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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나오미의 불평과 룻의 선택 (민남현 수녀님 글)
작성자이정임 쪽지 캡슐 작성일2011-10-13 조회수918 추천수3 반대(0) 신고
 
+샬롬(그리스도의 평화)
 
 나오미의 불평
 
나오미의 혹독한 운명이 해결될 조짐은 1장 22절 외에 그가 자기 불행의 주원인을 하느님께 돌리며 불평한 사실에서도 찿을 수 있다. 자신을 가리켜 "주님의 손에 얻어맞은 이 몸"(13절), "전능하신 분께 쓰라림을 당한 희생자"(20절)라고 말하고. 이어서 아쉬움 없이 떠났다가 빈손으로 돌아오게 된 것도 바로 주님 때문이며 그분께서 자신을 거칠게 다루셨고 불행을 안겨 주셨다고 거침없이 항의한다. (21절)
 이와 같은 표현이 표면적으로는 믿음을 상실한 이의 개념 없는 시비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삶의 가혹한 문제와 공허를 채워주실 수 있는 분은 오로지 주님이시라는 깊은 신뢰를 나타내는 역설적 표현이다. 불행한 운명을 비관하여 삶의 한가운데에 주저앉는 소극적 태도가 아니라 적극적 자세로 삶의 주인이신 주님께 자신이 직면한 문제를 그대로 드러냄으로써 오히려 해결 방법을 찿는다.
 그러므로 나오미의 불평은 인간에 대한 모든 주권이 주님에게 있음을 강조하는 믿음의 표현이며 하느님이 지으신 세상에 왜 악이 존재해야 하는지에 대한 더욱 진지한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다. 단호하고 공개적으로 하느님께 불평하는 나오미의 모습은 의인의 고통에 대해 따지는 욥을 생각나게 한다. 두 인물 모두 하느님을 친구처럼 가까운 존재로 여기는 자유로운 관계였기에 삶의 근원적인 문제에 질식되지 않고 대면할 수 있었다.
 
 
룻의 선택
 
철저히 혼자가 된 나오미. 그러나 저자는 그가 혼자가 아님을 며느리 룻을 통해 알린다. 룻이 그의 동반자가 되어 함께 돌아온 것이다. 그런데 독자의 관심을 끄는 요소는 "나오미는 모압 출신 며느리 룻과 함께 모압 지방에서 돌아왔다."(22절)는 표현에서 '돌아오다'라는 동사가 사용된 것이다.
 나오미는 유다 출신이기에 베들레헴으로 '돌아왔다'는 표현이 적절한 반면, 룻은 자기 고향이 아닌 이국으로 간 것이고 그곳에서 산 적이 없기 때문에 엄밀한 의미에서 '돌아왔다'는 표현은 맞지 않다. '돌아왔다'는 표현으로 저자는 룻이 실제로 속해야 하는 땅은 바로 참 하느님이 계신 유다 땅임을 말하려는 것이었을까?
 이러한 암시를 통해 저자는 이방 여인 룻이 자기 신들을 버리고 새로운 백성에 속하게 된 것을 긍정적이고 높은 가치로 평가하는 듯하다. 여기서 현실적 안정을
보장하는 인종. 국가.종교의 결속보다 가장 가난한 이가 된 시어머니를 선택한 룻의 자비가 돋보인다. 도한 룻이 보여준 행동은 관습이나 법이 의무로 지우는 명령보다 더우 강한 힘을 지닌 자유롭고 내적인 사랑의 실천이다.
 "어머님 가시는 곳으로 저도 가고 어머님 머무시는 곳에 저도 머물렵니다. 어머님의 겨례가 저의 겨례요 어머님의 하느님이 제 하느님이십니다. ... 주님께 맹세하건데 오직 죽음만이 저와 어머님 사이를 갈라놓을 수 있습니다."(16-17절)라고 한 룻의 대답은 고정된 관습과 사고를 초월한 자유로운 행위로 타인의 결핍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용기와 사랑의 표현이다.
 
2011년 09월호 야곱의 우물 (성경에 담긴 하느님 생각)/민남현 수녀
성바오로딸수도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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