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고리오 대학에서 심리학을 가르치는 팀 꼬스텔로 신부님의 초대로 그 분이 소속된 ‘마리스타 수도회’의 총본부에서 여러 신부님들과 함께 점심 식사를 하게 되었다. 얼마 전 선배 신부님의 소개로 알게 된 팀 신부님과의 인연도 이전 두 번의 만남이 전부인지라 아직 어색함이 남아있는데 거기다가 낯선 많은 신부님들을 한꺼번에 대하는 자리라서 처음 자리는 조금 불편하게 느껴졌다.
그러나 그 불편함은 잠시 뿐, 모든 신부님들이 자신들의 공동체를 방문한 낯선 사람을 얼마나 따뜻하게 환대해 주는지 얼마 시간이 지나지 않아 나는 아주 자연스럽게 그 집의 분위기에 녹아들 수 있었다. 그래서 정작 나를 초대해 준 팀 신부님과는 많은 이야기를 나누지 못했고 다른 신부님들의 접대를 아주 후하게 받았다.
특히 네덜란드 출신의 총장신부님은 자기가 히딩크 감독이 살던 바로 옆의 동네에서 자랐다는 것을 강조하시더니 식사가 끝나갈 무렵에는 자리에서 일어나셔서 모든 사람들 앞에서 나에게 앞으로는 ‘명예회원 자격으로 이 집을 자유롭게 방문해 달라’는 부탁까지 하셨다.
그 밖에 이름이 너무 어려워서 잘 기억하지 못하지만 흡사 알랑들롱처럼 잘 생긴 프랑스 신부님, 아일랜드 출신의 패트릭 신부님, 프랑스령 솔로몬 제도에서 온 스티븐 신부님 등등 세계 곳곳에서 모인 ‘마리스타 수도회’의 회원들이 정말 따뜻하게 나를 맞아주셨다.
이런 저런 다양한 주제의 수다를 떨며 - 사실 남자들, 특히 혼자 사는 남자들의 수다는 여성의 그것 못지않다 - 웃고 즐기다가 결국 내가 그 곳을 떠나올 때에는 나는 물론이고 그 분들 역시 진심으로 짧은 첫 만남을 너무 섭섭하게 생각하셔서 다음 방문을 약속할 수밖에 없었다. 그것은 아주 짧았지만 너무 편안하고 행복한 초대였다.
우리들 모두는 하느님으로부터 이 생에 초대된 손님들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들 모두는 이 세상 안에서 따뜻한 배려와 환대를 받고 편안하게 이 시간을 즐길 수 있는 권리가 있다. 마치 팀 신부님을 대신하여 많은 다른 신부님들이 내게 그러하셨듯이 우리 역시 하느님을 대신한 친구와 이웃이라는 이름의 많은 사람들로부터 분에 넘치는 따뜻한 배려와 환대를 받고 살아가고 있음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우리들 주변에는 참 따뜻하고 고마운 분들이 너무도 많다.
다른 한 편으로 하느님을 모시고 살아가는 우리들은 하느님에 의하여 이 생에 초대된 다른 많은 이들을 하느님의 이름을 대신하여 잘 모셔야 하는 의무를 지고 있는 사람들이다. 아직 이 세상에는 너무나 많은 이들이 주인들의 무관심과 푸대접으로 인해 여전히 한 쪽 구석에서 잔뜩 긴장한 얼굴로 불안해하고 있다. 그들에게는 손님에게 마땅히 제공되어져야 하는 최소한의 음식도, 음료도, 그리고 따뜻한 관심도 없다. 그들은 이 초대가 빨리 끝나기만을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실제로 이 낯선 초대를 견디지 못하고 먼저 자리를 뜨는 사람들도 있다. 이것은 썩 유쾌한 파티가 아니다.
대개의 파티는 시간이나 의상, 동반 가족 등 호스트가 제시하는 몇 가지 룰이 정해 진다. 인생이라는 파티 역시 비슷한 룰이 정해져 있다. 나 뿐 아니라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이 이 생을 더욱 편안하고 기쁘게 즐기기 위해서는 하느님께서 정한 한 가지 법칙을 잘 따라야 한다.
그것은 '내가 거저 받은 만큼 거저 베풀어야 하는데 단 자기에게 되갚을 능력이 없는 사람들에게만 베풀어야 한다'는 법칙이 그것이다. 그런데 이 법칙은 특별히 나 같이 거저 받는 것이 많은 사람들이 더 자주 어기게 되는 것 같다. 거저 받은 것이 너무 많아 그것들을 어찌 다 되갚아야 할지 모르는 판국인데도 여전히 넘치도록 받고만 있는 나 같은 사람들...... 진짜 즐거운 파티가 무엇인지, 진짜 행복한 인생이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오늘 일만 해도 그렇다. 넘치도록 받은 하루 동안의 사랑을 갚지도 못한 채 또 하루를 보내고 있다. 이렇게 매일 법칙을 어기며 살다가 경고를 당하지는 않을까, 아예 퇴장을 당하지는 않을까 걱정만 하고 앉았다.
“너희는 거저 받았으니 거저 주어라."(마태10,8)
한국외방선교회 최강 스테파노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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