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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10월 13일 연중 제28주간 목요일 -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11-10-13 조회수827 추천수16 반대(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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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13일 연중 제28주간 목요일-루카 11,47-54

 

“불행하여라, 너희 율법 교사들아!”

 

<흙 부스러기 같은 우리 본래의 모습>

 

 

    언젠가 제가 화가 단단히 난적이 있었습니다. 과속이나 신호위반으로 날아오는 ‘딱지’가 만만치 않았습니다. 접촉사고도 잦았습니다.

 

    ‘그냥 지나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어 공동체 형제들을 모아놓고 장시간에 걸쳐 일장훈시를 늘어놓았습니다.

 

    “형제 여러분들, 이거 너무 한 것 아닙니까? 한번 생각해보십시오. 우리가 돈 버는 사람들도 아니고. 부탁드립니다. 어디 가실 때는 미리미리 여유 있게 출발하셔서 규정 속도 좀 지켜주시고, 제발 좀 안전운전, 부탁드립니다.”

 

    그 말을 한 그 다음날 새벽이었습니다. ‘아차!’ 하고 일어난 순간, 수녀원 새벽미사 가기로 한 약속이 떠올랐습니다. 이미 시간이 빠듯했습니다. 부랴부랴 준비를 하고 벼락같이 시동을 걸었습니다.

 

    수도원 정문을 나서면서 어쩔까 하다가 ‘에라 모르겠다!’며 불법 좌회전을 하였는데, 갑자기 끼어든 제 차 때문에 직전해 오던 차의 운전자가 미처 브레이크를 밟지 못해 꽤 큰 접촉사고가 나게 되었습니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충돌하는 순간 얼마나 소리가 얼마나 컸던지 위에서 청소하던 아이들이 다들 창문가에 붙어 서서 제 모습을 내려다보고 있었습니다.

 

    참으로 부끄러운 순간이었습니다.

 

    한 며칠 계속된 복음 내용들이 당대 내놓으라는 지도자들이었던 바리사이들과 율법학자들을 향한 예수님의 강한 질타입니다.

 

    예수님 질책의 근본적인 이유는 무엇이었습니까? 그들의 삶 안에 고착되었던 언행의 불일치였습니다. 지나친 완벽주의였습니다. 별것도 없으면서 지니고 있었던 우월감이었습니다. 까놓고 보면 아무것도 아닌 선민의식이었습니다.

 

    시편에 이런 말씀이 있습니다.

 

    “살아있는 누구라도 당신 앞에서 의로운 사람이란 없습니다.”

 

    사실 인간이라면 그 누구라도 나약합니다. 부족합니다. 유한합니다. 하느님 앞에 모두 다 죄인입니다.

 

    지금은 젊다고, 건강하다고, 잘 나간다고 떵떵거리며 살아가지만, 결코 오래 지속되지 않습니다. 유한한 인간 존재이기에 어쩔 수 없습니다. 서서히 쇠락과정을 거치게 될 것입니다. 머지않아 흙 부스러기 같은 자신의 본래 모습을 똑똑히 바라보게 될 것입니다.

 

    부족한 인간이기에 어쩔 수 없이 안고가야 하는 우리 안에 깃들어 있는 삶의 어두운 측면을 완전히 무시할 수 없습니다.

 

    바리사이들과 율법학자들은 이런 측면의 사유가 부족했습니다.

 

    대체로 탄탄대로를 걷고 있는 분들, 남들이 부러워 할 만큼 인생이 잘 풀리고 있는 분들 가운데서도 늘 얼굴이 어두운 사람이 있습니다. 도대체 왜 그러나, 알아보니 웃겼습니다. 100가지는 잘 풀리고 있는데, 1-2가지가 문제였습니다. 그렇다면 만족하며 사는 것이 당연한 일 아니겠습니까?

 

    우리는 하느님이 아닙니다. 지상에서 완벽할 수 없습니다. 단 한 가지의 문제도 없이 그렇게 살아갈 수는 없습니다.

 

    부족한 가운데서도, 죄인 신분으로도, 실수를 연발하면서도, 기쁜 마음으로, 감사하는 마음으로 그렇게 살아가는 모습이 필요합니다.

 

    완벽주의는 사람을 얼마나 괴롭히는지 모릅니다. 본인도 괴롭지만, 주변 사람들은 더 괴롭습니다. 더 나아가서 하느님마저도 힘들게 해드리게 됩니다.

 

    많이 내려놓으시고, 많이 포기하시면서 편안한 하루 보내시기 바랍니다.

 

                 †살레시오회 수도원 수련원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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