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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11월 1일 화요일 모든 성인 대축일 -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11-11-01 조회수902 추천수16 반대(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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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1일 화요일 모든 성인 대축일-마태오 5장 1-12ㄴ


 

“행복하여라, 마음이 가난한 사람들! 하늘나라가 그들의 것이다.”

 

<꽁짜는 없습니다.>

 

 

    횡단보도 앞 대기선에 서있을 때의 일이었습니다. 냉동 탑차가 한 대 바로 제 옆으로 다가붙었습니다. 창문을 내린 운전기사가 저한테 창문 좀 내려 보라는 신호를 보냈습니다. 그랬더니 활짝 웃으며 먼저 인사를 건네더군요. 그리고는 차를 도로 가로 좀 붙이래요. 왜 그러냐고 했더니 좋은 생선 좀 남은 게 있어서 그냥 드리겠답니다. 뭔가 좀 이상하다, 생각이 들면서도 무심결에 차를 옆으로 뺐습니다.

 

    젊은 운전기사 왈, 싱싱한 활어를 부산에서 직송해왔는데, 갑자기 단골 거래처가 금전적 문제가 생겨서 도로 부산으로 가지고 내려가야 한다고,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냉동을 시켜놨는데, 빨리 트렁크 좀 열어보라고...

 

    그때까지도 분위기 파악 못한 저는 별 이상한 사람 다 있네, 하는 생각이 들면서도 트렁크까지 열었습니다.

 

    고맙다고 인사하고 가려는데, 그 아저씨 더 활짝 웃으면서 하는 말, 그런데요, 선생님, 부산까지 내려가야되는데 기름 값이라도 조금만 보태주셨으면 해서요.

 

    그제야 분위기를 파악한 저는 얼만데요? 오만원만 주세요. 주머니를 탈탈 털어서 값을 치렀습니다. 집으로 싣고 와 주방 아주머니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드렸더니, 하시는 말씀, 신부님 제대로 당하셨군요. 오래 전부터 사용되던 수법이에요, 그러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그제야 알게 되었습니다. 순수한 친절, 사심 없는 친절은 드물다는 것입니다. 이 세상에 ‘꽁짜’는 없는 법입니다. 누군가 나에게 이유 없이 친절하다면 나름대로 속셈이 있다고 보면 정답이 아닐까요? 특히 젊은 여성들, 어떤 남자가 이유 없이 싹싹하고, 괜히 실실 웃으며 접근한다면 ‘백프롭’니다.

 

    신앙생활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신앙생활에도 ‘꽁짜’는 없습니다. 하느님께 나아가는 길에 있어서도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았는데 엘리베이터 타듯이 순식간에 제 7궁방으로 올라가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그토록 염원하는 절실한 하느님 체험도 대가를 치루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일입니다.

 

    하느님 체험을 간절히 원하시는 분들, 마음은 간절한데 그게 정말 어렵습니다. 이런 분들 죽기 살기로 3-4시간 성체조배 해보셨습니까? 한번 해보지 않으셨으면 말을 마십시오. 죽기 살기로 한번 노력해보십시오. 반드시 절절한 하느님 사랑을 온 몸으로 체험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성모님의 사랑을 꼭 좀 느껴보고 싶으신 분들, 마음은 간절한데 마찬가지로 어렵습니다. 이런 분들 정말 순수하고 열정적인 자세로 하루에 묵주기도 100단 바쳐보셨습니까? 반드시 자애로우신 성모님의 손길을 온 몸으로 느끼실 수 있을 것입니다.

 

    이 지상에서부터 참 행복, 세상 그 어디서도 느끼지 못할 행복을 염원하시는 분들, 마음은 간절한데 이 역시 어렵습니다. 이런 분들 오늘 복음의 권고대로 죽기 살기로 온유한 마음, 자비로운 마음, 평화를 원하는 마음, 하느님의 의를 실천하는 그런 마음을 갖고자 노력해보셨습니까?

 

    오늘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진정으로 바라시는 바가 무엇이겠습니까? 우리가 찢어지도록 가난하게 사는 것, 원치 않으십니다. 우리가 늘 슬퍼 울고 다니는 것, 절대 원치 않으십니다. 우리가 갖는 고통에 휩싸여 울부짖는 것 결로 원치 않습니다.

 

    최대한 기쁘게, 최대한 행복하게, 최대한 충만하게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것, 그것이 주님께서 바라시는 것입니다. 비록 오늘 우리 삶이 고통의 연속이어도, 비록 오늘 우리 삶이 슬픔을 던져준다 해도, 비록 오늘 우리 삶이 원치 않는 상황으로 우리를 몰아간다 해도, 끊임없이 하느님의 도우심을 바라면서 나 자신의 삶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기꺼이 수용하고, 최대한의 가치를 부여하며 충만하게 살아가는 것, 그것이 주님께서 바라시는 행복한 삶이 아닐까요?

 

†살레시오회 수도원 수련원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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