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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위령] 한국의 위령기도1: 위령기도의 신학적 의미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8-11-07 조회수6,737 추천수0

[한국의 위령기도] (1) 위령기도의 신학적 의미


부활의 영광에 희망을 둔 그리스도인의 ‘대리기도’

 

 

11월 위령성월을 맞아 한국가톨릭상장례음악연구소(소장 이상철 신부)와 공동으로 기획한 ‘한국의 위령기도’ 연재를 시작합니다. 기도와 헌신, 공동체성으로 한국 가톨릭 성장의 원동력이 된 연도(煉禱·오늘날의 위령기도)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확산하기 위한 장입니다. 이전의 유교식 제사와 달리 교회 가르침에 맞게 생겨난 연도가 무형문화재로 등록되기 바라며, 그 의미와 가치를 총 9회에 걸쳐 연재합니다.

 

- 위령기도는 죽은 이들의 영혼에 하느님께서 자비를 베풀어 주시고 사랑의 불길로 그들의 죄를 씻어 주시어 빛과 생명의 하느님 나라로 데려가시기를 간청하는 대리기도다. 가톨릭신문 자료사진.

 

 

아름다운 황혼의 미학을 연상시키는 단풍의 시기를 지나 한 잎 두 잎 떨어지는 낙엽을 보면서 공수래공수거(空手來空手去)의 인생이치를 깨닫는 11월이 되면, 교회는 앞서 죽은 영혼들을 위해 기도하는 위령성월을 지낸다. 이는 죽음을 대하는 그리스도인의 자세를 재정비하게 해주는 것이다. 모든 삶의 끝인 줄 알았던 죽음 너머로 영원한 생명이 있음을 사실로 믿는 그리스도인은 죽음을 맞이하는 자세가 다르다. 그리고 그리스도인은 죽음을 어떻게 바라보고 함께 해야 하는 지를 교회의 가르침을 배우고 전례를 거행하면서 더욱 분명하게 깨닫기 때문이다. 

 

죽음을 딛고 다시 일어서는 부활의 영광에 희망을 두는 그리스도인의 죽은 영혼을 위한 대리기도!

 

하느님 말씀에 의지하여 살아가는 그리스도인은 “그리스도께서 참으로 죽은 자들 가운데서 부활하셨으며 영원히 사시는 것과 같이, 의인들도 죽은 후에 부활하신 그리스도와 함께 영원히 살며 그리스도께서 마지막 날에 그들을 다시 살리시리라는 것을”(「가톨릭교회 교리서」 989항) 굳게 믿고 희망한다. 그래서 죽은 이들의 부활에 대한 믿음은 그리스도교 계시의 중요한 한 부분인 것이다. 이러한 믿음을 바탕으로 그리스도인은 자신의 영원한 생명을 위해서 기도하기도 하지만 세상을 떠난 신자들의 영혼을 위해서도 ‘대리기도’를 하게 된다.

 

 

연옥 교리에 바탕을 둔 대리기도!

 

이 대리기도의 신심은 연옥 교리와 연결된다. 의인들은 죽음을 통하여 하느님을 만난다. 하느님께서는 그들과 함께 영원한 생명을 나누시고자 그들을 당신께 불러 주셨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신이 지은 죄의 결과들을 씻지 않고는 누구도 하느님과 맺는 친교와 친밀함 안으로 들어갈 수 없다. “교회는 선택된 이들이 거치는 이러한 정화를 ‘연옥’이라고 부르는데, 이는 단죄 받은 이들이 받는 벌과는 전혀 다릅니다. 교회는 연옥에 관한 신앙 교리를 특히 피렌체 공의회와 트리엔트 공의회에서 확정하였습니다.”(「가톨릭교회 교리서」 1031항)

 

 

하느님의 자비로운 사랑에 의지하는 대리기도!

 

‘위령기도’는 기본적으로 하느님의 자비로운 사랑에 의지하는 대리기도이다. 곧 죽은 이들의 영혼에 하느님께서 자비를 베풀어 주시고 당신 사랑의 불길로 그들의 죄를 씻어 주시어 빛과 생명의 하느님 나라로 데려가시기를 간청하는 기도인 것이다. 또한 이러한 대리기도는 성인들의 통공에 대한 믿음의 표현이기도 하다. “초대 그리스도교 이래로 죽은 이들에 대한 기억을 커다란 신심으로 소중하게 간직하여 왔으며, ‘죽은 이들을 위하여 그들이 죄에서 벗어나도록 기도한다는 것은 거룩하고 유익한 생각이기 때문에’(2마카 12,45 참조), 교회는 죽은 이들을 위하여 대리기도를 바쳤습니다.”(「교회헌장」 50항) 이러한 대리기도는 일차적으로 성찬례의 거룩한 희생 제사 거행으로 이루어지며, 죽은 이들을 위한 기도나 자선 행위, 자비 활동, 그리고 세상을 떠난 신자들의 영혼에게 대사를 주는 것처럼 다른 신심 실천을 통해서도 이루어진다.

 

 

예전과 달라진 위령기도의 신학적 의미!

 

트리엔트 공의회의 교의와 「로마예식서」(1614)의 예식을 따르는 「텬쥬셩교례규」에서 나타나는 신학적 특징은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첫째, 죄악이 만연한 세상이라는 세상관을 바탕으로 하는 ‘죄 중심의 구원신학’이다. 아담의 원죄와 나약한 인간에 의해 세상이 죄로 가득하였기에 구원이 요청된다. 둘째, 육신을 지닌 미천한 인간은 ‘죄의 종’으로 살아가다가 죽음을 맞이하기 때문에 ‘사죄’(Absolutio)의 은총이 필요하다. 그래서 죽은 이를 위해 더욱 기도해야 한다는 당위성이 생겼다. 반면에 제2차 바티칸공의회와 「장례예식서」(1969)에서 드러난 파스카 신학을 근간으로 구성된 「상장 예식」은 예전과 다른 두 가지 신학적 특성을 드러낸다. 첫째, 죽음의 파스카적 성격을 드러내기 위해서 파스카적 성격을 지닌 시편과 기도문을 선택하는 노력을 엿보인다. 둘째, 파스카를 중심으로 모인 공동체인 교회가 죽음을 맞이한 교우를 동반한다는 공동체성을 강조하여 위령기도를 함께 바치기를 권고한다.

 

죄인인 인간이라는 관점에서는 당연히 죽은 이의 속죄와 참회를 위해 기도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나 예수님께서 죄인인 우리를 위해 행하신 십자가 희생과 죽음 그리고 부활이라는 파스카 사건을 생각하면 죽음을 넘어 하느님과 영원히 살아갈 종말론적 희망이 신앙의 중심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먼저 이승에서 떠난 영혼을 위한 대리기도인 위령기도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영원한 생명에 대한 희망 속에서 자신의 죽음을 준비하는 위령성월이 되기를 희망한다.

 

[가톨릭신문, 2018년 11월 4일, 윤종식 신부(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전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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