은 마귀의 힘이라는 의심을 당하고 있습니다. 전에 한번도 본 일이 없는 기적을 앞에 두고 이 기적의 근원에 대한 불안함과 의심을 가지는 사람들의 태도는 예수님을 확실히 아는 우리에겐 헛 웃음이 나오는 일이지만 이를 모르는 당시 사람들에게는 어떤 이유가 있었던 것인지 궁금해집니다.

복음에서 예수님이 의심을 받으시는 이유는 사람들이 가지는 예수님에 대한 불신 때문이었습니다.

주님의 기적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어려움에 처한 사람을 구한 것이겠지만 이 사건에서 벙어리 마귀에서 벗어난 사람은 처음부터 관심 밖에 있습니다. 사람들은 이 놀라운 일을 벌인 사람에게 관심을 가지고 있고 그 능력의 출처가 어디에서부터 온 것인지 관심을 가집니다. 그리고 결국 이 능력이 하느님의 것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립니다.


예수님과 하느님을 연결시키지 못했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몇 몇 사람은 예수님에게 다른 기적을 요구하며 계속 예수님의 정체를 떠보려고 합니다. 복음 뒤로 이어지는 예수님의 설명들은 듣지 않아도 될 만큼 명확한 이야기들입니다. 정작 궁금한 것은 도대체 예수님을 하느님과 연결시키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하는 것입니다.

그것은 예수님이 하느님으로 설명될 수 없는 처지의 사람이었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하느님이라는 말에 어울리지 않는 신분과 처지의 예수님이셨기에 의심받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 아니었겠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분은 율법학자도, 바리사이도 아니셨고, 공인된 예언자도 아니셨으니 말입니다. 하지만 그저 평범한 사람이라고 해서 하느님과의 관계에 의심을 당하고 마귀로 매도 당하는 것은 아무래도 이해하기 힘든 일입니다.


분명 우리로선 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났고, 그것을 통해 사람이 어려움에서 벗어났음에도 기뻐하지도 못하고 그의 치유가 불쾌하고 긍정할 수 없는 것으로 만들어 버리는 사람들의 편견이 놀랍기만 합니다.

그들은 도대체 하느님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었을까요? 눈 앞에 예수님은 알아보지 못하는 것은 하느님이 우리 안에 오시는 선택이었으니 당연하다 해도 그분이 하시는 말씀과 행동 앞에서도 그것을 하느님과 전혀 연결시키지 못하고 오히려 생각지도 못할 가장 나쁜 방향으로 짐작해 버리는 사람들의 모습은 사람들에게 하느님이 전혀 현실적이지 않았다는 짐작까지 하게 만듭니다. 그들에게 하느님이 정당성을 지니려면 일정한 자격을 갖춘 조건에 맞아야 했다는 이야기가 되니 말입니다.

그러나 더 걱정스러운 것은 만약 사람들의 편견이 이런 이유라면 사람들은 하느님을 모르는 것을 넘어서 어떤 순간에도 하느님의 뜻대로 살 수 없는 위험한 상황을 맞이하게 될 것입니다. 예수님은 사람들의 이런 편견 어린 시선이 가져오는 더 비극적인 일을 이야기하십니다.



"더러운 영이 사람에게서 나가면, 쉴 데를 찾아 물 없는 곳을 돌아다니지만 찾지 못한다. 그때에 그는 ‘내가 나온 집으로 돌아가야지.’ 하고 말한다.

그러고는 가서 그 집이 말끔히 치워지고 정돈되어 있는 것을 보게 된다. 그러면 다시 나와, 자기보다 더 악한 영 일곱을 데리고 그 집에 들어가 자리를 잡는다. 그리하여 그 사람의 끝이 처음보다 더 나빠진다."




나가버린 마귀에 관한 이야기 속에 숨어 있는 사람이 보이십니까?


그 주인공은 바로 '벙어리 마귀' 들렸던 사람입니다. 예수님에 대해 의심하는 사람들의 무지함을 탓하며 반성하는 동안 실제 기적의 주인공이었던 이 사람은 누구의 관심도 받지 못하는 사람이 되어버립니다. 더러운 영은 그에게서 나가 그는 말도 하고 듣기도 하지만 그의 치유에 대해 의심하는 사람들은 그에게 말을 시키지도 말을 해 주지도 않을 것입니다.

마귀들렸던 사람, 그리고 마귀 때문에 낳게 된 사람은 마귀가 나간 채로 그대로 남아있게 됩니다. 아주 말끔히 치워지고 정돈된채 말입니다. 그러나 그는 다시 들어오는 마귀를 막을 방법이 없습니다. 아무도 그를 도와주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는 여전히 마귀들린 사람일 뿐이어서 마귀는 손쉽게 다시 사람을 차지하고 다시는 놔주지 않아도 될 만큼 견고하게 그를 괴롭히게 될 것입니다.


하느님에 대한 무지함과 사람에 대한 편견이 실제 하느님의 사랑을 깨닫지 못하고 오히려 그 의미를 퇴색시키고 묻어버리고 상황을 더 나쁘게 몰아가는 현장이 벌어지는 셈입니다.


답답함이 마음에 남아 잘 정리가 되지 않는 복음의 현장입니다. 아직 눈에 보이는 것에 많이 약한 우리의 신앙생활이 이러한 무서운 편견을 벗어나기를 간절히 기도하는 하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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