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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10월 29일 연중 제30주간 토요일 -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11-10-29 조회수624 추천수17 반대(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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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29일 연중 제30주간 토요일-루카 14장 1,7-11절


 

“누가 너를 혼인 잔치에 초대하거든 윗자리에 앉지 마라.”

 

<겸손의 달인들>

 

 

    인간 세상으로 육화하신 예수님,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겸손하신 분이십니다. 창조주 하느님, 만왕의 왕이시지만 왕좌를 포기하고 우리와 똑같은 인간의 모습을 취하여 이 땅에 내려오신 예수님은 겸손이 무엇인지를 온 몸으로 보여주셨습니다.

 

    겸손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정확히 알려면 예수님을 일생을 묵상하면 가장 쉽습니다. 예수님은 정녕 겸손의 달인, 겸손의 대가셨습니다. 만왕의 왕이 되실 분이셨기에 왕궁이나 그것이 아니라면 적어도 고관대작이나 뼈대 있는 상류층 가문에서 탄생하실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그분은 마구간에서 탄생하셨습니다. 인류 전체를 구원하실 메시아시기에 당대 잘 나가던 수도권 율법학교를 다니실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30년 세월 동안 유다 작은 고을 나자렛에서 평범한 목수로서의 삶을 살았습니다.

 

    공생활을 시작한 이후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이제 당신의 메시아성이 세상에 드러나고, 수많은 사람들이 당신을 따랐기에 정말 왕처럼 호의호식하며 살아갈 만도 했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공생활 기간 내내 어디 한 군데 일정한 거처를 정하지 않으시고 가난한 떠돌이 생활을 하셨습니다. 예수님은 일생은 항상 낮은 곳을 향한 행진이었습니다. 예수님은 한 평생 일관되게 지속적인 겸손의 상태를 유지하셨습니다.

 

    이토록 겸손하신 예수님의 눈앞에 참으로 낯 뜨거운 광경이 연출되고 있었습니다. 한 바리사이 지도자가 초대한 만찬 석상에서 벌어진 일입니다. 만찬에 초대받아온 사람들 사이에서 작은 신경전이 벌어진 것입니다. 서로 상석에 앉으려고 눈싸움, 기 싸움을 시작한 것입니다.

 

    언제나 낮은 곳을 추구하셨던 예수님, 항상 밑으로 밑으로만 내려가셨던 예수님, 결국 제자들 앞에 무릎까지 꿇어 그들의 발을 씻어주신 예수님이셨기에 ‘윗자리를 고르는’ 그들의 모습이 너무도 용납하기 힘드셨을 것입니다. 도저히 묵과할 수 없었던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대놓고 한 말씀을 던지십니다.

 

    “누가 너를 혼인 잔치에 초대하거든 윗자리에 앉지 마라. 초대를 받거든 끝자리에 가서 앉아라. 누구든지 자신을 높이는 이는 낮아지고 자신을 낮추는 이는 높아질 것이다.”

 

    제2의 예수 그리스도라고까지 불리는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는 예수님의 겸손을 판박이처럼 빼닮았습니다. 지속적인 겸손을 유지하려고 집도, 수도원도, 아무런 재산도 가지지 않았습니다. 충분한 자격을 갖추었음에도 불구하고 겸손의 덕을 유지하려고 사제서품도 받지 않았습니다. 나중에 그는 프란치스코회를 창립한 수도회 총장이 되었지만 갓 입회한 지원자에게도 순명하고자 애를 썼습니다.

 

    겸손의 덕과 관련해서 빼놓을 수 없는 또 다른 분이 돈보스코 성인이십니다. 그 역시 살레시오회, 수녀회 총장이었고 수많은 학교의 총책임자였지만 언제나 아이들 사이에서 머물기를 간절히 원했고 아이들의 놀이에 함께 참여했습니다.

 

    돈보스코 성인의 탁월했던 제자였던 루이지 베르실리아 주교님이나 치마티 주교님 같은 분들은 너무나 성덕이 출중하고 회헌회칙에 충실했기에 형제들이 총장으로 추대하고 싶었지만 한사코 거절했습니다. 때로 일부러 모자란 듯 행동하기도 했습니다. 겸손의 덕을 유지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오늘 내게, 우리 가정에, 우리 공동체에 가장 필요한 덕을 하나 꼽으라면 두말할 필요가 없습니다. 바로 ‘겸손의 덕’입니다.

 

    제자들 앞에 허리를 굽히셨던 예수님이셨습니다. 공동체 지도자들이 다른 구성원들 앞에 무릎을 꿇는다면 그 지도자는 하느님 가까이 있는 사람입니다. 교회 공동체 지도자들이 가난하다면 그것은 너무도 좋은 표시입니다. 지속적인 겸손을 유지하기 위해 가난처럼 좋은 수단은 없기 때문입니다.

 

    죄인인 인간들 앞에 무릎을 꿇으신 예수님의 이미지는 너무나 감동적이고 강렬합니다. 잘못한 인간들에게 벌을 주는 강력한 심판자로서의 하느님이 아니라 인간들 앞에 엎드려 아무 말 없이 인간의 발을 씻어주시는 하느님의 모습에 얼마나 큰 위안과 희망을 갖게 되는지 모릅니다.

 

    오늘도 예수님께서는 우리를 겸손에로 초대하십니다. 특별한 지위를 부여하는 겉옷을 과감하게 벗어던지고, 나 자신의 참된 모습을 감추고 있는 가면을 벗어버리라고 우리를 부르십니다. 위쪽이 아니라 아래쪽에서 겸손하게 가난한 이웃들 안에 현존하시는 하느님을 섬기라고 우리를 부르십니다.

 

†살레시오회 수도원 수련원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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