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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10월 11일 연중 제28주간 화요일 -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11-10-11 조회수923 추천수16 반대(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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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11일 연중 제28주간 화요일-루카 11,37-41

 

 

“정녕 너희 바리사이들은 잔과 접시의 겉은 깨끗이 하지만, 너희의 속은 탐욕과 사악으로 가득하다. 어리석은 자들아, 겉을 만드신 분께서 속도 만들지 않으셨느냐?”

 

<호박을 바라보며>

 

 

    여러 농작물을 재배하는 가운데, 가장 신기하게 바라보게 되는 작물은 호박입니다. 봄에 1000원쯤 하는 모종 몇 개를 둔덕에 심어놓고, 거름을 듬뿍 줍니다. 완전히 잊어먹고 있었는데, 가을이 오면 온 둔덕이 호박넝쿨과 호박잎 천지로 변합니다. 여기 저기 묵직하고 탐스런 호박들이 숨어있습니다. 어떤 녀석들은 얼마나 무거운지 혼자서 들기도 힘들 지경입니다. 탐스럽게 잘 익은 녀석들 때문에 올 가을축제 때는 호박죽을 제대로 쑤어 팔았습니다.

 

    그러나 다른 지역에서는 올 호박 농사가 망했다는 소식이 들려옵니다. 호박과실파리라는 녀석들 때문입니다. 호박재배 농가의 피해는 심각합니다. 더 괴로운 것은 퇴치를 위한 뾰족한 대책이 없다는 것입니다.

 

    누렇게 잘 자란 호박의 겉모양은 정말 멀쩡합니다. 오랜 나날 자식 키우는 심정으로 잘 키웠다가 설레는 마음으로 수확합니다. 시장에 내다 팔거나, 호박 즙을 생산하는 건강원에 납품합니다.

 

    며칠 지나지 않아 항의가 빗발칩니다. 물건 도로 가져가라고. 조금이라도 양심이 있으면 어떻게 이따위 호박을 팔 수 있냐는 말을 들으며 호박을 거두어 와야 합니다.

 

    호박을 잘라보면 호박과실파리 유층들로 가득 차있습니다. 호박과실파리 녀석들이 애호박 시절, 애호박 안에 자리를 잡은 것입니다. 호박 내면에 자리 잡은 알들은 애벌레가 될 때까지 그 안에서 성장을 거듭합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바리사이들에게 이르십니다.

 

    “정녕 너희 바리사이들은 잔과 접시의 겉은 깨끗하지만, 너희의 속은 탐욕과 사악으로 가득하다.”

 

    예수님 시대 바리사이들, 불행하게도 그들은 호박과실파리들로부터 철저하게 유린된 썩은 호박과 같았습니다.

 

    겉은 멀쩡했습니다. 기도도 열심히 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들이 봉헌하는 헌금의 액수도 대단했습니다. 봉사활동에도 적극적이었습니다.

 

    그런데 왜 그렇게 예수님으로부터 심한 질타를 받았을까요? 그들은 철저하게도 이중적이었기 때문입니다. 삶이 가식적이었습니다. 위선적이었습니다.

 

    그들은 하느님께 잘 보이기보다는 사람들의 눈길을 끌기에 바빴습니다. 사람들 앞에서는 그럴듯한 모습으로 비쳐졌지만 사람들의 시선이 사라진 곳에서는 호박씨를 깠습니다.

 

    사람의 마음을 귀신같이 꿰뚫어보시던 예수님이셨기에 그토록 철저하게도 이중적인 인간들, 겉과 속이 완전히 다른 사악한 바리사이파 사람들을 간과할 수 없었습니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평생에 걸쳐 노력해야할 것이 바로 위선과 이중성의 극복입니다. 사람보다는 하느님 앞에 똑바로 서기입니다. 언행일치, 기도와 삶의 조화, 신앙과 생활의 통합, 전례와 삶의 일치입니다.

 

    미사 가운데서는 천사가 따로 없습니다. 그러나 ‘미사가 끝났으니 가서 복음을 전합시다’는 말과 함께 다른 사람으로 돌변하게 될 때, 우리 역시 예수님의 신랄한 질책을 피할 수 없을 것입니다.

 

    기도를 그렇게 열심히 바칠 수가 없습니다. 그러나 기도시간이 ‘땡’하기 무섭게 주변사람들 괴롭히고 족치는 사람들, 예수님의 무서운 질책을 피할 수 없을 것입니다.

 

                 †살레시오회 수도원 수련원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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