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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전례] 제대, 그리스도의 상징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8-08-14 조회수8,738 추천수0

[전례 생활] 제대, 그리스도의 상징

 

 

모든 성당의 중심에는 제대가 있다. 「로마 미사 경본 총지침」은 주님의 만찬이며 희생 제사인 미사에서 제대의 중심성을 다음과 같이 분명히 밝힌다. “제대는 십자가의 희생 제사가 성사적 표지로 재현되는 곳이며, 미사에 모인 하느님 백성이 다 함께 참여하는 주님의 식탁이다. 또한 제대는 성찬례로 이루어지는 감사 행위의 중심이다”(296항).

 

이러한 제대의 중심성은 성당의 구조 안에서도 명백히 드러나야 한다. 곧 “제대를 벽에서 떨어져 있도록 설치하여, 사제가 그 둘레를 쉽게 돌 수 있고, 교우들을 바라보고 미사를 거행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제대는 신자들의 회중 전체가 자연스럽게 시선을 집중할 수 있도록 참으로 성당의 중심에 그 자리를 잡아야 한다”(299항).

 

미사만이 아니라 교회의 다른 예식들도 모두 이 중심을 향하고 있다. 이처럼 전례 거행 안에서나 성당의 구조 안에서나 중심을 차지하는 제대가 갖는 의미는 무엇인가?

 

 

구약의 제단

 

구약 시대부터 제단은 하느님과 인간이 만나는 특별한 장소였다. 흙이나 돌로 만들어진 제단에서 이스라엘 백성은 시나이 산에서 이루어진 하느님의 현현과 계약을 기억하고 재현하였다.

 

제단은 하느님께서 제물을 받으시고자 제물을 바치는 사람 곁으로 오시는 장소였다. “내가 나의 이름을 기억하여 예배하게 하는 곳이면 어디든지 가서 너희에게 강복하겠다”(탈출 20,24).

 

제사의 중심 공간인 제단에서 인간이 하느님을 향해 나아가고, 무엇보다 하느님께서 인간을 만나러 몸소 오신다. 이 만남은 언제나 인간에게 복을 내리시는 하느님의 은총이 베풀어지는 자리이다. 이처럼 구약의 제사의 목표는 하느님과 만나는 데 있었고, 제사는 하느님과 그분을 믿는 사람들이 만나는 탁월한 자리였다.

 

이 제사는 또한 식사이기도 했다. 이스라엘은 하느님의 뜻에 맞게 특별히 준비된 잔치 음식을 그분과 함께 나누어 먹으려고 하느님을 초대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먼저 하느님께 가장 좋은 부분을 드리고 그 음식의 남은 부분을 나누어 먹음으로써 그분과 일치를 이루었다.

 

 

제대, 그리스도의 표지

 

그리스도인은 주님의 만찬과 십자가의 희생 제사에서 그리스도께서 드러내신 사랑의 새 계약 안에서 제대의 상징성을 바라보았다. 암브로시오 성인은 “사실 그리스도의 제대란 그리스도의 몸의 형상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라고 말하면서 제대와 그리스도의 몸을 동일시하였다.

 

이처럼 옛 교부들은 하느님의 말씀을 깊이 묵상하고 그리스도께서는 사제이시며 제물이실뿐만 아니라 당신 자신을 바치시는 제사를 위한 제대라고 말하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이러한 확신은 부활 감사송에서도 잘 나타난다. “그리스도께서는 십자가에서 몸을 바쳐 옛 제사를 완성하셨으며 저희 구원을 위하여 자신을 아버지께 맡기시어 사제요 제대이며 어린양이 되셨나이다”(부활 감사송 5).

 

그리스도는 제대이시다. 그것은 봉헌된 그리스도의 몸 안에서 하느님과 인간이 가장 완전한 방법으로 하나를 이루기 때문이다. 그리스도는 성부께 당신 자신을 온전히 바치시고 우리에게 당신 몸을 영원한 생명의 양식으로 내어 주신다. 그리스도의 몸은 제물인 동시에 하느님과 인간이 완전한 일치를 이루는 장소이다. 이로써 그리스도께서는 구약의 모든 옛 제사가 봉헌된 제단의 의미를 완성하는 ‘참제대’가 되신다.

 

또한 그리스도께서는 당신 자신을 모퉁이의 머릿돌로 드러내셨다. “집 짓는 이들이 내버린 돌, 그 돌이 모퉁이의 머릿돌이 되었네. 이는 주님께서 이루신 일, 우리 눈에 놀랍기만 하네”(마태 21,42).

 

바오로 사도도 같은 표상을 사용하여 다음과 같이 말한다. “여러분은 사도들과 예언자들의 기초 위에 세워진 건물이고, 그리스도 예수님께서는 바로 모퉁잇돌이십니다”(에페 2,20). 이것이 바로 우리가 제대에 특별한 방식으로 경의를 표하는 이유이다.

 

입당 때에 사제와 봉사자들은 제대 앞에 이르러 깊은 절을 하고 성품을 받은 봉사자들은 제대에 입을 맞추며 주례자는 제대에 분향한다. 제대에 입을 맞추고 분향하는 사제를 볼 때, 신자들도 마음속으로 자신을 하느님의 뜻에 맞는 영적 제물로 봉헌할 것을 다짐한다.

