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의 용서
17하루는 예수님께서 가르치고 계셨는데, 갈릴래아와 유다의 모든 마을과 예루살렘에서 온 바리사이들과 율법 교사들도 앉아 있었다. 예수님께서는 주님의 힘으로 병을 고쳐 주기도 하셨다. 18그때에 남자 몇이 중풍에 걸린 어떤 사람을 평상에 누인 채 들고 와서, 예수님 앞으로 들여다 놓으려고 하였다. 19그러나 군중 때문에 그를 안으로 들일 길이 없어 지붕으로 올라가 기와를 벗겨 내고, 평상에 누인 그 환자를 예수님 앞 한가운데로 내려 보냈다. 20예수님께서 그들의 믿음을 보시고 말씀하셨다. “사람아, 너는 죄를 용서받았다.”
21율법학자들과 바리사이들은 의아하게 생각하기 시작하였다. ‘저 사람은 누구인데 하느님을 모독하는 말을 하는가? 하느님 한 분 외에 누가 죄를 용서할 수 있단 말인가?’ 22예수님께서는 그들의 생각을 아시고 대답하셨다. “너희는 어찌하여 마음속으로 의아하게 생각하느냐? 23‘너는 죄를 용서받았다.’ 하고 말하는 것과 ‘일어나 걸어가라.’ 하고 말하는 것 가운데에서 어느 쪽이 더 쉬우냐? 24이제 사람의 아들이 땅에서 죄를 용서하는 권한을 가지고 있음을 너희가 알게 해주겠다.” 그러고 나서 중풍에 걸린 이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너에게 말한다. 일어나 네 평상을 가지고 집으로 가거라.”
25그러자 그는 그들 앞에서 즉시 일어나 자기가 누워 있던 것을 들고, 하느님을 찬양하며 집으로 돌아갔다. 26이에 모든 사람이 크게 놀라 하느님을 찬양하였다. 그리고 두려움에 차서 “우리가 오늘 신기한 일을 보았다.” 하고 말하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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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른 사람을 위해 하는 기도를 주님께서는 잘 들어주실까요? 예. 그렇습니다. 오늘 복음 말씀을 보면 예수님께서는 중풍 병자를 당신 앞에 데려다 놓은 ‘그들의 믿음을 보시고’ 그의 몸과 영혼을 치유해 주십니다. 그러나 그들이 청한 것은 아닙니다. 다만 주님 앞에 그를 데려다 놓았을 뿐입니다.
“사람아, 너는 죄를 용서받았다.” 알렉산드리아의 키릴루스 교부는 이 말씀이 전체 인류에게 주시는 말씀이라고 해석합니다. 선악과를 따 먹고 “너 어디 있느냐?” 하고 부르셨을 때 두려워서 숨어 있던 첫 사람과 달리,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주님 앞에 자신의 나약함과 허물을 있는 그대로 열어 보이는 사람에게 주님께서는 말씀하십니다. “사람아, 너는 죄를 용서받았다.”
우리는 고해성사를 통해 하느님의 은총과 자비를 직접 받으면서도 ‘정말 용서받았을까?’ 하고 또다시 의심하며 살고 있지 않은지요? 하느님께서는 당신의 말씀을 번복하시는 분이 아닙니다. 우리가 하느님의 용서를 의심하는 근본적 원인은 스스로를 용서하지 못하는 데에 있습니다. 주님께서 베푸신 용서를 나 자신에게 그리고 내 이웃에게 베풀어야 합니다.
오늘 독서 말씀을 되새겨 봅시다. “굳세어져라, 두려워하지 마라. 보라, 너희의 하느님을! 그분께서 오시어 너희를 구원하신다. 그때에 다리 저는 이는 사슴처럼 뛰고, 말 못 하는 이의 혀는 환성을 터뜨리리라.”
김유정 신부(대전가톨릭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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