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리, 빨리의 세상
그때에 1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어떤 부자가 집사를 두었는데, 이 집사가 자기의 재산을 낭비한다는 말을 듣고, 2그를 불러 말하였다. ‘자네 소문이 들리는데, 무슨 소린가? 집사 일을 청산하게. 자네는 더 이상 집사 노릇을 할 수 없네.’ 3그러자 집사는 속으로 말하였다. ‘주인이 내게서 집사 자리를 빼앗으려고 하니 어떻게 하지? 땅을 파자니 힘에 부치고, 빌어먹자니 창피한 노릇이다.
4옳지, 이렇게 하자. 내가 집사 자리에서 밀려나면, 사람들이 나를 저희 집으로 맞아들이게 해야지.’ 5그래서 그는 주인에게 빚진 사람들을 하나씩 불러 첫 사람에게 물었다. ‘내 주인에게 얼마를 빚졌소?’ 6그가 ‘기름 백 항아리요.’ 하자, 집사가 그에게 ‘당신의 빚 문서를 받으시오. 그리고 얼른 앉아 쉰이라고 적으시오.’ 하고 말하였다. 7이어서 다른 사람에게, ‘당신은 얼마를 빚졌소?’ 하고 물었다. 그가 ‘밀 백 섬이오.’ 하자, 집사가 그에게 ‘당신의 빚 문서를 받아 여든이라고 적으시오.’ 하고 말하였다.
8주인은 그 불의한 집사를 칭찬하였다. 그가 영리하게 대처하였기 때문이다. 사실 이 세상의 자녀들이 저희끼리 거래하는 데에는 빛의 자녀들보다 영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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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열심히 살아갑니다. 어둠이 채 가시지 않는 시간에 어시장은 벌써 물건 흥정이 한창이고 새벽부터 지하철은 만원이며 재래시장의 500원, 1000원 깎기 흥정은 삶의 활기를 느끼게 합니다. 빨리빨리가 우리 일상의 구호가 된 지는 이미 오래되었습니다. 인생 일장춘몽이라는데 왜들 이렇게 열심히 사는지 모르겠습니다. 좀 더 편안하게 살기 위함일까요?
하지만 오늘날 영혼은 점점 더 야위어 가는 것 같습니다. 바쁜 일상에서 가장 먼저 줄어드는 것은 기도시간이고 주일미사 참여도 늘 허겁지겁 정신이 없습니다. 휴가철엔 성당에 빈자리가 많아지지요. 그리고 연휴가 끼인 주일 다음에는 고백소 앞에 사람들이 줄을 섭니다. ‘죄는 단 한마디, 주일미사 빠졌습니다.’ 그래서 예수님은 자주 외롭습니다.
일장춘몽이 아니라 영원한 생명을 준다는데도 천당 보내 달라고 뇌물 쓰는 사람 하나 없고 성당 봉사직 한자리하겠다고 인사 다니는 사람도 없습니다. 당신을 따르는 그리스도 당원은 백 배, 천 배의 상급을 주겠다는데도 극성스런 당원이 갈수록 줄어듭니다. 그 당수가 무일푼의 백 없는 분이기 때문일까요? 엉터리 같지만 그 공약은 한번 믿어볼 만한데 말입니다.
하루 일과 중 기도시간이 가장 우선이면 참 좋겠습니다. 예수님을 닮고자 깨어 있는 사람이 많으면 행복하겠습니다. ‘빛의 자녀들인 너희가 세상의 자녀들보다 더 영리하구나.’라고 주님께서 칭찬하시면 더 큰 기쁨이 없겠습니다.
정태연 수녀(샬트르 성바오로수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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