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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빠다킹 신부와 새벽을 열며[Fr.조명연 마태오]
작성자
이미경
작성일
2012-03-22
조회수
901
추천수
16
반대
(0)
신고
빠다킹 신부와 새벽을 열며
2012년 3월 22일 사순 제4주간 목요일
You search the Scriptures,
because you think you have eternal life through them;
even they testify on my behalf.
But you do not want to come to me to have life.
(Jn.5.39-40)
제1독서 탈출기 32,7-14
복음 요한 5,31-47
저는 운동을 많이 하는 편입니다. 아침마다 운동을 하고, 또 낮에도 시간이 되면 어떻게든 운동을 하려고 합니다. 그래서 누구보다도 튼튼한 몸을 갖고 있다고 자신하고 있지만, 문제가 하나 있습니다. 몸은 튼튼한 것 같은데 체중이 생각보다 많이 나가는 것입니다. 특히 아랫배의 무게가 상당하다는 것을 거울을 보면 쉽게 알 수가 있지요. 그래도 ‘나는 튼튼하니까...’라는 자부심을 갖고 열심히 살았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이었습니다. 어떤 신부님과 이야기를 하다가 체중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그 신부님께서는 얼굴도 퉁퉁하고 아랫배도 뽈록 나와 있습니다. 누가 봐도 몸무게가 꽤 나가겠다는 생각을 하기에 충분합니다. 저 역시도 그러한 생각을 했지요. 하지만 글쎄 저보다 훨씬 가벼운 것입니다. 제가 이 신부님보다는 훨씬 가벼울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었습니다.
어쩌면 우리들이 판단하는 모든 것들이 다 이렇지 않을까요? 자기 스스로를 똑바로 보지 못하는 법입니다. 그런데도 우리들은 쓸데없는 우월감을 갖고 있지요. 외적인 외모 같은 것은 제외하더라도, ‘내가 저 사람보다는 성격이 더 좋다는 착각, 내가 저 사람보다는 더 괜찮은 사람이라는 착각, 내가 저 사람보다는 재능이 더 많다는 착각’ 등으로 스스로를 과대평가하는 경우가 얼마나 많습니까? 자기 자신도 제대로 보지 못하면서 말이지요.
얼마 전, 여행기를 통해서 이미 말씀드렸듯이 금오도 비렁길을 다녀왔습니다. 제주도의 올레 길처럼, 사람들이 절벽(비렁은 벼랑의 사투리입니다)을 따라 잘 걸을 수 있도록 만든 길입니다. 잡지를 통해서 알게 된 이 길을 저 혼자서 간 것이지요. 초행길이고 혼자 가는 것인데도 불구하고 저는 길을 하나도 헤매지 않고 원하는 길을 잘 찾아갈 수 있었습니다. 사실 제가 지독한 길치라서 길 찾는데 항상 고생을 하거든요. 그런데도 길 찾는데 어려움이 없었던 이유는 무엇일까요? 내가 갈 길을 알려주는 이정표 ‘화살표’ 때문이었습니다. 이 화살표만 쫓아가니 원하는 목적지에 척척 갈 수 있었던 것이지요.
스스로를 똑바로 보지 못하는 제 자신을 보면서, 우리가 제대로 갈 수 있도록 하느님께서 이정표로 안내해 주시면 얼마나 좋을까 싶습니다. 그런데 하느님께서는 이미 이정표로 우리를 안내해주고 계시네요. 성경을 통해, 각종 성사를 통해서 주님께서는 우리들이 똑바로 갈 수 있도록 안내해주십니다. 문제는 이 이정표를 보지 못하는 닫힌 마음입니다. 마치 예수님께서 바로 옆에서 안내를 하고 있음에도 알아보지 못하고 거부하는 이스라엘 사람들처럼 말이지요. 교만과 이기심에서 이러한 모습을 보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교만과 이기심만을 간직하고 드러낸다면, 주님의 이정표를 알아보지 못하는 것은 너무나도 자명합니다. 그리고 하느님께서 약속하신 영원한 생명도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 없을 것입니다.
나는 너, 너는 나. 우리는 한 개의 씨앗에서 비롯되었다(인도 속담).
비렁길 이정표. 이 이정표 때문에 길을 잃지 않고 원하는 곳을 다닐 수 있었습니다.
작은 것으로도 행복할 수 있다면....
아주 어렸을 때 새로 산 장난감 하나만을 가지고 하루 종일 놀았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이 장난감으로 우주여행도 하고, 지구도 지켰고……. 각종 상상력을 동원해서 신나게 놀았었지요. 그때의 제 모습을 떠올리면서, 지금도 장난감 하나로 하루를 신나게 놀 수 있을까 싶었습니다. 안 될 것 같습니다. 금방 싫증도 나고, 제 주변에는 저의 관심을 끄는 것들이 너무나도 많기 때문이지요.
예전에는 작은 것 하나로도 충분했는데 지금은 왜 안 될까요? 너무나 많은 것을 가지고 있고, 또한 많은 것을 가져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그런 것은 아닐까요?
다시 예전처럼 작은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생활이 단순해야 하겠지요. 그리고 작은 것에 의미를 찾아가는 연습이 끊임없이 필요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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