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자매님이 고해소에 들어와 느닷없이 “저~ 죄를 고백할 수가 없을 것 같습니다. 너무나 큰 죄라 용서받지 못할 것 같습니다.”라고 말씀하시고 잠잠히 계셨습니다. 저는 그래도 용기를 내서 말씀하시라고, 하느님께서는 아무리 큰 죄라도 용서해 주시는 자비로운 분이라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래도 그 자매님은 가만히 계셨습니다. 그래서 저는 “나가셨다가 준비되시면 다시 하십시오.”라고 했습니다. 그랬더니 그 자매님께서 “지금 꼭 해야 하는데 그것이….” 하며 한숨을 내쉬셨습니다. 저는 어처구니 없기도 하고 난감하기도 했습니다.
잠시 후 저는 그 자매님께 제 이야기를 해주었습니다. 수도회에 들어오기 전 본당 신부님께 아주 오랫동안 간직한 크나큰 죄를 고백하던 그날, 그 상황, 두려움, 민망함, 절망감 등에 대해서 말입니다. 그같은 저의 처신이 고해소에서 합당한 것인지 아닌지에 대한 생각은 들지 않았습니다. 단지 그때의 일을 ‘자매님께 꼭 얘기해 주어야 하겠다.’는 마음만 크게 일었습니다. 제 말이 끝나고 짧은 호흡과 함께 자매님의 고해가 이어졌습니다. 흐르는 눈물을 닦으면서 제게 한 그분의 마지막 말은 용기를 주신 것에 대한 고마움의 표시였습니다. 그래서 저도 자매님께 고맙고 이런 시간을 주신 하느님께 감사드리자고 말씀드렸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안식일에 열여덟 해 동안 등이 굽어 큰 어려움을 겪은 여인을 고쳐주시고, 그것을 못마땅하게 여기며 당신께 적대적인 말을 한 자들을 꾸짖으십니다. 스스로 죄인이라고 여기든 누가 죄인이라고 말해 주든 간에 본인에게 죄가 있다는 것은 고개를 들지 못하는 고통을 줍니다. 평생토록 그렇게 산다면 참으로 슬픈 일입니다. 그때 누군가 이것저것 따지지 않고 함께해 주면 고개를 들지 못한 이들이 고개를 곧추세워 자신과 세상을 올바로 보게 됩니다. 이제 우리가 그 주인공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정말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한기철 신부(성바오로수도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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