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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10월9일 야곱의 우물- 마태22,1-14 / 렉시오 디비나에 따른 복음 묵상
작성자권수현 쪽지 캡슐 작성일2011-10-09 조회수426 추천수2 반대(0) 신고
렉시오 디비나에 따른 복음 묵상

그때에 1예수님께서는 여러 가지 비유로 수석 사제들과 백성의 원로들에게 말씀하셨다. 2 “하늘나라는 자기 아들의 혼인 잔치를 베푼 어떤 임금에게 비길 수 있다. 3그는 종들을 보내어 혼인 잔치에 초대받은 이들을 불러오게 하였다. 그러나 그들은 오려고 하지 않았다. 4그래서 다시 다른 종들을 보내며 이렇게 일렀다. ‘초대받은 이들에게, ′내가 잔칫상을 이미 차렸소. 황소와 살진 짐승을 잡고 모든 준비를 마쳤으니, 어서 혼인 잔치에 오시오.′ 하고 말하여라.’
 
5그러나 그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어떤 자는 밭으로 가고 어떤 자는 장사하러 갔다. 6그리고 나머지 사람들은 종들을 붙잡아 때리고 죽였다. 7임금은 진노하였다. 그래서 군대를 보내어 그 살인자들을 없애고, 그들의 고을을 불살라 버렸다. 8그러고 나서 종들에게 말하였다. ‘혼인 잔치는 준비되었는데 초대받은 자들은 마땅하지 않구나. 9그러니 고을 어귀로 가서 아무나 만나는 대로 잔치에 불러오너라.’ 10그래서 그 종들은 거리에 나가 악한 사람 선한 사람 할 것 없이 만나는 대로 데려왔다. 잔칫방은 손님들로 가득 찼다.
 
11임금이 손님들을 둘러보려고 들어왔다가, 혼인 예복을 입지 않은 사람 하나를 보고, 12‘친구여, 그대는 혼인 예복도 갖추지 않고 어떻게 여기 들어왔나?’ 하고 물으니, 그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였다. 13그러자 임금이 하인들에게 말하였다. ‘이자의 손과 발을 묶어서 바깥 어둠 속으로 내던져 버려라. 거기에서 울며 이를 갈 것이다.’ 14사실 부르심을 받은 이들은 많지만 선택된 이들은 적다.”
 
 
 
 
시작기도
오소서 성령님, ‘부르심’이라는 은총의 선물을 잘 가꿀 수 있도록 이끌어주십시오.

세밀한 독서(Lectio)
우리는 마태오복음서에서 예수님이 비유로 가르치고 있는 여러 가지 실례를 봅니다. 이 비유는 ‘하늘나라는 이와 같다.…’로 시작됩니다. 오늘 복음에서 ‘초대받은 사람들’은 하늘나라를 믿지 못하는 완고한 마음을 가진 ‘이스라엘의 지도자들’이고, 나중에 ‘불러 모은 사람들’은 바리사이와 율사들이 그토록 멸시하던 천민들입니다.
 
첫 단락(마태 22,1­10)은 그리스도께서 가져다주시는 복음에 대한 대조적인 반응, 곧 받아들이거나 거부하는 사람들을 보여줍니다. 초대받은 사람들은 거저 오라는 특권을 받은 사람들인데, 무관심(3절)과 폭력, 귀찮게 여김, 적개심과 경멸을 보입니다.(6절) 이어 잔치를 준비한 임금은 전혀 예상치 못한 태도로 살인자들을 없애고 그들의 고을을 불살라 버립니다.(7절) 인간을 구원하려는 하느님의 계획이 인간의 반응 때문에 중단될 수 없습니다. 구원이라는 선물은 이제 유다인들이 멸시하던 천민들, ‘세리와 창녀들’(21,32), ‘가난한 이들, 장애인들, 눈먼 이들과 다리 저는 이들’(루카 14,21)한테로 갑니다.
 
