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사진묵상 - 밥풀떼기 하트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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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순의 | 작성일2011-10-30 | 조회수342 | 추천수6 | 반대(0) 신고 |
사진묵상 - 밥풀떼기 하트
이순의
너무나 정신이 없다.
한 해 농사를 마무리 하고 돌아가는데
무슨 일이 이렇게도 많은지?
심장의 박동이 전자동이었으니 망정이지
일부러 쉬어줘야 한다면 이미 죽었어도 골백번은 더 죽었을 것 같다.
내일 집에 간다.
그러니 산골살림 정리도 얼추 끝이나고
직원들 송별회도 어제 밤에 짝꿍이 와서 함께 했다.
그런데 오늘은 또 저녁까지 정신이 없다.
허겁지겁 어둑어둑한 길을 달려 운전 중인데
전화벨이 울린다.
<사모님 마지막 저녁 식사는 같이 해야 하는데 늦으시나요?>
< 아니예요. 다 왔어요. 한 오분, 십분, 정도면 들어가요. 먼저들 드세요.>
<금방 들어 오신다는데 기다릴께요. 우리들이 상 차려 놓을테니 마지막 식사는 같이 드십시다.>
<네. 그래요. 조금만 기다리세요.>
그리고........
새참으로 먹다가 남은 빵에 밥풀로 하트를 그려 놓고 촛불 한자루에 소등이다.
으와!
산골살이 6년 만의 사치다.
그리고 다섯 장정 중에 네 분의 장정들이 서서 머리 숙여 깊이 인사를 한다.
<감사합니다.>
이 뜻깊은 분위기에 얼떨떨하여 그만 헛소리를 하고 말았다.
다섯 장정 중에 유일하게 뻘쭘히 앉아 무표정한 아저씨!
<아저씨는 감사 안해?>
에구 에구!
후~ 불어 촛불을 끄니 또 모두가 웃으며 박수를 친다.
12년 산골살이 중에서 짝꿍도 받아보지 못한 호사를 나 혼자 받았으니
이 미안함을 어쩌란 말인가?
이 모든 은혜와 섭리를 내 힘으로 얻었겠는가?
<모두모두 감사합니다.
건강하시구요. 겨울동안도 우리 모두 안전합시다.>
저 가을 풍경 넘어로 가는 길목에서
새로이 벗을 만나 올 한 해 힘들었지만 행복했노라고
올 한 해 많이 많이 두려웠지만 너무나 많은 기류 속에서 모아주신 뜻과 관심들이
있어서
아니 너무나 많았으니
정말정말 최선을 다 할 수 있었노라고!
오히려
오히려
2011년이라는 인생의 한 토막 오솔길에서 만난
모든 님들께 감사를 전하고 싶다.
저 밥풀떼기 하트를 드립니다.
감히 저 혼자 받을 용기가 없어서 나누어 드립니다.
밥풀떼기 하트 받으세요.
밥풀떼기 사랑 받으세요.
아멘!
아멘!
아멘!
저 밥풀떼기는 다섯장정들의 밥에서 반 숟가락씨 모아서 그렸다는!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손은 깨끗했나요?>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아무튼 엄청이루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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