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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12월 24일 대림 제4주간 토요일 -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11-12-24 조회수599 추천수11 반대(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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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24일 대림 제4주간 토요일-루카 1장 67-79절



 

“주 이스라엘의 하느님 찬미 받으소서. 그분께서는 당신 백성을 찾아와 속량하시고, 당신 종 다윗 집안에서 우리를 위하여 굳센 구원자를 일으키셨습니다. 당신의 거룩한 예언자들의 입을 통하여 예로부터 말씀하신 대로, 우리 원수들에게서, 우리를 미워하는 모든 자의 손에서 우리를 구원하시려는 것입니다.”

 

<구원의 현재화, 구원의 개인화>

 

 

    오늘 복음에 소개되고 있는 즈카르야의 노래는 쇠락해가는 말기 환자 같은 이스라엘을 소생시키기 위해 가까이 다가오시는 하느님께 드리는 찬미와 감사의 노래입니다.

 

    아들 세례자 요한의 탄생에 대한 천사의 메시지에 즈카르야는 살짝 의혹을 품었습니다. 그 대가는 너무나 가혹했지요. 즈카르야는 10달 동안이나 말 한 마디 못하는 언어장애자로 살았습니다. 그러나 오늘 즈카르야는 하느님의 크신 자비에 힘입어 드디어 말문이 열렸습니다. 그 첫마디가 바로 즈카르야의 노래입니다.

 

    생각해보십시오. 10달 동안 단 한마디 말도 못했습니다. 그 동안 생각이 얼마나 많았겠습니까? 억울한 생각도 들었을 것입니다. 원망도 많았을 것입니다. 답답하기도 엄청 답답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혀가 풀린 즈카르야의 입에서 최초로 나온 것은 하느님을 찬양하는 노래였습니다. 즈카르야는 심연의 침묵 속에 깨달은 바가 있었던 것입니다. 하느님께서 자신에게 바라시는 바가 무엇인지 알게 되었습니다. 하느님께서 자신에게 얼마나 큰 은총을 베풀어주셨는지에 대해서도 잘 알 수 있었습니다. 비록 고목(枯木)과도 같은 즈카르야와 엘리사벳 부부였지만 크신 하느님 자비에 힘입어 새싹을 틔워내게 하셨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하느님께서 부당하고 부족한 자신들을 당신의 인류 구원사업의 중요한 도구로 선택하셨음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즈카르야는 10달 동안 말 한마디 못하며 답답한 세월을 보냈지만 다른 한편으로 제대로 된 대 피정을 한 것입니다. 그는 대 침묵 가운데 하느님이 얼마나 자비하신 분인지를, 하느님께서 아무 것도 아닌 자신에게 얼마나 큰 사랑을 베풀어주셨는지를 확실히 깨닫게 된 것입니다.

 

    이렇게 즈카르야의 내면 안에서 큰 깨달음이 이루어지게 되었고, 그런 과정에는 그는 마음속으로 굳게 다짐했을 것입니다. 하느님께서 만일 내 입만 열어주신다면 그분께서 내게 베푸신 크신 사랑을 있는 힘을 다해 외치리라.

 

    마침내 하느님께서 즈카르야의 입을 열어주시자 마자 그의 입에서는 봇물 터지듯이, 기다렸다는 듯이 하느님을 찬양하는 노래가 흘러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주 이스라엘의 하느님 찬미 받으소서. 그분께서는 당신 백성을 찾아와 속량하시고, 당신 종 다윗 집안에서 우리를 위하여 굳센 구원자를 일으키셨습니다. 당신의 거룩한 예언자들의 입을 통하여 예로부터 말씀하신 대로, 우리 원수들에게서, 우리를 미워하는 모든 자의 손에서 우리를 구원하시려는 것입니다.”

 

    즈카르야는 운 좋게도 ‘침묵의 10개월’을 통해 그토록 고대했던 ‘구원’을 온 몸으로 맛보았습니다. 강렬하고도 짜릿한 구원체험이 즈카르야의 내면 안에 이루어진 것입니다. 즈카르야는 은혜롭게도 이미 낡은 세상에서 새로운 세상으로, 죄와 죽음에서 영원한 생명으로, 암흑에서 빛으로 건너오는 파스카 체험을 맛 본 것입니다.

 

    그 행복한 체험으로 인해 즈카르야 삶의 태도는 180도 변화되었습니다. 어두웠던 그의 낯빛은 기쁨과 설렘의 얼굴로 바뀌었습니다. 절망의 세월은 희망의 나날로 변화되었습니다. 우울하고 어두웠던 그의 일상은 화사한 봄날로 탈바꿈했습니다.

 

    오늘 우리에게도 필요한 체험이 한 가지 있습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즈카르야가 맛본 구원 체험입니다. 파스카 체험입니다. 하느님께서 인류 전체를 위해 선물로 주시는 보편적인 구원을 개인화하는 작업입니다. 하느님의 구원을 오늘 이 자리에서 내 것으로 만드는 작업입니다.

 

    과거 역사 안의 구원을 현재화시키고 보편적 구원을 개인화시키기 위해 가장 필요한 노력이 또 한 가지 있습니다. 하느님께서, 그리고 외아들 예수 그리스도께서, 그리고 하느님 인류 구원 사업의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큰 협조자 성모님께서 지속적으로 보여주신 겸손의 덕입니다. 육화의 영성입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육화강생을 바탕으로 한 지속적 겸손, 그 바탕 위해 인류 구원이란 아름다운 꽃이 활짝 피어나게 되었습니다.


†살레시오회 수도원 수련원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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