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3월 23일 사순 제4주간 금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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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one who sent me, whom you do not know, is true.
I know him, because I am from him, and he sent me.
(Jn.7,28-29)
제1독서 지혜서 2,1ㄱ.12-22
복음 요한 7,1-2.10.25-30
저는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길을 알지 못하면 제대로 운전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지도를 보고서 어떻게 갈 지를 먼저 생각하고, 또 그 지도를 운전대 옆에 놓아두고 짚어가면서 운전을 했었지요. 그런데 요즘에는 내비게이션이 있어서 굳이 지도를 구비하지 않아도 원하는 목적지에 쉽게 갈 수 있는 아주 편안한 세상이 되었습니다. 저 같은 길치에게는 너무나도 감사한 물건입니다.
문득 처음 운전을 했을 때가 떠올려집니다. 2001년에 승용차를 처음으로 마련했었지요. 그리고 이 차를 가지고 제가 컴퓨터 프로그램 공부를 하는 서울 강남까지 운전을 했습니다. 인천지역에서는 별로 막히는 구간이 아니라서 별 문제가 없었는데, 서울 쪽에 진입하면서는 너무 많은 차들로 인해 운전이 힘들어졌습니다. 아직 운전이 서툰 초보인데 그 복잡한 서울에 들어섰으니 얼마나 당황스러웠겠습니까? 평상시 버스를 타고 다니던 길이라 어렵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막상 운전을 하니 보통 힘든 것이 아닙니다.
좌회전을 하기 위해 차선변경을 해야 하는데 계속해서 오는 차 앞으로 들어갈 수가 없어서 계속 직진을 할 수밖에 없었고, 앞차와의 간격이 넓어서인지 계속해서 다른 차들이 끼어들자 뒤차에서 정신을 차리라고 경적을 신나게 누릅니다.
결국 버스로 1시간 30분이면 충분히 갈 거리를 자그마치 3시간이나 걸려서 겨우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그것도 다른 사람들에 욕을 신나게 먹으면서 말이지요. 더군다나 주차를 하다가 뒷벽에 부딪혀서 차에 상처까지 났으니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손해만 있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이 한 번의 고생으로 끼어들기나 차선변경을 어렵지 않게 할 수 있게 되었고, 운전하는데 있어서 많은 자신감을 가질 수 있게 되었으니까요.
우리들은 살아가면서 좋고 나쁜 것을 가르려는 못된 습관이 있는 것 같습니다. 나를 힘들게 하는 것, 나를 괴롭히는 것, 나에게 고통과 시련을 주는 것 등등은 무조건 나쁜 것으로 간주하지요. 그러나 꼭 그럴까요? 운전 역시 어려운 초보시절을 겪어야 능숙한 베스트 드라이버가 될 수 있는 것처럼, 어쩌면 좋고 나쁜 것으로 구분하려는 나의 마음 자체를 변화시켜야지만 어떠한 상황에서도 행복을 간직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요?
예수님을 반대했던 많은 사람들. 그들 역시도 구분을 했지요. 자신들의 기준에 맞지 않으면 무조건 배척했던 그들의 모습이 결국 하느님의 아드님을 알아보지 못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렇게 알아보지 못함이 결국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 박는 커다란 죄악으로 발전하게 되지요.
많은 구분을 짓는 우리입니다. 그래서 이 과정 안에서 아픔과 상처를 전해주는 우리들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러한 구분보다는 모든 것을 하나로 어우르는 사랑의 마음이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우리 곁에 계신 주님과 함께 할 수 있으며, 주님께서 주시는 행복 체험을 뜨겁게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 내가 구분 짓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요? 그 구분이 사랑의 관점에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면 당장 내 마음에서 없애야 할 것입니다.
자신의 노력이 자신을 감동시킬 수 있도록 하라(조정래).
어느 성당의 벽에 그려진 예수님과 아이들. 정말로 이렇게 되어야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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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과 시련에 대해...
고통과 시련이 다가왔을 때, 우리들은 불평불만을 터뜨립니다. 그러나 없어집니까? 불평불만을 터뜨렸다고 해서 고통과 시련이 결코 없어지지 않습니다. 마치 감기와 같지요.
감기가 걸렸을 때, 자신의 몸 안에 들어온 병균을 향해 “나 너 싫어, 당장 나가!!”라고 말하면 “알았어.”하면서 쉽게 나갈까요? 아니지요. 아무리 싫다고 외쳐도 감기 병원균은 내 안에서 나가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오히려 감기 걸린 것을 인정하면 어떨까요? ‘감기가 걸렸으니, 좀 쉬어야겠는데?’하면서 스스로 몸조리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몸조리를 하면서 나도 모르는 순간 감기 균이 나를 떠났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입니다.
고통과 시련도 그렇습니다. 화내봐야 자기만 손해입니다. 이를 인정하고 오히려 내 삶의 전환점으로 삼을 때, 훨씬 더 나은 나를 만들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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