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3월 7일 사순 제2주간 수요일
The Son of Man did not come
to be served but to serve
and to give his life as a ransom for many.
(Mt,20.28)
제1독서 예레미야 18,18-20
복음 마태오 20,17-28
언젠가 어떤 지인으로부터 포도주 한 병을 선물 받았습니다. 아주 좋은 포도주라고 하면서 주신 것이었지요. 딱 보기에도 값진 포도주처럼 보였습니다. 병도 고급스러웠고 또한 포장역시 여타의 다른 포도주와는 많이 달랐습니다. 또한 상당히 여유 있으신 분이 주신 것이라 무척 비싼 포도주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제가 전에 있었던 본당의 청년들이 찾아왔습니다. 밖에서 식사를 하면서 한두 잔을 한 뒤, 정리를 할 겸 사제관에 들어와 이 포도주를 마시기로 했습니다. 물론 굉장히 좋은 포도주라는 것을 강조하면서 말이지요. 청년들 역시 감탄을 합니다. 이렇게 맛있는 포도주는 처음 보았다는 소리가 멈추지를 않습니다. “신부님, 비싼 포도주는 역시 다른 것 같아요.”라는 말이 이곳저곳에서 나왔습니다. 저 역시 포도주 맛을 보니 이제까지 마셨던 포도주와는 질이 다른 것 같더군요.
청년들이 가고 난 뒤에 방 안을 청소하다가 빈 포도주 병을 보게 되었고, 동시에 이 포도주가 얼마나 비싼 것일까 라는 궁금증이 들었지요. 몇 십만 원이 되는 포도주도 있다던데, 혹시 이 포도주가 그런 포도주가 아닐까 싶었습니다. 그래서 인터넷으로 이 포도주의 가격을 검색해보았습니다. 그런데 이 포도주는 우리나라 돈으로 1만 5천 원 정도밖에 되지 않는 어떻게 보면 저렴하다고도 말할 수 있는 포도주였지요.
사실 포도주 맛을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포도주 맛을 모르는 사람에게는 비싼 포도주나 싼 포도주나 다 똑같은 맛으로 느낄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실제로 이런 실험을 했다고 하지요. 일반 사람들을 상대로 실험을 했는데, 포도주 2만 원짜리와 70만원 상당의 포도주를 꺼내놓고 어떤 것이 더 고급인지를 테스트 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이 가격과 상표를 보지 않은 상태에서 그 차이를 거의 느끼지 못하더라는 것입니다. 이렇게 맛을 모르는 사람에게 68만원의 차이나는 가격은 단지 허영을 부리고 싶은 마음의 대가일 뿐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불필요한 허영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이 허영으로 인해 갖은 욕심과 이기심을 안고 사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결과는 주님께서 원하시는 모습과 정반대로 나아갈 뿐이지요.
오늘 복음에 등장하는 제베대오의 두 아들의 어머니 역시 허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예수님께서 보여주셨던 놀라운 모습에 어머니는 욕심을 부려 청을 합니다. 즉, 하늘 나라에서 예수님의 왼쪽과 오른쪽을 자신의 아들들이 차지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단호히 거절하신 뒤 제자들에게 말씀하십니다.
“높은 사람이 되려는 이는 너희를 섬기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지금 우리가 키워나가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요? 허영이 아닌, 오히려 낮아지는 겸손의 삶만이 주님과 함께 걸어가는 진리의 길입니다.
두 가지 사업을 두고 무엇을 할 것인가 망설이는 사람은 결국 아무 일도 하지 못한다.(워즈워드)
어떤 신부님이 치시는 우쿨렐레를 보고, 저도 갖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 역시 허영심이죠? ㅋㅋ
용기있는 남자
사오정이 무척 좋아하는 여학생이 있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너무 소심해서 좋아한다는 말 한마디 못했지요. 이렇게 소심한 사오정을 보며 사오정 아빠가 이러한 말로 격려합니다.
“아들아 용기 있게 고백을 하려무나. 용기 있는 남자만이 예쁜 여자를 만날 수 있단다.”
그런데 이 말을 들은 사오정은 아빠를 측은한 눈으로 보며 이렇게 말합니다.
“네.. 그런데 아빠는 정말 용기가 없었나 보네요.”
용기 있는 자만이 미인을 얻을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용기는 정말로 필요한 것 같습니다. 주저하지 마시고, 주님께서 함께 하신다는 사실을 굳게 믿으면서 용기 있게 앞으로 나아가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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