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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빠다킹 신부와 새벽을 열며[Fr.조명연 마태오]
작성자
이미경
작성일
2012-03-14
조회수
918
추천수
13
반대
(0)
신고
빠다킹 신부와 새벽을 열며
2012년 3월 14일 사순 제3주간 수요일
Whoever breaks one of the least of these commandments
and teaches others to do so
will be called least in the Kingdom of heaven.
(Mt.5,19)
제1독서 신명기 4,1.5-9
복음 마태오 5,17-19
1박 2일간의 여행을 마치고 무사히 잘 다녀왔습니다. 전철, 기차, 배, 승용차, 그리고 튼튼한 두 발까지 모든 교통수단을 이용한 여행이었지요. 조금 바쁘고 힘들기는 했지만, 새벽님들의 뜨거운 기도 덕분에 좋은 시간을 보내고 또한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었던 의미 있는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지친 몸과 마음을 모두 회복시킬 수 있었기에 더욱 더 행복한 시간을 보낸 것 같네요. 저만 이렇게 좋은 시간을 보낸 것 같아 죄송하기는 하지만, 앞으로 더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으로 조금이나마 보답하겠습니다. 그럼 하루건너 뛴 새벽 묵상 글 시작합니다.
어제 모든 일정을 마치고 여수에서 기차를 타고 용산역에 내렸습니다. 그런데 마침 퇴근시간에 걸렸네요. 용산역에서 동인천역 직통 열차를 기다리는데 사람이 너무나 많아서, 열차를 탈 수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열차 하나를 놓치고 나니, 줄을 선 제 차례가 맨 앞이 되어 있는 것입니다. 맨 앞이 되면 아무래도 맨 먼저 탈 수 있으니 의자에 앉아서 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요.
잠시 뒤, 술 냄새를 풍기는 어떤 아저씨께서 제 옆에 서십니다. 불안했습니다. 이분이 새치기를 할 것이 분명했으니까요. 아니나 다를까 이 아저씨께서는 열차가 오자마자 제 앞을 끼어 들어왔고, 이 아저씨에게 밀려서 결국 자리에 앉지 못했습니다. 이 아저씨 때문에 1시간 동안을 서서 가야 한다고 생각하니 화가 나더군요.
화를 참으면서 책을 펼쳐 읽었습니다. 그런데 마침 이 책에서 이웃 사랑에 대한 말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즉, 함께 살아가는 이 세상 안에서 하루에 최소한 1시간은 이웃을 위해 소비해야 한다는 이야기였지요. 그리고 이러한 모습만이 함께 살아가는 이 세상 안에 살 자격이 있는 것이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제 앞에 계신 새치기하신 아저씨 얼굴이 보입니다. 피곤하셨는지 의자에 앉아 주무십니다. 그리고 이런 생각이 드네요. 이렇게 피곤해하는 이 이웃을 위해 1시간을 서서 가는 것이라고……. 이분께서는 오히려 제게 이웃 사랑을 실천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신 것이라고…….
우리들은 이웃 사랑을 해야 한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모두 인정합니다. 그러나 자신의 손해를 먼저 생각하는 순간, 이웃 사랑의 실천은 자신에게 먼 이야기가 되고 맙니다. 이웃 사랑은 무조건 이루어져야 하는 것으로, 어쩌면 내게 손해를 가져다주는 그 사람이 내게 그러한 기회를 주기도 합니다.
예수님께서는 율법의 계명을 작은 것 하나라도 어겨서는 안 된다고 하시지요. 율법의 핵심은 무엇입니까? 바로 사랑입니다. 즉, 자그마한 사랑의 실천을 외면하는 그 순간, 하늘나라에서 가장 작은 자가 될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자그마한 사랑도 무시하지 않고 철저히 사랑을 실천하려고 할 때, 하늘나라에서 큰 사람이 될 수 있다고 하십니다.
이웃을 위한 사랑 실천. 생각해보면 실천할 것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너무나 큰 사랑만을 실천하려고 해서 실천하지 못했던 것은 아니었을까요?
많은 경우에 가르치는 자의 권위가 배우고자 하는 자에게 방해가 되는 법이다.(몽테뉴)
사람들이 꼭 보고 오라고 했던 동백꽃입니다.
전철안에서...
어제 전철을 타고 인천을 내려오는데, 전철 안의 풍경이 참으로 뜻밖이었습니다. 오랜만에 전철을 타서 그럴까요? 전철 안에서 책을 읽는 사람을 도저히 볼 수가 없습니다. 10명 중 8~9명은 휴대전화를 꺼내들고 계속해서 무엇인가를 하고 있습니다. 방송이나 영화를 보고 있으며, 게임에 열중하는 사람도 있었고, 채팅을 하고 있는 사람도 참 많습니다. 휴대전화를 그렇게 끼고 다니는 사람들을 보면서, 예전에는 어떻게 살았을까 싶네요.
사실 특별히 무엇을 하는 것도 아닙니다. 컴퓨터로 다 할 수 있는 것들이며, 나중에 연락을 해도 괜찮은 것들이지요. 그런데 그 모든 것들을 지금 당장 휴대전화를 통해서만 하려고 합니다.
이것 역시 시대의 흐름에 맞춰야 한다고 해야 할까요? 하지만 더 중요한 나눔과 사랑을 잊어버린 채, 단순히 순간적인 만족만을 그리고 문자 상의 유희만을 즐기는 것 같아 안타까울 뿐입니다.
이번에 혼자 여행을 하며 컴퓨터와 텔레비전을 보지 않았습니다. 대신 책을 읽고,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었습니다. 컴퓨터와 텔레비전이 가까이 있을 때보다 더 깊은 생각으로 큰 만족을 얻게 됩니다. 문명의 이기들은 우리를 편하게 해주기 위해 발명된 것이 아닐까요? 그런데 우리들이 오히려 문명의 이기들에 얽매여서 사고가 더 좁아지는 것은 아닐까요? 불안한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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