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친구들과 함께 술을 마시다 보면 지나간 추억에 잠길 때가 있습니다. 모든 기억이 아름답지는 않지만 그래도 추억으로 남은 것들은 늘 행복해 보여서인지 ‘그땐 참 행복했는데!’라는 말을 되뇌며 어린 시절을 회상합니다. 그땐 그때 나름대로 많이 힘들었는데도 지나고 나니 참 좋았다는 생각이 드는 걸 보면 우습기도 합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을 배었던 모태와 젖을 먹인 가슴이 행복하다고 부르짖는 여인에게, 주님은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지키는 이들이 오히려 행복하다.’고 말씀하십니다. 전에 주님을 품고 살아가던 가슴이 행복한 것이 아니라 지금 여기서 주님을 품고 살아가는 이들이 행복하다는 말씀입니다. 행복은 추억에 머물 뿐인 지나간 것에 있지 않고 지금 여기에 있는 것입니다. 지금 이 순간 지금 여기에서 주님을 믿고 그분을 가슴에 품고 살아가는 모든 사람이 바로 행복한 사람입니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행복이란 지금 주님과 함께 있을 때 얻을 수 있는 것임을 기억하며 살아가셨기에, 돌아가시기 전에 ‘나는 행복합니다. 그대들도 행복하십시오.’라는 말씀을 남기실 수 있었을 것입니다.
‘어제’ 행복했던 우리가 아니라 이 세상의 마지막 ‘오늘’까지 당신과 함께 행복하고, 새로운 세상의 ‘오늘’도 늘 당신 곁에서 행복하기를 원하는 것! 그것이 우리에게 바라시는 ‘주님의 뜻’이 아닐까 조심스럽게 생각해 봅니다.
김대한 신부(수원교구 분당 성마리아천주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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