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분 안에 생명이 있었으니 그 생명은 사람들의 빛이었다. 그 빛이 어둠 속에서 비치고 있지만 어둠은 그를 깨닫지 못하였다.”(요한 1,45) 칠흑같이 어두운 깊은 동굴에 들어가 있을 때 눈앞의 아무것도 분간이 되지 않고 모든 것이 암흑에 가려진 듯하지만, 한줄기 빛이 비치는 순간 모든 것이 환하게 드러나면서 탄성을 지르게 됩니다. 빛이 어둠을 극복하는 순간입니다.
우리도 세상의 부조리한 것들이 은폐되거나 불의한 이가 오히려 더 잘 살아가고 있는 것처럼 보일 때 회의가 들고 갈등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한없는 위력을 지닐 것만 같던 어둠의 세력도 한줄기 빛에 노출되는 순간 무너져 내려 자취도 없이 사라지는 것을 봅니다. 어둠이 결코 빛을 이겨본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숨겨진 것은 드러나기 마련이고, 골방에서 한 말이 지붕에서 선포될 것’을 믿기에 우리는 언제나 당당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두려워할 것은 세상의 비난이 아니라, 생명이자 빛이신 그분에게서 분리되는 것입니다.
우리의 머리카락까지 세어두시고, 영혼의 바닥까지 꿰뚫어 보고 계신 하느님의 빛에서 분리될 때 이것이야말로 죽음보다 더 죽음 같은 어둠입니다. 키르케고르가 「죽음에 이르는 병」에서 가장 경고했던 것도 바로 자신의 하느님으로부터 분리된 상태, 살아 있지만 죽음만도 못한 그런 분열된 상태였습니다. 오늘 말씀은 우리가 진정 두려워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되돌아보게 합니다.
오일환(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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