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 넓지도 않은 방을 이미 삼십분 가까이 이 잡듯 샅샅이 뒤졌는데도 도대체 어디로 사라졌는지 휴대폰이 보이질 않는다. 쓰레기통을 뒤엎어도 보고 책상서랍을 거꾸로 털털 털어도 보고 침대 밑에 고개를 처박고 휘휘 둘러봐도 어디에도 없다.
밀라노에 가 있는 아우구스티노 신부가 부활 축하 인사와 함께 어떤 중요한 부탁을 했었는데 그에 대한 답을 빨리 전해주기 위해서는 그 전화기에 찍혀있는 밀라노 전화번호가 필요한 데 말이다. 이제나 저제나 기다리고 있을 아우구스티노 신부를 생각하니 조급한 마음에 약간의 신경질까지 났다.
방 밖으로 나간 적이 없으니 틀림없이 휴대폰은 내 방안에 있을 터이다. 눈을 감고 자리에 앉았다. 조급함과 화를 누그러뜨리기 위해 큰 호흡과 함께 숫자를 세었다.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일곱, 여덟, 아홉, 열.”
열까지 세기를 서너 번 반복하는 동안 휴대폰이 겨울 코드 주머니에 들어있다는 것을 금방 떠올릴 수 있었다. 오전에 좀 걷고 싶은 생각이 들어서 반팔에 겨울 코트를 잠깐 걸쳤다 벗은 적이 있는데 그때 시계 대용으로 휴대폰을 주머니에 넣어두었던 것이다. 조급함이 이 부분을 완전히 가려버렸고 나는 내가 찾는 것을 찾을 수가 없었다.
인생에 있어서는 더욱 말할 나위가 없다. 당신이 지금 인생에 있어서 뭔가 중요한 것을 찾아 나섰다면 결코 조급해 하지 말 것이다. 그것이 진정으로 당신이 찾아야 할 창조주의 선물이라면 그것은 이미 당신이 창조된 그 순간부터 당신의 마음 안에 있다. 그것은 결코 도망가거나 사라지지 않는다. 오직 성급한 당신이 그것들을 계속해서 발견하지 못하고 지나치고 있을 뿐이다.
풍요로운 존재를 위해 당신이 꼭 찾아야만 하는 창조주 하느님의 선물, 그것은 다름 아닌 바로 당신의 ‘본성’本性이다. 하늘이 내려주신 ‘천성’天性이다. 당신의 본성을 찾아 그것을 충실히 따르는 삶을 살도록 하라. 기쁨과 평화가 항상 그대와 함께 할 것이다. 그것이 하늘의 뜻이다.
“당신 뜻대로 힘써 살려하오니, 이 몸을 아주 버리지 마소서.”(시편119.8)
한국외방선교회 최강 스테파노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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