 

 

제대 봉헌 예식

 

제대가 지닌 상징적 의미는 제대 봉헌 예식에서 잘 나타난다. 제대 봉헌 예식은 세례, 견진, 성찬례로 이루어진 어른 입교 예식의 구조와 병행하여 볼 수 있는 요소를  포함한다. 세례를 상기시키듯 제대에 물이 뿌려지고, 견진처럼 제대는 축성 성유로 도유된다. 그리고 봉헌된 제대에서 성찬례가 거행된다.

 

이 밖에도 세례받은 이가 흰옷을 입고 촛불을 받듯이 제대에 흰 제대포가 덮이고 제대에 촛불과 조명이 밝혀진다. 마치 한 사람이 그리스도와 성령 안에서 새로 태어나 봉헌되듯이 제대도 그렇게 봉헌된다. 제대 봉헌 예식에서 바치는 물 축복을 위한 기도는 두 예식의 연관성을 다음과 같이 암시한다.

 

“하느님의 강복으로 이 물을 + 거룩하게 하시어 우리와 새 제대에 뿌려지는 성수가 구원을 주는 세례의 상징이 되게 하시고 그리스도 안에서 세례를 받아 성령의 성전이 된 저희가 이 제대에서 거룩한 신비를 거행할 모든 형제와 함께 천상 예루살렘에 들어가게 하소서”(제대 봉헌 예식, 35항).

 

도유, 분향, 제대포 덮음, 제대 조명 예식은 제대가 지닌 상징적 의미를 잘 밝혀준다(제대 봉헌 예식, 22항 참조). 모든 이에 앞서 도유를 받으시어 ‘기름부음받은이’라고 불리신 그리스도처럼 제대는 축성 성유의 도유로 그리스도의 상징이 된다. 제대 위에 하는 분향은 제대에서 신비로이 계속되는 그리스도의 희생 제사가 향기롭게 하느님께 오르고 있음을 나타낸다.

 

제대를 제대포로 덮는 것은 제대가 성찬례의 제사상일 뿐만 아니라 파스카 잔치의 식탁임을 분명히 나타낸다. 여기서 신자들은 거룩한 천상 양식, 곧 희생되신 그리스도의 몸과 피를 받아 모시고 하느님과 일치를 이룬다.

 

제대에 불을 밝히는 것은 그리스도께서 “다른 민족들에게는 계시의 빛”(루카 2,32)이 되시며 그 빛으로 교회가 빛나고, 교회를 통하여 인류 가족이 빛을 받게 됨을 가리킨다.

 

무엇보다 제대의 의미는 새로 봉헌된 제대에서 성찬례를 거행할 때 가장 잘 드러난다. 성찬의 희생 제사 거행을 통하여 제대를 세운 주요한 목적이 뚜렷한 표지로 드러나기 때문이다.

 

 

영적 제대인 그리스도인

 

성 대 그레고리오 교황은 “하느님의 제대란 착하게 사는 사람들의 마음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그러므로 의인들의 마음을 하느님의 제대라고 하는 말은 옳은 표현이다.”(「에제키엘서 강론」, 제2장, 10,19)라고 하였다.

 

전례는 단지 거행으로 끝나지 않는다. 전례는 언제나 그리스도인의 삶이라는 더 큰 전망을 향해 나아가야 한다. 교회의 머리이신 그리스도께서 십자가의 희생으로 제대가 되신 것처럼 세례를 통해 그 지체를 이루고 있는 그리스도인들은 자기 삶의 희생을 통해서 살아 있는 제대가 되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미사가 봉헌되는 제대와 그리스도인의 영적 제대는 서로 긴밀하게 연결된다.

 

이탈리아 출신의 독일 신학자 로마노 과르디니도 제대에 관해 말하면서 이러한 생각에 빛을 던져 주었다.

 

“제대는 성당 안에서도 가장 거룩한 곳에 서 있다. 인간이 일상 활동을 하는 바깥 영역에서 이미 구별된 성당의 일반 공간보다도 또다시 몇 계단 높이, 마치 영혼의 성소처럼 따로 있다. 하느님을 알아 모시고 따라서 하느님을 위해 자신을 바치려는 인간의 참뜻을 드러내 줄 듯 확고한 기석 위에 튼튼히 세워져 있다.

 

우리 마음의 제사도 그래야 하듯이 하나도 어둡거나 애매한 데가 없다. 제대는 아무런 주저도 숨김도 없이 하느님 앞에 의젓이 서 있다. 밖에 있는 저 제대와 우리 마음 안의 제대는 다 같이 하나라야 한다. 밖에 있는 제대는 성당의 심장이다. 안의 것은 사람 마음속, 곧 밖의 성당이 드러내 주는 내적 성전의 가장 깊은 곳이다”(「거룩한 표징」, 73-74항).

 

* 김기태 사도 요한 - 인천교구 신부. 주교회의 전례위원회 총무. 인천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에서 전례학을 가르치고 있다. 교황청립 성 안셀모 대학에서 전례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경향잡지, 2018년 8월호, 김기태 사도 요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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