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너의 은행이 아니더냐?
그때에 1예수님께서는 군중을 보시고 산으로 오르셨다. 그분께서 자리에 앉으시자 제자들이 그분께 다가왔다. 2예수님께서 입을 여시어 그들을 이렇게 가르치셨다. 3“행복하여라, 마음이 가난한 사람들! 하늘나라가 그들의 것이다. 4행복하여라, 슬퍼하는 사람들! 그들은 위로를 받을 것이다. 5행복하여라, 온유한 사람들! 그들은 땅을 차지할 것이다.
6행복하여라, 의로움에 주리고 목마른 사람들! 그들은 흡족해질 것이다. 7행복하여라, 자비로운 사람들! 그들은 자비를 입을 것이다. 8행복하여라, 마음이 깨끗한 사람들! 그들은 하느님을 볼 것이다. 9행복하여라, 평화를 이루는 사람들! 그들은 하느님의 자녀라 불릴 것이다. 10행복하여라, 의로움 때문에 박해를 받는 사람들! 하늘나라가 그들의 것이다.
11사람들이 나 때문에 너희를 모욕하고 박해하며, 너희를 거슬러 거짓으로 온갖 사악한 말을 하면, 너희는 행복하다! 12기뻐하고 즐거워하여라. 너희가 하늘에서 받을 상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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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성령봉사회 강사로 일하시다가 지금은 시골 공소에 살고 계시는 마리아 자매님의 얘기입니다. 경제 개념이 없는 남편 때문에 마리아 씨는 늘 돈 걱정을 하고 사셨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생각지도 않던 돈 5만 원이 생겨 그때까지 한 번도 가져보지 못한 통장을 만들기 위해 막 방문을 나서는데 시동생이 헐레벌떡 달려오면서 “형수님, 돈 5만 원 줄 수 있어요? 급해서요.” 하더랍니다. 자주 손 내미는 시동생인지라 “없어요.” 하고 지나치려 했지만 손은 어느새 지갑을 열고 있었지요.
시동생이 가고 난 후 방에 들어와 십자가 앞에서 넋두리를 했답니다. “주님, 제가 통장 하나 갖는 것이 그렇게 배가 아프십니까?” 외침 반 흐느낌 반으로 기도하는데 “마리아야, 내가 네 은행인데 통장이 왜 필요하냐?” 하는 음성이 들려오더래요. ‘40년 전의 그 음성이 지금까지 잊히지 않는다고, 그래서 지금도 통장이 없노라’고 하시며 마리아 자매님은 웃으십니다.
얼마 전까지 공소 인근의 어르신들을 위해 점심 봉사를 하셨는데 얼마나 정갈한 밥상이었던지 귀중한 손님을 맞이하는 것 같았습니다. 식사를 대접받는 어르신들이 직접 캔 산나물이랑 이런저런 푸성귀들은 다음 날 반찬이 되어 어김없이 밥상에 오르곤 했지요. 마리아 자매님의 소박한 봉사로 그곳은 행복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하느님 나라가 되었습니다.
우리가 마음의 욕심단지를 깨버리기만 하면 행복 열차는 우리 앞에서 멈추어 줍니다. 그리고 예수님이 기다리고 계시는 그 하늘나라 여행이 시작되지요. 신나게 달리다 보면 ‘아, 아직은 살맛 나는 세상이구나.’ 하고 외치게 된답니다. 그 행복 열차에 짐이라고는 평화밖에 없으니까요.
정태연 수녀(샬트르 성바오로수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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