이 본문은 실제로 마태오 교회가 복음을 전파하면서 겪었던 깊은 체험을 담고 있습니다. 복음을 전하는 사람들이 먼저 유다인들을 상대로 선교했지만 그들은 들으려 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오히려 복음 전파자들을 죽이기까지 합니다. 하느님은 진노하신 나머지 제1차 독립전쟁 때(66­70년) 로마군을 보내어 많은 유다인을 죽이고, 드디어 70년 8월 29일 로마 황제 베스파시아누스(69­79년 통치)의 아들 티투스에 의해 유다 신앙의 마지막 보루였던 예루살렘 성전이 불살라집니다.(마태 24,15­21 참조) 이 사건 후에 그리스도인들은 불확실한 미래에 직면하게 되었지만 그 위기를 기회로 삼아 “내가 세상 끝날까지 언제나 너희와 함께 있겠다.”(28,20)라는 부활하신 주님의 말씀에 희망을 걸고 이방인들을 상대로 복음을 전하기 시작했습니다.(22,1­10)
 
둘째 단락(11­14절)은 마태오 공동체의 상황을 전달합니다. 교회 공동체는 언제나 밀과 가라지, 곧 선한 사람과 악한 사람이 함께 살아가는 곳이므로 그 현실에 놀라거나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험담하지 말고 담담하게 받아들이라고 마태오는 말합니다. 인간의 눈에는 상대방이 어떤 그리스도인인지 쉽게 보이지 않고 섣불리 판단할 수도 없습니다. 하지만 인간의 마음을 보시는 예수님만은 누가 거짓 제자들인지 보시고, 그들의 가면을 벗겨버릴 수 있습니다. 혼인 잔치 비유에서 가짜 그리스도인들을 일컬어 ‘혼인 예복을 입지 않은 사람들’이라고 말합니다. 혼인 예복은 산상설교의 가르침을 행함(7,24­27), 아버지의 뜻을 행함(7,21), 의로움을 행함(3,15; 5,20), 사랑의 이중계명을 행함(22,34­40), 의로움과 자비와 신의를 행함(23,23; 25,31­46)을 뜻합니다. 그러니 혼인 예복을 입지 않은 거짓 그리스도인들은 ‘주님, 주님’을 외치지만 아버지의 뜻을 행하지 않는 사람입니다.
 
부르심 받은 사람이 선택받은 사람은 아닙니다. 부르심이 완성되는 것은, 우리 생애가 부르심의 길을 잘 달려서 하느님이 우리 생애의 꽃을 기쁨으로 거두시는 순간입니다. 오늘 제2독서에서 바오로는 평생에 걸친 사도의 가난하고 고통스런 삶이 자신에게 하느님의 뜻에 대한 전적인 내어 맡김을 가르쳤다는 것을 회고합니다. 진정한 사도는 “비천하게 살 줄도 알고 풍족하게 살 줄도 압니다. 배부르거나 배고프거나 넉넉하거나 모자라거나 그 어떠한 경우에도 잘 지내는 비결을 알고”(필리 4,12) 있습니다. 그것은 사도의 삶이 오직 그리스도, “나에게 힘을 주시는 분”(13절) 안에 살아 움직이기 때문입니다.

 
묵상(Meditatio)
주님, 당신은 “친구여, 그대는 혼인 예복도 갖추지 않고 어떻게 여기 들어왔나?”(12절)라고 물으십니다. 저를 부드럽게 바라보시며 ‘친구’라고 부르십니다. 당신이 저를 ‘친구’라고 부르시기에, 당신 말씀의 잔칫상에서 저의 부족함과 게으름으로 말씀을 제대로 전하지 못한 순간들을 떠올리면서도 마음의 위로를 받습니다. 주님, 이 지상의 순례자인 우리가 하늘나라의 결정적인 혼인 잔치를 준비하기 위해 지금 준비해야 할 가장 아름답고 정결한 ‘혼인 예복’은 하느님의 말씀입니다. 오늘도 말씀을 경청하는 이의 모범이신 어머니 마리아님은 제게 말씀하십니다. “무엇이든지 그가 시키는 대로 하여라.”(요한 2,5)

기도(Oratio)
저의 한평생 모든 날에 호의와 자애만이 저를 따르리니 저는 일생토록 주님의 집에 사오리다.(시편 23,6)

 

임숙희(가톨릭대학교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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